양양의 시그니쳐 디저트 카페, '배배 젤라또'를 만든 남매 이야기
양양의 시그니쳐 디저트 카페, '배배 젤라또'를 만든 남매 이야기
  • 박재균 기자
    박재균 기자
  • 승인 2023.05.1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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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배 젤라또의 젊은 남매 경영인, 김명준/김혜정 남매
- 양양 필수 방문 디저트 카페로 자리매김
- 배나무 밭을 멍하니 바라보며 힐링하는 '배멍' 단어 탄생

 여행을 가기 위해 모은 550만원을 불우이웃돕기에 써달라고 기부한 천사 같은 남매 기사를 지난 2월에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양양은 유명한 남매가 많은 것일까? 이번에는 양양의 명품 농산물 낙산배를 젤라또로 만들어 판매해 화제가 되고 있는 남매 이야기다. 바로 양양읍에서 키운 명품 낙산배로 젤라또를 만들어 파는 디저트 카페 “배배 젤라또”의 김명준-김혜정 남매다.

'배배젤라또'를 만든 신농업인 김명준/김혜정 남매

임금께 진상하던 양양의 대표 농산물 낙산배

 양양의 대표 농산물 챔피언은 송이버섯이다. 꽤 오래 전이긴 하지만 2005년 한국산업경제개발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국민의 약 61%가 가장 유명한 송이버섯 산지로 양양을 꼽았다. 그렇다면 양양의 그 다음 특산 농산품은 무엇일까? 농업인이 피땀 흘려 생산한 특산물에 순위를 매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양양농업기술센터에는 양양의 특산물로 해뜨미쌀, 산채,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감, 배, 복숭아, 토종꿀, 한우를 꼽고 있다. 

 <낙산배는 조선 중엽에 재래종 황실리 품종이 낙산사 주변에서 재배되면서 주요과수로 지정되어 나라에 진상될 정도로 맛이 좋아 낙산배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으며, 설악의 신선한 계곡, 남대천 맑은 물로 재배된 낙산배는 색깔이 곱고 과형의 모양새가 좋으며, 석세포가 아주 적고, 과즙액이 많으며, 고당도 감칠 맛이 있습니다. 배는 가래기침,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의 치료 효과가 있고 열이 있는 어린아이에게 배즙을 내어 죽을 쑤어 먹이면 해열이 됩니다. 음식 조리시에도 많이 사용되는데 육류 조리시 배즙이나 배를 채 썰어 양념을 하게 되면 육질이 연해지고 고기의 고유의 맛이 살아납니다.> - 양양농업기술센터 ‘배’ 해설

농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한 낙산배농원의 낙산배(사진:낙산배농원 제공)

 현재 낙산배는 양양읍, 서면 일대에서 70여 농가가 농사를 짓고 있으며 매년 9월에서 12월까지 출하를 한다. 김명준씨네 배 과수원도 바로 양양읍에 위치하고 있다. 사실 배농사는 낙산배농원 대표인 아버지와 어머니 김익환, 박정숙씨가 짓고 있었다. 명준씨의 증조부께서 양양에 자리를 잡으면서 배농사를 시작하셨고 명준씨가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되면서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과수원의 규모도 차차로 늘어 현재는 약 1만4천 제곱미터, 예전 표현으로 약 3천 평에 이른다. 

 명준씨의 아버지인 김익환 대표는 낙산배의 재배 명인이다. 군의원 지낸 부인 박정숙씨와 40년간 배농사를 지으며 낙산배를 각종 품평 대회에 출품해 대상, 표창장, 장관상 등을 휩쓸었고 전 농업경영인양양군연합회장까지 지냈다. 과수원에는 명준씨의 증조할아버지께서 심었다고 하는 100살 넘은 배나무가 있고 여전히 맛 좋은 배가 열린다고 하니 명인의 배나무 관리 수준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고즈넉한 겨울철의 낙산배농원 배밭

 하지만 명품 낙산배농원도 과수 농가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바쁠 때와 한가할 때의 차이가 너무 큰 것이다. 배 판매의 최고 성수기는 바로 추석. 추석을 앞두고는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쁘고 몰려드는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택배용 포장을 하며 밤을 새울 정도지만 그런 시기가 지나고 하면 너무나 한가해 지는 것이다. 차세대 경영인로서 명준씨는 이런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판매 싸이클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한 것이 낙산배를 가공해 판매하는 것. 남들이 모두 만드는 차별성 없는 배즙 정도를 만들어서 파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한 차원 높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거기에 브랜드를 만들고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6차 산업을 시도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젤라또 메뉴. 계절에 따라 제철 과일 원료가 다르기 때문에 메뉴도 바뀐다.

낙산배 젤라또의 탄생

 1차 산업인 배농사는 부모님과 함께 꾸준히 할 가업으로 여기고 있었다. 여기에 낙산배를 가공하는 2차 산업으로 누구도 생각지 못한 젤라또를 기획했다. 아이스크림과는 크림 비율이 다르고 배의 산뜻한 맛을 살릴 수 있는 젤라또. 배를 갈아서 만들었다는 음료나 배맛 얼음과자 제품이 있지만 고급스런 느낌의 제품군이 아니다. 그래서 낙산배의 특유한 향과 식감을 살린 고급스런 젤라또를 만들기로 마음먹고, 기술을 배우기 위해 2년간 서울 오가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낙산배 젤라또를 탄생시켰다. 

  그것이 현재의 시그니처 상품인 배배 젤라또다. 상품을 만들었으니 이제는 젤라또를 어떻게 팔아야 할지 고만할 차례다.

 때는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뚫려 서울과 수도권에서 양양을 2시간대에 올 수 있게 되면서 양양 관광객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거기에 양양이 제주, 부산과 더불어 서핑의 3대 성지로 불리면서 서핑 관광객들이 북적인 것. 핫한 먹을거리가 없는 양양에 양양에서만 먹을 수 있는 독보적인 디저트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졌다.

‘배나무 멍’이 가능한 공간

 이제는 젤라또를 팔 공간을 만들어볼까. 힐링의 성지를 자처하는 양양에서 낙산배의 향을 음미할 수 있는 카페를 기획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배배 젤라또’ 카페를 배농장 바로 옆에 만들었다. 새싹이 돋고, 입이 무성해지고, 배가 열리고, 나무에 눈이 쌓이는 배 과수원의 4계절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카페를 전면 통유리로 시공했다. 낙산배 젤라또를 음미하며 ‘배나무 멍(일명 배멍)’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명준씨의 낙산배 6차 산업 도전에 여동생인 혜정씨도 손을 보탰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배배 젤라또’ 운영에 참여했다. 이후 같이 연구하여 소금, 홍시, 사과, 곤드레, 천혜향, 서리태 등의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젤라또를 선보이게 됐다. 특히 몇몇 젤라또는 제철에만 만들기 때문에 그 맛을 보기 위해선 꼭 그 시기에 다시 배배 젤라또를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냈다.

배배젤라또에서 바라보는 배밭 풍경(사진:배배젤라또 인스타그램)

 또 젊은 경영인의 특유의 감성을 접목해 카페에 재미도 더했다. 백이면 백, 배배 젤라또 카페를 찾은 방문객이 배 과수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재미있는 썬그라스 소품도 준비했다. 그리고 레트로풍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무료 흑백 스티커 사진기도 구비해 뒀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보러 카페를 찾는 사람부터 재미를 위해 오는 사람까지, 취향 저격을 위한 노력이 카페의 여기저기 묻어 있다.

 젊은 남매 사장은 카페에서 더 나아가 배 과수원 탐방, 배 수확 체험, 배 젤라또 만들기 등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양에서 지역 농특산품을 재배, 가공, 판매, 서비스하는 종합 산업체가 없어 벤치마킹을 하거나 조언을 구할 곳도 마땅치 않다. 명준/혜정 남매가 처음 개척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가족과 합심해 해쳐나가는 수밖에 없다.

배배젤라또 카페 입구

 명준씨는 얼마 전까지 3년간 4-H 양양군 연합회장을 맡으면서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일했다. 4-H는 Head-마음, Heart-마음, Hand-노동, Health-건강을 뜻하는 단어로 우리나라에서는 지, 덕, 노, 체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으며, 농업이나 환경, 생명의 가치 등을 중시하고 농업과 농촌을 이끌 전문농업인의 자질을 배양하기 위한 청소년 교육 운동이다. 명준씨는 이런 개척과 도전 정신을 인정받아 강원도로부터 미래농업육성 부문에서 2022농업인대상을 수상했다. <2부에 계속>

2022년 강원도 농업인 대상을 수상한 김명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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