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칼럼] 장제원 YTN 사건이 떠올린 방송법 악몽
[미디어 칼럼] 장제원 YTN 사건이 떠올린 방송법 악몽
  • 박한명 기자
    박한명 기자
  • 승인 2022.07.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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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YTN 시사 방송에 출연한 한 패널의 비판 발언에 항의성 전화를 한 것을 두고 방송 개입인지 아닌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가 27일 YTN <뉴스 나이트>에 출연해 “장제원 의원 같은 경우에 오늘 미래혁신포럼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최대 계파의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서 출범을 시켰는데 상당히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나 장제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야 라는 것, 미래혁신포럼에 있는 회원들과 함께 당의 주도권을 행사하겠어 라는 의도가 있다”라고 논평한 것을 불편해 한 장 의원이 정치부 기자에 연락해 해당 방송에 관해 의견을 전했고, 이게 다시 프로그램 제작 담당 편집부에도 전달됐다는 것이다.

자신의 SNS을 통해 폭로 글을 쓴 장 교수는 “방송 개입, 압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장 의원은 “대꾸할 가치가 없다”며 부인하는 모양이다.

YTN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해당 패널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YTN에 출연하는 패널의 발언과 관련해 시청자를 포함한 내외부의 다양한 반응을 청취하고, 그 의견을 정리해 전달하는 건 일상적 방송 업무의 일환”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별도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사건은 국민의힘 내부 권력다툼 과정에서 빚어진 해프닝 정도로 이해한다. 때문에 이 부분은 굳이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다만 이 해프닝이 방송법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점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자. 이 해프닝과 비슷한 광경 언제인가 본 듯한 느낌이 들지 않나. 맞다. 박근혜 청와대 시절 이정현 홍보수석이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KBS 보도국장에 전화를 넣어 사정을 봐달라고 매달리다 언론노조에 고발당해 방송법 위반으로 대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확정 받았던 사건 말이다.

따지고 보면 이정현 전 수석의 소위 ‘보도개입 사건’은 매우 이례적이고 희귀한 사건이었다. 이전 30년 이상 단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방송법 위반 규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문화됐던 방송법은 그때 왜 갑자기 살아났을까. 정치권력 실세가 보도에 불만을 품고 언론사를 찾아가 물 컵을 던져 박살냈느니 아니니 하는 종류의 언론탄압 이야기가 흔하던 시절에도 잠자던 법인데 말이다.

아마도 굳이 방송법을 꺼내들지 않아도 과거엔 정치권력과 언론 사이에 오간 항의와 탄압이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졌거나 양쪽 사이에 그러한 문화를 일정 정도 용인하는 보이지 않는 신사협정이 맺어져 있었던 것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금기가 깨졌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탄핵을 예비라도 하듯 모두가 음울하고 광폭했던 시국 탓이었을 것이다. 어찌됐든 그때 똑같이 광폭했던 언론노조의 고발로 이정현 사건에서 방송법은 좀비가 되살아나듯 살아났다.

방송법이 언론자유·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역설

각설하고 이야기를 다시 돌려보도록 하자. 이정현 사건과 장제원 사건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보도에 항의(이정현·장제원)가 있었고 폭로(김OO·장성철)가 있었다. 다른 점은 언론사의 태도가 정반대라는 사실이다. 이정현 사건 때 KBS는 보도개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지만 장제원 사건에 있어 YTN은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상적인 대목은 YTN이 “YTN에 출연하는 패널의 발언과 관련해 시청자를 포함한 내외부의 다양한 반응을 청취하고, 그 의견을 정리해 전달하는 건 일상적 방송 업무의 일환”이라고 밝혔다는 점이다. YTN의 논리라면 이정현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어야 했다. 청와대 홍보수석도 세월호 해경보도에 관해 충분히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보도 담당자에 전달됐어도 KBS 보도국장은 내외부의 다양한 반응을 청취한 것으로 정리됐어야 했다는 얘기다. 언론의 자유는 법에 의존하기보다 언론인 스스로 우선 지켜내야 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과거 언론탄압이 횡행하던 권위주의 시대도 아닌 민주화 이후 방송법은 권력화 된 방송계 언론계 노조에 의해 거꾸로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이정현 전 홍보수석 케이스가 분명히 보여준다. 비록 언론 현실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어 보이는 헌법재판소가 “방송편성에 관해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방송법 4조2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정치권력이 언론사에 단 한통의 전화만 넣어도 보도개입에 걸릴 수 있도록 유감스러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말이다.

이정현의 KBS와 장제원의 YTN의 태도에서 우리는 확인이 가능하다. 비슷한 행위라도 방송법은 언론사 판단에 따라 어떤 경우는 위반이 되고 어떤 경우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언론사 판단에 언론사를 좌지우지 하는 노조가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우리는 경험에서 알 수 있다. 언론자유를 지키자는 방송법이 특정노조에 의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장제원 의원의 YTN 항의전화 해프닝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는 없다. 그래도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YTN 보도 담당자들이 장 의원의 개입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이 압박이 아닌 정상적인 소통과정이라는데 문제가 될 수는 없다.

필자 개인으로도 이번 해프닝은 장 의원의 부적절한 행위와 별개로 어떤 측면에선 현실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KBS 세월호 보도개입과 무엇이 다르냐’며 또 다른 정치선동으로 끌고 가는 야당 태도에 공감할 수 없다. 특히나 문재인 청와대의 방송장악 주역들인 그들이 할 말은 더더욱 아니다.

이제 방송법은 언론자유를 지키는 수호신은커녕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언론과 정치권력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해치는 지경에까지 왔다는 느낌이 든다. 박근혜 청와대 홍보수석 벌주자고 30년 이상 잠자던 방송법을 부활시킨 법원이나 현실 모르는 헌재의 합헌 결정이 두고두고 아쉽다. 무엇보다 권력을 얻기 위한 정치투쟁에 눈이 멀어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내던지고 툭하면 법원 판단을 악용하려는 일부 언론인 행태가 더더욱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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