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 슬리퍼 응대가 좁쌀 대응?…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했던 문재인은?"
"MBC 기자 슬리퍼 응대가 좁쌀 대응?…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했던 문재인은?"
  • 정성남 기자
    정성남 기자
  • 승인 2022.11.2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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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남 기자]대통령실을 출입하는 MBC 기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취재진이 질의응답(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진행하는 공적인 자리에 슬리퍼를 신고 회견에 임한데 대해, 여권에서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갖췄으면 한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도어스테핑에서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었다는 집권여당의 응대는 좁쌀 대응”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본인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배포했다는 이유로 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한 바 있는데, 당시 문 전 대통령의 응대야 말로 ‘좁쌀 대응’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MBC 기자 ‘슬리퍼’ 논란…與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VS 박지원 “좁쌀 대응”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대통령실이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것과 관련,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출근길 문답을 통해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그런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MBC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는 윤 대통령에 “MBC가 무엇을 악의적으로 했다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로 인해 MBC 기자와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이 언쟁이 벌어졌다. 특히 MBC 기자는 슬리퍼를 신고 도어스테핑에 임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여권에서는 MBC 기자가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언론이 출신인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19일자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때 대통령 뒤통수에 대고 소리 지르고 비서관과 고성으로 싸운 MBC 기자. 잘 보이는 뒤쪽에 있으니 대통령이 얘기할 때 팔짱이야 낄 수 있겠는데, 슬리퍼를 신고 온 건 뭐라 해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김 비대위원은 “이른바 드레스 코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건 너무 무례한 것 아닌가. 대통령이 아니라 남대문 지게꾼과 만나도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는 없다”며 “그게 인간에 대한, 취재원에 대한 최소한의 얘기가 아닌가. 팔짱 끼고 슬리퍼 신고 회견장에 서 있는 모습은 기자라기보다 주총장을 망가뜨릴 기회를 찾고 있는 총회꾼 같아서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자유는 반드시 존중돼야 하지만 언론의 책임과 기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예의도 한번 생각해 보시길”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행 비대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기자가) 대통령 등 뒤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대통령실의 풍경"이라고 말했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도 20일자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과 언론의 만남, 국민의 만남인 도어스테핑이라는 역사적 결실의 장에서 MBC 이모 기자는 ‘쓰레빠’ 질질 끌고 나와 언성을 높이며 난동을 부렸다”면서 “도어스테핑이라는 역사적 산물을 소중히 여기고,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갖췄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여권이 대통령 도어스테핑에 슬리퍼를 신고 임한 MBC 기자를 질타하자, 박지원 전 원장은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이며 국가원수다. 기자는 1호 국민이다. 도어스테핑에서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었다는 집권여당의 응대는 좁쌀 대응”이라고 했다.

박 전 원장은 “대통령께서는 동맹을 이간질하는 MBC 기자의 탑승을 거부한 것은 헌법수호라 하신다”며 “우리 헌법 어디에도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조항은 있지만 비판적 기자를 전용기에 태우지 말라는 조항은 없다”고 했다.

비난 담긴 전단지 배포했다고 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했던 문재인

박지원 전 원장은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었다는 집권여당의 응대는 좁쌀 대응’이라고 주장했지만, 2019년 본인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배포했다는 이유로 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한 바 있는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응대야 말로 좁쌀 대응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2019년 7월경 한 청년단체 대표 김모 씨는 국회의사당 분수대 인근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배포했다.

전단지에는 ‘2020 응답하라. 친일파 후손’이라는 문구와 함께 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홍영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의 아버지 등이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을 했다는 것이다. 또 전단지 뒷면에는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전단지를 배포한 청년단체 대표 김모 씨를 모욕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2020년 6월 11일 <신동아> 보도에 따르면, 당시 김 씨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첫 조사를 받을 때 경찰이 ‘해당 사안이 VIP(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북조선의 개라는 표현이 심각하다. 이건 꼭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어이가 없었다. 북한에서 문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라고 말해도 가만히 있으면서 왜 국민에게만 이러냐고 말했다. ‘북조선의 개’는 내가 만든 표현이 아니라 일본 잡지사에서 사용한 표현을 번역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처벌을 원했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김 씨는 “경찰이 주체는 밝히지 않았다. ‘VIP에게 보고가 됐고, 김 씨를 콕 집어서 이 사람은 처벌돼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니까 왜 대통령 욕을 하고 그러느냐’는 식으로 말했다”고 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7년 2월 9일 JTBC ‘썰전’에 출연해 ‘대통령이 된다면 납득할 수 없는 비판과 비난도 참을 수 있습니까’라는 질의에 ‘참아야죠 뭐.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죠’라고 답한 바 있다. 모욕 혐의는 친고죄에 해당해 당사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며, 당시 본인을 고소한 주체가 문 대통령임을 시사했다.

실제 2021년 5월 4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2019년 전단 배포에 의한 모욕죄와 관련해 처벌 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김 씨를 고소한 주체임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박경미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김 씨를 모욕죄로 고소한 이유에 대해 “이 사안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떠나, 일본 극우주간지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민의 명예, 남북관계 등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해 대응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김 씨에 대한 모욕죄 관련 처벌 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면서도, 개별 사안에 따라 고소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 대변인은 “앞으로 명백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어도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다는 취지에서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격과 국민의 명예, 국가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주장대로라면 ‘허위 사실을 유포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행위’ 등의 사안에 있어서는 대통령이 국민도 고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현재의 윤석열 정부에 적용하면, 대통령실이 MBC를 고소할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비판 대자보 붙였다고 무단 침입으로 수사하고 기소했던 문재인 정부

아울러 문재인 정부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 2019년 4월 보수 성향의 대학생 단체(신전대협)가 패러디 형식을 빌려 문재인 정부의 친중(親中) 노선을 비판하고 홍콩 자유화를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대학 건물에 붙였다가 해당 단체의 의장은 건조물 침입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데 이어 기소까지 됐다.

당시 경찰은 대자보 내용을 문제 삼기 어렵자, 무단 침입 혐의를 적용했는데, 이는 무단 침입은 핑계일 뿐이고 사실은 대통령을 비난했기에 괘씸죄를 적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1심 법원은 신전대협 의장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 법원은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이후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됐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검찰이 기소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도어스테핑이라는 공적인 자리에 슬리퍼를 신고 임한 MBC 기자를 비판한 현 여권의 응대와 본인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했다고 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응대, 그리고 본인을 비난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대학가에 붙였다고 경찰에 무단 침입으로 수사한 뒤 검찰이 기소까지 했던 문재인 정부의 응대를 바라보며 무엇이 더 좁쌀 대응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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