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2년래 최대 역전폭 부담…내년 3.5% 이상으로 올릴수도
한은, 22년래 최대 역전폭 부담…내년 3.5% 이상으로 올릴수도
  • 정욱진
    정욱진
  • 승인 2022.12.1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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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다시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 기준금리와의 격차가 22년여 만에 가장 큰 1.25%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에서 빅 스텝으로 긴축 속도가 줄었지만, 연준의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오히려 4%대에서 5%대로 높아진 만큼 앞으로 한미 금리 차이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내년 상반기까지 빅 스텝은 아니더라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한 금리 격차를 방치하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겨우 진정된 물가까지 다시 들썩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미국 연준 "당분간 긴축 기조"…이번 인상기 최종 금리 5% 넘을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3∼1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3.75∼4.00%에서 4.25∼4.50%로 0.50%포인트 올렸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7.1%)이 10월(7.7%)과 시장 전망치(7.3%)를 모두 밑돌자 6·7·9·11월에 이은 5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피하고 빅 스텝으로 보폭을 줄였다.

하지만 긴축 속도만 다소 더뎌졌을 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한 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기조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내년 금리의 중간값은 5.1%로 전망됐다. 앞서 9월의 4.6%보다 오히려 0.5%포인트나 높아졌다.

결국 연준이 '조금 천천히, 그러나 더 높은 수준까지 오래'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제는 (인상)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종 금리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지를 생각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어느 시점에는 긴축 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상당히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점차 목표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긴축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 한은 내년 3.5%에서 그치면 '역대 최대' 1.50%p이상 벌어질 수도

연준의 빅 스텝으로 한국(3.25%)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격차는 1.00∼1.25%포인트로 벌어졌다.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린 1996년 6월∼2000년 5월(한·미 금리 역전기 1996년 6월∼2001년 3월) 당시 우리나라보다 미국 금리가 최대 1.50%포인트 높은 시기가 6개월(2000년 5∼10월)이나 이어졌는데, 이후로는 이날 1.25%포인트가 최대 격차 기록이다.

더구나 점도표에 찍은 대로 연준이 이번 인상기 최종 금리 수준을 5% 안팎까지 높일 경우, 한미 금리 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0%p 또는 그 이상까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질문에 "대다수 위원이 3.50%를 제안했다"고 답한 바 있다.

한은과 연준이 현재 시점의 예상대로 내년 각 3.5%, 5.0%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면 격차는 1.50%포인트에 이르고, 한국 경제는 내년 상당 기간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 한은도 상반기까지 인상 기조 유지할 듯…빅스텝 압박은 줄어

이에 따라 한은도 내년 1월 13일 베이비 스텝을 시작으로 당초 시장의 전망보다 더 오래, 높은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3.50% 이상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화가 절하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은 높아지는 만큼, 힘겹게 정점을 지난 물가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앞서 8월 말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우리 금리 정책에는 국내 요인이 먼저고 (그 다음에) 미 연준의 영향을 본다"고 강조했지만, 지난 9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곧바로 10월 두 번째 빅 스텝을 단행한 것처럼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가 연준의 긴축 속도와 기간, 그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을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연준이 긴축 속도를 줄이면, 한은도 세 번째 빅 스텝까지 동원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신용 경색 상황과 내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기 둔화 등을 고려할 때 한은 입장에서도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긴축 기조는 유지하되 그나마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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