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칼럼] '한상혁 지키기' 한겨레 칼럼 유감… 그리고 강규형의 또 다른 전쟁
[미디어 칼럼] '한상혁 지키기' 한겨레 칼럼 유감… 그리고 강규형의 또 다른 전쟁
  • 박한명 기자
    박한명 기자
  • 승인 2022.07.0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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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지만 한겨레신문의 태도돌변은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실장 직함 김 모씨의 <누구를 위한 방통위 흔들기인가> 칼럼을 보고 든 생각이다. 논설위원실장의 글이니 이 글이 관련 사안에 대해 한겨레의 입장을 대표한다고 이해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우선 이 글은 지나치게 뻔뻔하다. 김 실장은 여권의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압박을 비판하면서 방통위가 방송정책 인허가 관련 업무 국무총리 보고나 감독도 받지 않을 만큼 독립적이고 방통위원들도 안건을 각각 보고받을 만큼 독립적인 ‘합의제 기구’라고 강조한다. 방통위가 치열한 내부 논쟁에도 위원들 간 합의로 운영되는 정권으로부터 독립기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묻자. 이전 문재인 정권 때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 정신에 맞게 운영이 됐던가.

예컨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이효성 위원장의 방통위는 당시 자유한국당 추천 김석진 방통위원이 개인 성명까지 내며 격렬하게 반대하는데도 MBC 방문진 김경환, 이진순 보궐이사 임명을 밀어붙였다. 그때 방통위는 문 정권과 민주당이 자신들의 방송장악문건 대로 친민주당 시민단체, 언론노조와 ‘함께’ 유의선, 김원배 이사를 온갖 수단방법을 동원해 집단 괴롭힘 끝에 사퇴하게 만들어 보궐이사를 선임할 수 있게 만드는 걸 수수방관했다. 더 나아가 정권과 민주당에 복속돼 일할 이사들 명단을 받아 임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왔다. 정권의 방송장악에 ‘1등 부역자’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었다.

이 때의 방통위는 그럼 별나라 방통위였나. 그 꼴을 보고도 문 정권 방통위가 독립기구로서 합의제정신에 맞게 운영됐다고 주장할 수 있냐는 얘기다. 방통위의 합의제 정신이 유난히 강조될 때가 있다. 대개 민주당이 야당 신세가 됐을 때 민주당과 언론노조 쪽이 여당 일에 딴죽을 걸기 위해 늘어놓는 수사에 불과했다. 지금 방통위를 둘러싸고 쏟아지는 얼토당토않은 궤변이 딱 그 시기임을 말해준다.

한겨레신문이 이 ‘불편한 진실’을 모르지 않을 터다. 처음부터 흠집이 많아 부적절한 인사였음에도 문 대통령이 임명해주어 ‘은혜’를 입은 한상혁 위원장이 충심을 다해 정권에 충성할 것이 명백했음은 뻔한 이치였다. 애초에 이런 인물이 위원장에 낙하산으로 앉으면서 방통위가 독립기구나 합의제 기구로서 기능은 마비될 것임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한겨레신문이 어떤 견제나 비판을 했다는 기사를 필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문 정권 방송장악을 전력으로 다해 도운 한 위원장에 대한 여러 비판을 ‘흔들기’로 치부하고 이제와 고상을 떠는 건 후안무치 한 것 아닌가. 한상혁 위원장의 방통위가 독립기구, 합의제기구로서 그동안 존중받을만한 일을 해왔냐는 얘기다. 한겨레신문이야말로 문 정권이 방통위의 합의제 정신을 짓밟고 엿 바꿔 먹어도 외면했던 눈먼 감시자 아니었냐 이 말이다.

법원 판결도 무시하는 언론노조 KBS본부, 노조원들의 행태

이 칼럼에서 가장 뻔뻔하다고 느낀 대목은 뭐니뭐니해도 강규형 전 KBS 이사에 대한 언급 부분이다. 한겨레논설위원실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방통위가 노조 청구에 따른 감사원 감사를 내세워 강규형 이사를 찍어 해임한 것 역시 절차적 공정성을 잃은 일이었다”고 썼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한겨레는 강규형 전 이사에 대한 문 대통령의 해임과 소송, 재판, 판결 과정에서 단 한 차례라도 자신들의 잘못된 보도를 포함해 문 정권 비판, 강 이사와 국민에게 해명과 사과가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없었다. 그동안 단 한 번의 사과와 반성도 없이 전 정권 방송장악 부역자로 맹활약했던 한상혁 위원장을 지키겠다고 뜬금없이 강규형이란 이름석자를 자기 칼럼에 끼워 넣어 잘못됐다고 한다. 심지어 한겨레는 2017년 방통위가 강 전 이사 해임건의를 하자 언론 정상화에 속도가 붙었다고 좋아하지 않았던가? (<방통위, 강규형 이사 해임건의…‘KBS 정상화’ 속도>-2017년 12월 27일자 기사)

그간 사과 한마디 없다 ‘한상혁 지키기용 칼럼’에서 강규형 전 이사 사례를 써먹는다? 이건 한겨레가 강 전 이사를 정략적으로 활용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자신들이 철저히 짓밟아 고통을 당했던 인물을 이렇게 다시 단물 쓴물 안 가리고 빨아먹는 건 언론 도의상 괜찮은 일인가. 굉장히 잔인하고 끔찍하고 교활한 수법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겨레가 강 전 이사에 정식으로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언론에 관한 문제에 있어 한겨레 보도에 진정성이라는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전 교수 얘기가 나왔으니 KBS 언론노조 간부들의 뻔뻔한 작태에 관해서도 몇 마디 언급할까 싶다.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강 전 교수는 2017년 9월 정기이사회에 참석하려던 자신을 물리력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저지했던 성재호 전 본부장 등 노조간부들과 일반 조합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민사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조합원 각 개인들이 물어야 할 배상금을 언론노조 KBS본부가 대납했다고 한다.

필자가 확인하기로 강 전 이사는 언론노조 KBS본부가 아니라 노조 간부들과 조합원 개개인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당연히 법원도 각 피고들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KBS본부가 대납한 것이다. 강 전 이사는 법원 판결대로 각 개인이 배상금을 물것을 요구하고 KBS본부노조가 보내온 배상금은 다시 돌려보낼 수 있게 노조 계좌를 보내라고 상대측 변호사에 요청했지만 처음엔 그렇게 하겠다 해놓고 아직까지 답 없이 배째라 하며 버티고 있다 한다.

이건 조합원 개인이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KBS본부노조는 법 위에 군림한 단체라도 된다는 뜻인가? 그리고 조합원 개인이 물어야 할 배상금을 단체가 대납하는 것은 배임이다. 노조 조합원으로서 활동하다 그렇게 됐으니 조합이 물어주겠다는 뜻인 건 알겠지만 법이란 형식 그 자체 아닌가. 그걸 무시하고 자기들 편리대로 하겠다는 건 KBS본부노조나 문제의 조합원들이나 해당 변호사들이나 모두 초법적 발상에 젖어있다는 걸 증명할 뿐이다.

물론 의도는 짐작이 간다. 조합원 개인이 물어야 할 배상금을 노조가 대납해준 것은 KBS언론노조원들의 사기를 꺾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노조가 그렇게 피해를 커버해줘야 이후로도 강규형 이사 퇴출 투쟁과 같은 전쟁이 벌어졌을 때 조합원을 사지에 앞장세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노조는 앞으로도 KBS를 장악하기 위한 전사로 조합원들을 잘 써먹기 위해 판결도 무시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대납 꼼수를 부린 것이다.

하지만 법은 법이고 원칙은 원칙 아닌가. 노조 간부들과 조합원 개인들이 배상금을 물도록 KBS본부노조가 협조하는 게 맞다. 그리고 KBS본부 노조원들도 강규형 이사를 그런 식의 불법적 행위로 몰아내는 활동 하라고 조합비를 꼬박꼬박 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알기로 노조 쪽이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강 전 이사는 노조의 배상금을 거부하고 피고 각 개인의 계좌를 상대로 압류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지경까지 가지 않도록 노조와 개인들이 협조해야 옳다. 이 사건의 원죄가 강규형 죽이기에 혈안이 돼 물불 안 가렸던 본인들에게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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