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북방함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 장관은 "북방함대는 유럽의 정치·군사 상황이 극적으로 악화해 긴장과 위협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라면서 "올해 500대 이상 고성능 무기 체계가 (북방함대에) 배치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새로 배치되는 무장이 어떤 종류인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쇼이구 장관의 이번 발표는 핀란드 의회가 나토 가입 신청을 할지 말지를 놓고 토론을 시작하기로 한 날 하루 전에 나온 것이다.

20일 핀란드 의회는 자국 정부가 지난주 발간한 백서를 토대로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한 토론을 본격 시작한다.

지난 13일 핀란드 정부는 향후 몇 주 안에 나토 가입 신청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서 자국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백서를 내놨다.

이 백서에서 핀란드 정부는 나토 가입 자체를 명시적으로 권고하진 않았지만, 양자 방위 협정 강화 등 다른 안보 정책 옵션과 함께 가입 시 영향을 평가했다.

또한 현 협력국이라는 지위만으로는 나토의 안보 보장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가입 시 핀란드 또한 다른 나토 회원국을 돕는 의무를 지게 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핀란드는 이웃 나라 스웨덴과 함께 오랜 군사적 비동맹주의 정책에 따라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며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채 협력 관계만 유지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협이 가시화하자 국민 여론이 나토 가입에 우호적인 쪽으로 변화하며 이번 의회 차원의 토론까지 이어진 것이다.

나토 동진에 민감한 러시아는 핀란드 내 이런 움직임에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지난 14일 스웨덴,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한다면 발트해에 핵을 배치하는 등 자국 방어 수단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 쪽에서 적절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어 심각한 군사, 정치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북방함대는 바렌츠해와 노르웨이해에서 북극해·북대서양까지를 주요 작전 지역으로 삼아 활동하는 러시아 주요 해상 전력이다.

이들 바다는 발트해를 내해로 끼고 있는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외해이기도 하다.

독일 킬 대학의 안보정책연구소의 해군 전문가 요하너스 피터스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북방함대는) 전통적으로 러시아 해군의 심장과 같은 전력"이라면서 "핵잠수함·수상 전투함 등 가장 고성능 시스템으로 무장한 함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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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