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택 칼럼] [7] 이제 나는 너희를 개같이 대해주마(2)
[노만택 칼럼] [7] 이제 나는 너희를 개같이 대해주마(2)
  • 노만택
    노만택
  • 승인 2023.02.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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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택루쎄의원 원장 노만택 박사

  정말 후회가 되었다. 이 정도면 골수염으로 번질 것이고 그러면 다리 절단해야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피부는 근골격계의 가장 중요한 방어선이다. 피부가 상하면 그 이래 쪽 조직은 외부의 험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염증이 낫지 않고 안으로 진행되기 쉽다.. 그래서 정형외과의사들은 조직의 중요한 순서를 피부, 신경, 뼈, 관절, 힘줄 순으로 생각한다. 

  한 쪽 다리가 없이 절뚝거리면 평생을 살아야할 녀석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큰 뼈의 골절도 아닌데 작은 뼈의 골절에 캐스트를 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후회와 미안한 마음에 마루의 상처를 정성껏 드레싱하고 붕대로 감싸두었다. 고단위 항생제를 주사하고 먹이기도 하고. 그리고 마루를 다른 개들로부터 격리했다. 며칠간의 치료에도 마루의 상처는 좀처럼 나을 기미가 없었다. 비교적 능력이 있다고 소문난 정형외과 의사이고 창상치료에는 초짜 의사시절부터 한 솜씨 한다는 나였는데...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다리에 캐스트를 한 개. 위 사진은 본 칼럼과 관련 없음.

  나는 조심스럽게 마루의 상처를 푼 다음 그 대로 내쳐두기로 했다. 이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인데. 붕대를 풀어놓자 마루는 그 즉시 자신의 상처를 입으로 핥아대기 시작했다. 다음 날 정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마루의 상처는 하루 만에 아주 다르게 변해있었다. 아무는 기색이 보였다. 인간의 손에 의한 소독약치료보다 녀석의 혓바닥에 의한 자가 치료가 훨씬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고 있었다. 나는 마루를 믿기로 했다. 아니, 자연을 믿기로 했다.

 며칠 지나서 나는 마루를 다시 동료들과 합쳐주다. 거기에서 다시 한 번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다른 녀석들이 마루의 상처를 핥아주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때서야  마루에게 먹이는 항생제를 마음 놓고 끊을 수 있었다. 녀석들이 스스로 치료하는 동안 1주일이 지나자 상처는 거의 아물었고 1달 쯤 지나자 상처가 아문 자리에서 털이 돋아났다.

위 사진은 본 칼럼과 관련 없음.

  마루는 오늘도 대장이나 주인에게는 아부를 하고 다른 녀석, 특히 삽사리만 보면 질투에 차서 으르렁거린다.

  나는 이 번 사건을 겪으며 개를 개답게 대하는 것을 배웠다. 개는 자연이다. 인간과 친화되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자연이다. 특히 나의 개들처럼 밖에서 크는 대형견들은 여전히 자연이다. 개가 주인이나 대장에게 복종하는 것은 충성심이 아니고 단지 본능이다. 개들은 하찮은 상처나 골절은 스스로 치유한다.

   “그래, 이제 나는 너희들을 개같이 대해주마.” 나는 새로운 다짐을 한다. 그리고 사람을 사람처럼 대하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그대로 보자. 사람을 사람같이 개를 개같이. 물론 사랑으로. 개를 인간의 잣대로 보지 말고 자연대로 보며 그들을 돌봐주고 친구로 지내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개판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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