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돌아오다 참변…그리스 열차 정면충돌, 최소 40명 사망
축제 돌아오다 참변…그리스 열차 정면충돌, 최소 40명 사망
  • 전성철 기자
    전성철 기자
  • 승인 2023.03.02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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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중부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열차 2대가 정면으로 충돌해 최소 40명이 숨지고 85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구조·수색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인명 피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그리스 공영 방송사 ERT는 최대 60명의 생사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춘제 카니발 시즌을 맞아 월요일인 지난달 27일도 공휴일로 지정돼 황금연휴를 즐기고 귀향하던 대학생 등 젊은층이 많이 열차에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슬픔을 더하고 있다.

AP, 로이터 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밤 자정이 조금 안 된 시각,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주 라리사 인근에서 여객 열차와 화물 열차가 정면충돌해 여객 열차의 일부 객차가 탈선하고 불이 붙었다.

여객 열차는 수도 아테네에서 출발해 북부의 제2 도시 테살로니키를 향하고 있었으며, 승객 342명과 승무원 10명이 타고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화물 열차는 테살로니키에서 라리사로 가고 있었다.

사고 당시 여객 열차는 지하터널을 막 벗어나 고속으로 주행하던 중 마주 오던 화물열차와 정면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50~60명 생사 불명…한국인 피해자는 없어

현지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 사고로 현재까지 40명이 숨지고 8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부상자 85명 중 66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중 6명은 중태에 빠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소방 당국은 전했다.

일부 승객은 강력한 충격 때문에 객차의 차창 밖으로 튕겨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신은 사고 현장에서 30∼4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다.

한국인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스 당국자들은 테살로니키를 향하던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상당수가 긴 주말 기간 축제를 즐기고 돌아오던 대학생들이었다고 말했다.

미나 가가 보건부 부장관은 "이해하기 힘든 끔찍한 비극"이라며 "이 아이들의 부모들에 대해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색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ERT는 1일 오후 현재 50∼60명의 생사가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소방당국 대변인은 "두 열차의 충돌이 너무 심각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구급차 수십 대가 투입됐으며, 화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인근 병원에 비상경보를 발령했다고 덧붙였다.

dpa 통신은 한 구조대원이 현장의 취재진에게 "대부분 부상자가 머리를 다치거나 팔, 다리 골절 등을 당했다"라며 "불행히도 아직 많은 사람이 잔해더미 아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 '선로 변경 잘못' 혐의로 역장 체포

그리스 경찰은 두 열차가 어떤 경위로 정면충돌하게 됐는지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해 라리사 역장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라리사 역장이 여객열차 기관사에게 선로 변경을 잘못 지시한 탓에 두 열차가 같은 선로를 달리다 충돌한 것으로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현장의 철도 신호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기술적인 결함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선 그리스의 노후화한 철도 시스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그리스는 여전히 철로가 하나밖에 없는 단선 구간이 많고, 신호 및 자동 제어 시스템도 설치되지 않은 지역이 많다"고 지적했다.

코스타스 아고라스토스 테살리아 주지사는 TV 인터뷰에서 "매우 강력한 충돌이었다. 끔찍한 밤이다"라며 "현장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1, 2호 객차는 파손돼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고 3호 객차는 탈선됐다"며 "잔해와 차량을 들어 올릴 크레인과 특수 중장비를 들여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SKAI에 방송된 영상에서도 탈선된 열차 칸들은 창문이 깨지는 등 심하게 훼손됐고 두꺼운 연기 기둥이 공중으로 치솟는 모습이 보인다. 인근 도로에는 부서진 열차 잔해가 흩어져 있다.

사고 현장에 화재로 인한 짙은 연기가 가득 차 있어 구조대원들은 헤드램프를 착용한 채 열차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했다.

인근 다리 아래로 대피한 한 청년은 SKAI에 "열차 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승객 안젤로스 차무라스는 ERT에 "지진이 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미한 부상을 하거나 다치지 않은 승객들은 130㎞가량 북쪽에 있는 목적지 테살로니키를 향해 버스로 이동했다. 경찰은 부상자와 실종자 파악을 위해 버스로 이동한 승객들의 명단을 작성했다.

열차의 네 번째 차량에 타고 있었다는 한 10대 승객은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 현지 기자들에게 "사고 당시 급제동이 걸리는 것이 느껴졌고 불꽃이 튀면서 열차가 급정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탄 칸은 탈선하지 않았지만 앞 차들이 탈선해 부서졌다"며 "첫 칸에서는 불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유리창을 가방으로 깨고 가까스로 탈출했다고도 했다.

◇ "그리스 최악의 열차 사고에 책임" 교통장관 사임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교통부 장관은 현지 언론에서 "그리스 사상 최악의 열차 사고"로 부르는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그리스 정부는 3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모든 공공건물에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사고 현장을 방문해 사고의 원인을 찾아내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몰도바를 방문 중이던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대통령은 "국민들 곁에 있기 위해, 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은 성명이나 SNS에 게재된 글을 통해 사고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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