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행] 소설가 전정희와 떠나는 "영덕, 빈집 다이어리"
[여행기행] 소설가 전정희와 떠나는 "영덕, 빈집 다이어리"
  • 전정희 소설가
    전정희 소설가
  • 승인 2023.04.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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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전정희가 만나는 영덕 이야기 

영덕은 ‘맑은 공기 특별시’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전국에서 산소 농도가 최고로 높게 나온 청정구역이다. 고래불 해수욕장과 해파랑길, 블루로드는 말할 것도 없고 산책로가 정말 잘 되어 있다. 또 영덕은 대게로 유명하다. 대게는 주로 영덕군 앞바다에서 서식하고 있는데 게껍질이 얇고 게살이 많아 전국에서 인기가 많다. 대게는 강구항이 유명하고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가 가장 맛있는데 영덕군은 이 시기에 맞춰 3월 초에 대게축제를 열고 있다. 이 외에도 영덕은 사과도 많이 나고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송이버섯의 총 60%가 이곳에서 나며 고사리, 복숭아, 시금치도 영덕을 대표하는 농작물이다.
영덕의 인구는 1966년 119,190명이었으나 점차 인구가 줄어들어 2023년 2월 34,560명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빠져나가고 나날이 빈집이 늘어가는 추세다. 

빈집이란 관련법에 의거, 관청에서 마지막으로 확인한 때로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집을 말한다. 즉 일시적으로 사람이 빠져나가 텅 비어 있는 집이 아니라 법적인 용어로 본다면 오히려 폐가(廢家)의 개념에 더 가깝다. 빈집을 오래 방치하면 불량 청소년이나 노숙자들의 아지트가 되기 쉽고 동네의 경관을 크게 해치기도 한다.
최근 빈집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굴착기로 밀어버리기보다 도시재생으로 최대한 살려 보자는 의견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빈집이 잠재력을 갖춘 공간이자 유휴자원의 일종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빈집의 현주소를 알리고 살려 나가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100년 된 빈집 개조해 만든 <은혜당>
빈집을 개조하여 예쁘게 리모델링하고 꾸며서 민박집으로 거듭난 <은혜당>을 찾아 영덕으로 향했다. 경북 영덕군 축산면 상원길 109-24번지에 있는 <은혜당>은 100년 된 빈집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이 집을 아름답게 꾸민 박태준(69세) 씨와 그의 아내 조명숙(67세) 씨를 만났다.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 100년 된 이 가옥은 거의 폐가에 가까웠다. 동네 사람들이 무서워서 근처에도 오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쑥대밭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내는 이 집을 보고 첫눈에 사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어릴 때 집성촌 향수가 있어서 이런 옛집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남편은 포항에서 근무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었고 아내와 뜻이 맞아 이 집을 1억 조금 더 주고 덜컥 구매했다. 무슨 폐가를 1억 넘게 주고 사느냐고 하겠지만 땅이 400평 가까이 되었고 마당도 넓었다. 건물 주인인 맏아들을 찾아 상속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받고 땅을 사들였는데 나중에 집을 다 고치고 나니 집을 안 팔겠다고 해서 소송까지 가게 되었고 결국 웃돈을 더 주어야만 했다. 

집은 지난 10여 년 동안 남편의 손으로 수리했는데 지금도 꾸준하게 가꾸고 있다. 박태준 씨는 구옥의 골격 자체와 기와는 그대로 살려두고 색깔이 변한 곳은 덧칠하여 되도록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현재의 <은혜당>은 누가 보아도 탐이 날 만한 고풍스러움을 간직한 멋진 민박집이 되었다. 아내 조명숙 씨가 차려낸 밥상은 눈과 입이 모두 즐거웠다. 산에서 직접 채취한 자연산 두릅, 도다리쑥국, 제철에 맞는 나물무침 등 푸짐한 한 상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못 하는 요리가 없고 계절마다 다른 밥상을 차려내 입맛을 돋운다고 자랑이었다. 

<은혜당> 곳곳에는 남편의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간이 많았다. 딱따구리 모양의 초인종, 꽹과리로 만든 시계, 소 구유로 만든 수납장, 툇마루에는 할머니가 혼수를 담아둔 장을 이용해 신발장을 만들었다. 또 바퀴 달린 수레에 솥뚜껑을 올려서 음식을 해 먹는 이동식 솥뚜껑 불판도 인상적이었다. 본채는 두 부부가 살고 있고 민박은 총 3채를 운영하고 있다. 수입은 비수기와 성수기가 다르지만, 대기업 간부 정도는 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도 폐가로 방치되어 경관을 해치던 집이 멋지게 고쳐져 사람들이 들고나는 것을 보고는 마을이 환해졌다고 반기고 있다. 둘러보니 <은혜당>의 백미는 정원이었다. 곳곳에 심어 놓은 꽃과 나무들이 집을 더욱 환하게 만들고 있었다. <은혜당>을 찾는 손님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겁다는 부부는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고 있다.

폐교를 임대해 <룰루랄라 교육농장> 만들어
<룰루랄라 교육농장>은 영덕군 창순면 오서로 471번지에 있다. 이곳의 주인장은 최병인(57) 씨와 그의 아내 박수정(53) 씨다. 최병인 씨는 원래 대전에서 조그만 사업을 했는데 IMF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2008년 고향 영덕으로 귀향했다. 처음에는 농사를 지었는데 농사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사람을 쓰자니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워 집에서 먹을 정도만 소작농을 하기로 하고 농사일을 접었다. 이후 할 일을 찾다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년 반 정도 마을 사무장 일을 맡아했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영덕군 창순면에 있는 미곡분교였다. 학교를 임대하여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분교를 임대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농촌 체험으로 벼 심기, 고구마 캐기, 감자 캐기를 시작했는데 운영비도 나오지 않았다. 영덕 군민이 모두 합해 3만 5천인데 아이들은 더 적으니 당연히 소비자 수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후 2014년 교육농장 지정을 받고는 아예 캠핑장 허가를 냈다. 당시 강원도 쪽에서 글램핑이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덕에서 최초로 캠핑장 허가를 받은 후 2014년부터 교육농장과 캠핑장을 겸해 운영하였다. 전국에 약 3,500개의 캠핑장이 있는데 영덕은 상대적으로 먼 위치에 있어 1박 2일 코스로 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하자 어느새 입소문이 퍼져 2019년부터 손님이 오기 시작했다. 

미곡분교는 70년도에 개교하여 94년도 폐교되었는데 오랜 세월 덕분에 학교에 심어 놓은 나무들이 크고 멋졌다. 텐트는 운동장 가에만 설치하게 되어 있어서 30개만 운영하는데 간격이 넓다 보니 거리가 유지 되어서 팬데믹 시기에도 오히려 인기를 끌었다.
<룰루랄라 교육농장>의 구호는 “즐겁고 재밌고 신나게!”이다. 최병인 씨는 이 구호를 늘 생각하면서 쉬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고, 즐겁고, 여유롭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 면에서 2018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22년부터 수익이 나기 시작했는데 약 5,000만 원 정도 수입을 올렸다. 3,000만 원은 캠핑장, 2,000만 원은 체험에서 수익을 냈다. 

지난 2019년도에는 학교가 1m 정도 물에 잠기면서 물건들이 다 떠내려가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교육청에 내는 임대료는 원래 1,600만 원이었으나 코로나로 절반 줄여주어 700만 원을 냈다. 그러나 학교는 임대하고 있기에 마음대로 리모델링을 할 수도 없었다. 일부 교실은 방으로 만들고 텐트나 교실에서 잘 수 있게 해놓았고 식당은 체험장으로 바꾸었다. 아내가 만든 정원에는 튤립이 예쁘게 피어나고 있었다. 정원의 이름은 ‘아내의 정원’이라고 붙였다. 정원에는 아내가 정성스럽게 가꾼 꽃들과 화분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상쾌해졌다. 학교 부지가 3,500평이라 워낙 넓어서 매일 청소와 풀베기를 해야 하는데 학교에는 개나리를 비롯한 여러 꽃이 피었다 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다른 사업자와 법인을 만들어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로 조청 강정을 만들고 오란다를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데 과자 이름은 “바다가 오란다”이다. 
귀농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자신은 돈을 많이 벌려고 귀농한 것이 아니고 편하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귀농을 했는데 아무래도 지방이다 보니 텃세가 있었다. 심지어 그는 이곳 출신인데도 텃세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만약 귀농하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그 동네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한 달 살기, 1년 살기 프로그램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접 살아보고 그곳 사람들과 잘 맞는지 판단을 해야 한다. 귀농하면 정보도 같이 얻어야 하고 더불어 살아야 하기에 이와 같은 검증은 필요한 과정이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다고 하여 오자마자 땅 사고 집을 사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을 덧붙였다. 

룰루랄라는 최병인 씨 부부의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처음에는 적자도 보고 풍요롭지 않았지만, 초등학교 2~3학년에 내려온 아이들은 다 커서 모두 서울에서 취업했다.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학교를 매입하는 것이다. 임대이다 보니 마음대로 손볼 수가 없고 다만 불편한 부분만 조금씩 고쳐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 캠핑장을 찾는 고객들이 모두 즐겁고 신나게 지내다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소설가 전정희가 만나는 영덕 이야기

영덕을 대표하는 유명 관광지
*삼사해상공원&어촌민속전시관
최고의 동해 전망대 삼사해상공원&어촌민속전시관
‘동해의 기상을 품어 안고 푸른 바다를 노래하는’ 삼사해상공원과 어촌을 담은 영덕의 아름다움을 갖가지 테마로 선보여주는 영덕어촌민속전시관

*강구항(풍물 거리-영덕대게·수산물)
특산물인 대게의 집산지이며 영덕을 대표하는 항구로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촬영지로 유명한 동해안 최고의 아름다운 항구

*해맞이공원
음악과 조각이 있는 동해의 아름다운 휴식처 해맞이공원에는 블루빛 바다를 조망하는 전망데크와 아름다운 야생초가 어우러진 산책로와 쉼터가 있으며 야경 또한 환상적이다.

*풍력발전단지
사계절 바람을 이용해 미래 에너지를 생산하는 풍력발전단지, 전시와 체험공간으로 구성된 신재생에너지전시관, 그리고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항공기 전시장, 영덕해맞이캠프장 등 바람의 기적을 일으키고 있는 영덕의 새로운 관광명소

*대게 원조마을
영덕이 꼽은 최고의 원조마을로 영덕대게의 본고장 맛과 함께 블루로드 2코스의 가장 아름다운 해안변을 뽐내는 아름다운 어촌마을

*괴시전통마을(목은이색기념관)
조선 시대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엿볼 수 있는 동해 양반마을의 고풍스러운 얼이 담긴 괴시리전통마을. 학식과 인품으로 모범적인 영양남씨 집성촌에는 물소와 서당, 괴시파종택 등 14점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대진, 고래불 해수욕장
관어대로 불리는 상대산이 넓은 바다와 모래사장, 영해 평야를 조망하는 아늑한 전망대가 되어주는 곳. 해양레저스포츠를 위한 기반시설을 겸비한 어항이자 고요와 사색이 머무는 아늑한 대진해수욕장. 송천과 조화로운 송림공원을 경계로 펼쳐지는 장장 8km의 명사 이십 리 고래불 해변과 고래불의 밤을 수놓는 불꽃 분수가 아름답다.

*신돌석장군유적지
우리나라 최초의 평민 출신으로 항일운동에 앞장섰던 의병장 신돌석, 그의 업적을 빛내기 위해 설립된 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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