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군 북분리가 '기업형 새농촌 도약마을'이 된 이유
양양군 북분리가 '기업형 새농촌 도약마을'이 된 이유
  • 박재균 기자
    박재균 기자
  • 승인 2022.12.2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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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군 현남북 북분리 함종천 이장의 특별한 인터뷰
- 소득 증대형 농촌 마을의 모델 제시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다. 특히 자식이나 제자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이 격언을 실천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성공한 사업가들은 자식에게 많은 유산을 물려주기 보다는 물려준 재산을 지키는, 가능하다면 재산을 더 불려나갈 수 있는 능력과 안목을 넘겨주기를 바란다. 훌륭한 학자는 지식을 제자에게 주입하기 보다는 자신이 이룬 학업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고 싶어 한다. 자식이나 제자가 언젠가는 홀로서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농촌도 마찬가지다. 농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꾸준하면서 적정한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 농사가 안정적이면서 소득이 높은 사업이면 좋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일부 고소득 작물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농업은 자연 재해에 취약해 불안정하고 소득이 낮으며 강도 높은 노동을 요구한다. 거기에 점점 고령화하고 있는 농촌. 과연 어떻게 농가는 소득을 올릴 수 있을까?

양양군 현남면 북분리 기업형 새농촌 도약마을 수상(좌측에서 두 번째가 함종천 이장)

“기업형 새농촌 도약마을”

기업이면 기업이고 마을이면 마을이지, 기업형 마을은 무엇인가?

기업형 새농촌 마을 만들기 사업은 마을 공동체가 중심이 되고 주민이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농촌마을을 만들기 위해 강원도가 2016년부터 새로 도입한 사업이다. 마을에서 공동 사업 - 돈을 벌기 위한 비즈니스 - 을 선정하고 마을 사람들이 기업의 임직원처럼 일을 해서 소득을 올리는 방식이다. 어떤 마을은 공동으로 양식사업을 하고, 어떤 마을은 공동으로 가공업을 하고, 어떤 마을은 공동으로 농사를 짓기도 한다.

지난 11월 11일에 총 13개 마을이 새농촌 우수마을로 시상을 받았다. 8곳은 도약마을로, 5곳은 선도마을로 선정된 가운데 양양군 현남면 북분리(이장 함종천)도 도약마을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양양군 현남면 그 시골에서 어떤 기업형 마을을 만들었다는 말일까? 함종천 이장으로부터 북분리 마을 사업의 배경과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북분솔밭캠핑장 입구에 설치된 안내도

"천혜의 해안 경관을 가진 양양 북분리 해수욕장 해안을 따라 위치한 캠핑장"

"가족형 힐링 캠핑장, 차량 통제로 차 없는 캠핑장" 

박재균 기자(이하 기자) : 북분리는 어떤 기업형 마을입니까?

함종천 이장(이하 이장) : 북분리는 동쪽으로 북분리해수욕장을 두고 있는데, 이곳은 해안을 따라 길게 소나무 숲이 있어 경관이 아름답고 해변 도로에는 마을이 없어 아주 조용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대세인 ‘자연을 통한 힐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북분솔밭캠핑장을 만들어 마을 조합원들과 공동으로 관리하면서 소득을 올리는 것이 주요 사업입니다.

기자 : 캠핑장은 사실 여기저기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북분솔밭캠핑장이 다른 캠핑장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이장 : 철저하게 자연을 즐기는 힐링에 중점을 두고 캠핑장을 계획했습니다. 시끌벅적하게 놀고 즐기는 곳이 아니라 힐링하는 공간으로.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하려면 어떤 환경이 되어야할까를 고민 했습니다.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을 좋게 했습니다. 캠핑장에서 동해 바다를 봤을 때 시야에 자동차가 없도록 했습니다. 자동차는 짐을 내리고 올리는 동안만 들어오고 무조건 주차장으로 이동하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몰래 차를 세우고 나 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관리인이 차를 빼라고 하면 시비가 붙은 적도 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야에 차가 없는 것이 경치를 감상하는데 훨씬 좋다는 것을 느낀 방문객들이 알아서 차를 곧바로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상하차가 끝나면 차를 빨리 이동하라고 캠핑객끼리 자율적으로 통제를 하기도 했습니다.

북분솔밭캠핑장의 데크동. 텐트를 칠 수 있도록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기자 : 자연 경관을 해치는 주차는 모두 뒤쪽 주차장으로 옮긴 것이 주요했나 봅니다.

이장 : 일단 북분리 해수욕장은 경관이 매우 아름답기 때문에 그 부분이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보이는 것 다음으로 들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반려동물 애호가에게는 조금 미안할 수 있지만 캠핑장에 반려동물 반입을 금지했습니다. 반려동물은 관리인이 소음을 통제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주인이 분변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피해가 너무나 큽니다. 가족끼리 힐링하기 위해 백사장 캠핑장에 왔는데 분변을 보거나 밟았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캠핑 자체가 악몽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은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캠핑장의 정체성도 ‘가족 힐링’의 장소로 자리 잡으면서 음주사고, 고성방가 문제도 적습니다. 그렇게 잘 운영되는 점이 입소문을 타서인지 방문객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기자 :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끼리 정보 공유를 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인가요?

이장 : 우리나라에 캠핑을 다니는 분들이 매우 많은 것 같습니다. 그분들 중에 우리 캠핑장을 방문하고 개인 블로그에 후기를 써준 분들이 많습니다. 좋게 써주신 분들이 많아서 점차 방문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아쉬웠던 면을 써주신 내용도 있는데 참고해서 개선할 생각입니다. 어떤 전문 캠퍼는 북분솔밭캠핑장 정도면 전국에서 5위 안에 들 정도의 수준이라고 칭찬을 한 분도 있었습니다.

북분솔밭캠핑장의 노지 15동 자리. 번호 푯말로 자리를 구별한다.

"95개 동으로 구성한 자연친화적 캠핑장"

"주민교육 - 자격증 획득 - 체험 교실로 이어지는 선순환 소득 구조 구상"

기자 : 계속해서 차별점을 설명해 주십시오.

이장 : 우리 캠핑장은 자연친화적인 캠핑장입니다. 캠핑장에서 바다로 가다보면 자연 풀밭이 나옵니다. 어찌 보면 풀밭이고 어찌 보면 잡초밭입니다. 그런데 이 풀밭을 그대로 놔뒀습니다. 왜 일까요? 언젠가 모래사장을 봤는데 바람이 강하게 부니까 모래가 점차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풀이 있는 곳은 모래가 그대로 높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 이 풀들이 모래를 잡아주고 있는 것이구나. 이것들을 없애면 모래사장이 점차 없어지겠구나’하고 느꼈습니다. 해변에 있는 잡초들, 트랙터를 불러서 작업하면 반나절이면 모두 없애 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놔두는 것이 더 자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반전이 생겼습니다. 그 잡초 같던 풀밭에 꽃이 피고 곤충들이 날아오니까 어린이들이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그 풀밭을 그대로 두고 꽃을 주변에 심어 더욱 조경적으로 살린 적이 있습니다.

 

기자 : 현재 캠핑장 규모가 어느 정도입니까?

이장 : 처음에 약 20개 동에서 시작한 것이 지금 90여 개가 됐습니다. 솥밭 사이에 텐트를 칠 수 있는 노지 동이 15개, 테크 동이 80개입니다. 샤워장이 2곳, 화장실이 2곳, 개수대가 2개고 관리실, 매점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컨테이너 건물을 이용한 작은 책방도 있습니다.

 

기자 : 주요 사업 기반인 캠핑장에 대한 소개는 잘 들었습니다. 다시 기업형 농촌 마을이라는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기업형이라면 마을 주민들이 임직원처럼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말인데, 북분리의 인적 자원 활용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이장 : 현재 북분리에는 76가구 약 180명의 주민이 계십니다. 마을회, 노인회, 부녀회, 영농조합법인, 개발위원회, 새농촌 추진위원회 등의 조직이 있습니다. 캠핑장 운영을 시작하면 마을 조합원이 업무를 나눠서 각자 관리를 합니다. 2018년부터 새농촌 도약마을 사업을 위해 지금까지 15회의 주민교육을 실시했고, 북분리 마을 자체적으로 비누공예, 목공예 체험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한 인적자원을 마련했습니다.

 

기자 : 그렇다면 캠핑객을 대상으로 마을 주민이 자체적으로 비누나 목공예 체험 교실 운영이 가능하다는 말씀입니까?

이장 : 그렇습니다. 비누공예와 목공예, 레진아트, 양초공예, 생활공예, 아동요리지도 등에 자격증을 보유한 분들이 계십니다. 내년 성수기에는 체험 교실 운영을 통해 어린이나 부모 모두 캠핌장 내에서 편하고 다양하게 액티비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교육을 통해 주민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이들이 체험 교실을 열어 방문객을 받아 소득 증대로 연결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기업형 새농촌 마을의 목표인 것입니다.

북분솔밭캠핑장에서 해안을 바라본 경치

"농특산 판매장, 캠핑장 시설을 확충하고 마을 축제 강화 예정"

기자 :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가진 양양 북분리의 솔밭에 캠핑장을 만들어 마을 주민이 운영하면서 농촌 소득 증대에 이바지하는 모델, 매우 고무적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또는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묻겠습니다.

이장 : 세상일에 쉬운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표현이 기업형이지 구성원은 모두 마을 주민입니다. 회사처럼 사장이나 관리자가 결정하면 구성원이 따라가는 구조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면서 합의를 보기가 어려울 때는 정말 난감합니다. 방문객의 민원도 곤란하게 할 때가 많습니다. 샤워장을 왜 24시간 열지 않느냐, 개수대에서 왜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느냐, 왜 장작은 못 피우게 하느냐 등. 캠핑장에서 샤워장을 24시간 개방하는 곳은 없습니다. 문을 연다는 것은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24시간을 어떻게 관리합니까? 장작불을 못 피우게 하는 것은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우리 캠핑장의 방침이 아니라 양양군과 소방당국의 방침입니다. 솔밭캠핑장에는 당연히 솔잎이 많이 떨어져 있고 건조하고 바람이 불면 산불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아서 금지하는 것입니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과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방심이 양양에 대형 산불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장이 무슨 맥가이버인줄 아는지 문제가 있으면 온통 저만 찾아서 아주 힘듭니다.

 

기자 : 이장님이 맺히신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장 : 사업 선정 승인을 받은 만큼 양양군으로부터 캠핑장 옆에 부지를 매입, 솔밭마을 농특산판매장을 성수기 전에 만들어서 개장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북분리 해수욕장에서 캘 수 있는 민들조개를 이용한 지역축제도 만들고 주민 교육과 동아리 활동을 강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캠핑장을 확장함에 따라 화장실이나 샤워장 시설도 점검하고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입니다. 또, 가족형 캠프를 지향하는 만큼 가족끼리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미니골프같은 시설도 검토하겠습니다.

북분솔밭캠핑장 내 파란책방(사진:북분솔밭캠핑장 홈페이지)

양양군 현남면에 위치한 북분솔밭캠핑장.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사전 예약을 받는다. 당일 방문 이용도 가능하지만 조기 마감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매서운 강원도 추위 때문인지 동절기에는 캠핑장을 폐쇄한다. 보통은 4월에 온라인 예약 사이트를 여는데 예약 사이트를 여는 날은 좋은 자리 예약을 위해 일명 ‘대기를 탄다’고 한다. 2022년의 경우 4월에 개장해서 11월7일에 폐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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