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방송인연합회] 민노총 출신 간부들이라서 ‘민노총 간첩단’ 뉴스를 다룰 수 없는 것인가?
[KBS방송인연합회] 민노총 출신 간부들이라서 ‘민노총 간첩단’ 뉴스를 다룰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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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1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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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다양한 언론계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소개하는 차원에서 [KBS방송인연합회]의 입장문을 원문 그대로 송출합니다.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을 바로 세우기 위한 작업의 일환입니다. 편집자주

검찰이 어제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들을 접촉한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스파이 영화를 방불케 하는 간첩 행위 혐의로 ‘백만 조합원’을 자랑하는 최고 노조 권력의 전현직 핵심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어제 KBS 뉴스9에서는 이와 관련된 어떤 기사도 찾아볼 수 없었다. 7시뉴스에도 나가지 않았고 오후 5시 뉴스에 관련 단신 하나가 나간 게 전부다. 기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자 한 5시뉴스 CP에게 경의를 표한다.

구속기소가 된 이들은 북측과 수년간 연락해왔고 이 과정에서 대북 보고문이나 지령문 등을 100여 차례 서로 주고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북한이 대남 지령문을 통해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에게 친북·반미·반일 감정을 조장하고 국내 여론 조작을 명령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모두 국가의 기둥을 뒤흔드는 중대 범죄들이다. 

이런 중대한 뉴스를 KBS가 철저히 외면한 이유를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성재호 국장, 정홍규 방송주간 등 보도국 수뇌부가 바로 민노총 출신이기 때문이다. 국장 자리를 위원장이 3대 세습하고 있는 KBS 보도국이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간첩질 혐의 리포트를 외면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은 동네 건달들 사이에서 하는 표현이고, 이 경우에는 법적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라고 표현한다. 인간이기에 자기 살을 도려내야 하는 고통을 본능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것이고, 그래서 이해충돌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 뉴스는 반드시 다뤘어야 했다. 이해충돌 논란이 아니더라도 뉴스가치를 부정할 수 없다.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민노총 출신 간부들은 ‘민노총 간첩단’ 사건을 다루지 않으면서 엉뚱한 핑계를 대고 있다. 성재호는 오늘 편집회의에서 기자협회장의 문제 제기에 “검찰의 공소장을 그대로 따라가는 문제”를 지적하며 ‘민노총 간첩단’ 뉴스를 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얼마 전 9시 뉴스에 나간 다음의 공소장 뉴스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KBS 9시 뉴스(2023년 1월 16일)
<리포트> ‘국가 핵심기술’ 초임계 반도체 장비 유출…검찰 “수조 원 피해”

국가 핵심기술을 유출한 회사 직원과 중국 브로커 등 4명을 구속기소하면서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리포트였다. 공소장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문제라면 KBS가 확인한 내용만 뉴스에 나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공소장을 따라가는 것이 문제라면 5시 뉴스에는 왜 ‘민노총 간첩단’ 뉴스가 나갔나. 

성재호는 오늘 편집회의에서 또 “간첩 사건 자체에 대한 논란이 계속 있기도 했고, KBS가 간첩 관련 보도에 대해 지난해 사과했다”라며 ‘민노총 간첩단’ 뉴스를 뺐다고 말했다. 

과거 간첩단 뉴스에 관한 사과는 몇 건의 무죄 판결을 근거로 마치 모든 간첩단 관련 사건이나 보도가 문제인 것처럼 사과했다는 측면에서 역시 논란이 있다. 운동권 세력은 마치 모든 간첩단 사건이 조작인 것처럼 몰아가지만, 실제로 간첩 행위가 최종 확인된 사건이 훨씬 많다. 간첩 혐의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 때문에 증거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로 결론이 난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과거 간첩단 보도에 대한 논란은 사건을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가의 문제이지, 사건을 보도한 행위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어제 민노총 간첩단 사건도 검찰의 발표를 객관적으로, 또 비판적으로 보도했으면 됐을 일이다. 그들은 사건 자체를 외면해버렸다. 성재호의 발언은 민노총 간첩단 사건을 누락한 변명이 되지 못하는 궤변이다.

<KBS뉴스9>의 역사가 성재호의 궤변을 입증하기도 한다.

KBS 9시 뉴스(2023년 3월 15일)
<리포트> “북한 지령 받고 반정부 시위”…‘창원 간첩단’ 4명 구속기소

불과 두 달 전에 검찰이 ‘창원 간첩단’을 재판에 넘기며 발표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뉴스다. 작년에 사과까지 했다면서 올해 또 간첩단 뉴스는 왜 냈나. 혹시 그 간첩과 이 간첩은 조금 다른가. 핑계가 궁색하면 말이 꼬이기 마련이다. 

타사에도 안 나갔다는 핑계를 대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타사에 안 나갈 줄 어떻게 알고 미리 안 내기로 했다는 말인지, 안 내고 나니까 다른 데서도 안 나갔다는 말인지 자기들도 말을 꺼내놓고 민망할 것이다. 

타사에 안 나갔다는 핑계를 대겠다면 타사가 연일 대문짝만하게 다루고 있는 ‘김남국 코인’ 뉴스를 우리는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그동안에 이미 다 나온 내용이었기 때문’이라면 그동안에 나온 내용을 KBS가 제대로 다룬 적이 있기는 한가? 아니면 이제 국민들은 KBS 뉴스를 볼 필요도 없이 조선일보만 봐도 된다고 선언하는 것인가? 

검찰의 수사가 100% 옳다고 단정할 이유가 없고, 이번에 기소된 민노총 간부들이 무죄로 드러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검찰의 기소 행위 자체는 뉴스가치를 부정하기 어렵다. 

‘민노총 간첩단’ 뉴스는 9시에 낼 기사량이 많아서 안 냈거나, 공소장을 따라가는 관행 때문에 안 냈거나, 타사에 안 나갈 줄 알고 안 냈거나, 간첩 사건 자체에 대한 논란 때문에 안 낸 것이 아니라, 성재호·정홍규라서 안 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노총 출신 간부들이 ‘민노총 간첩단’ 뉴스를 제대로 취재 보도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과한 기대인가?

2023. 5. 11

KBS방송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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