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태 칼럼 ] ESG 평가에는 가치관, 즉 기업경영철학이 중요하다!
[김종태 칼럼 ] ESG 평가에는 가치관, 즉 기업경영철학이 중요하다!
  • 김진선 기자
    김진선 기자
  • 승인 2022.12.09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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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적 가치와 정신에 깊은 공감과 이를 기업 경영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관한 진심 고민이 선행돼야

ESG 경영과 평가는 지난 몇 년 사이에 국내외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기업들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살피고 ESG 경영과 평가를 준비하려 하지만 어떤 기업들은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평가기관도 다양하고 평가항목도 매우 방대해 복잡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ESG 경영이나 평가는 기업의 잠재적 리스크와 외부의 투자유치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기준이 되고 있기에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기업 스스로 기업 전반의 현황을 객관적으로 파악 및 분석하고, 기업이 능동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런 것이 효과적인 수단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기업의 ESG 평가는 정말 중요할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국내 4대 금융지주로 알려진 우리은행에서 60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10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범행이 이뤄졌으나 아무도 몰랐다. 그것도 제1금융권에서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창구에서 일어났으니 우리 사회에 주는 충격은 실로 크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은행이 지난해 국내 최대 ESG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와 글로벌 최대 ESG 평가기관인 MSCI ESG 평가에서 각각 AA 등급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또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으로부터도 A 등급을 받았다. ESG 평가 사례에서 매우 드문 일인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로 인해 우리 금융은 제1금융권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지배구조 등급인 C등급을 받았다.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는 지배구조 B등급을 받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고려대학교의 문정빈 교수는 SERI-CEO에서 ESG 평가 기준에 3가지 중요한 관점을 제시했다. 첫째는 가중치를 보는 눈이다. 수백 개의 ESG 평가항목에 모두 좋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MSCI ESG 평가에서는 환경 13개, 사회 16개, 지배구조 6개로 총 35개 항목이 있지만 이것을 모든 회사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해당 산업의 특성과 핵심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해 6-10개 항목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가령 코라콜라 회사의 경우 환경 분야에는 물이나 포장재 및 쓰레기양이 주요 평가항목이고, 사회 분야는 건강과 안전이다. 가중치는 기업이 속한 산업군과 관련된 주요 이슈나 ESG 리스크가 무엇인지를 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 기업은 우리 회사에 핵심 사업이 무엇이고 그것과 관련된 평가항목에 주목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는 적절한 평가기관을 선택하는 것이다. ESG 평가기관은 전 세계적으로 100곳이 넘는다. 평가기관마다 항목, 가중치, 측정방식이 상이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기업별 점수에 따라 산정하는 절대평가 방식이고, Refinitiv에서는 항목별로 산업 내 순위를 1-99%로 평가하는 상대평가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에 가장 잘 부합하는 평가기관을 선택하고, 그 방식에 맞춰 ESG 성과 관리를 셋팅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정성적 평가를 중시하는 일이다. ESG 평가는 정량적-정성적 평가가 병행돼 있다. 지난 3년간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실적, 산업재해 발생 건수, 이사회 개최횟수 등 숫자로 표시해야 할 부분이 있고, 경영진의 리더십이나 도덕성 그리고 가치관 등의 숫자로 계량화할 수 없는 정성적 영역이 있다. 이것이 ESG 평가의 핵심 두 기둥이다. 이 때문에 ESG 워싱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ESG 평가의 정성적 부분은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평가기관들은 기업 경영진들과의 인터뷰나 설문 및 기업의 ESG 교육과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ESG 경영에 대한 기업가의 의지나 철학 및 가치관을 확인한다. ESG 경영은 기업가 자신이 갖고 있는 경영철학에 대한 근본적·본질적·체질적 변화를 의미하기에 그것 없이는 ESG 경영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ESG 경영이나 평가는 근본적으로 사회변화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자원을 절약해야 하는 ESG 경영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자연 및 지구 환경의 변화에 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기후위기’ 때문이다. ESG 경영은 이에 대한 시민들의 새로운 인식과 국제사회의 공감에 근거한 것이고 투자회사들의 절박한 인식, 즉 지속 가능한 투자(성장) 때문이다.

기업이나 인간은 자연이나 지구자원을 사용한다. 특히 기업이 훨씬 많이 사용한다. 때문에 기업은 앞장서 사명감으로 자연 및 지구 환경을 지켜야 한다. 지구자원은 무한하지 않다. 지구의 생태 시스템에 따라 지구가 만들어내는 지구의 생태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지구의 생태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용량에 맞춰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각 기업이 ESG 경영을 통해 적절히 조절해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경 및 지구의 위기가 온다는 사실(fact)에 이 시대 시민들과 국제사회가 공감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기업경영인들은 이에 대한 경영철학의 본질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가치관의 변화이다.

그러므로 기업경영자들은 무엇보다 시대변화와 시대정신에 깊은 공감이 있어야 할 것이다. ESG 평가는 평가기관마다 달라 100% 표준화하기도 어렵고, 각 기업이 모든 항목에 좋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적 가치와 정신에 깊이 공감하고 그것을 기업 경영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관한 진심 고민이 선행된다면 적절한 길이 보일 것이다. 이것이 기업경영인들이 숙고해야 할 지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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