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단전 하루 13시간으로 악화…경제 위기 심화
스리랑카 단전 하루 13시간으로 악화…경제 위기 심화
  • 이미희
    이미희
  • 승인 2022.03.3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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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부족 등 경제 위기로 인해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는 스리랑카가 하루의 절반 이상을 전기 없이 지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31일(현지시간) 이코노미넥스트 등 스리랑카 언론에 따르면 스리랑카 전력 당국은 이날 전국 대부분의 순환 단전 시간을 13시간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정부는 올해 들어 전력난이 심해지면서 지역별, 시간대별로 돌아가며 단전을 시행해왔다. 하루 총 1∼5시간 수준이었던 단전 시간은 이달부터 7시간, 10시간으로 확대됐고 이날엔 13시간으로 늘어난 것이다.

스리랑카의 전력난이 심각해진 것은 정부에 석유, 석탄 등 발전 원료를 살 외화가 고갈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화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됐고 설상가상으로 건기까지 겹치며 전력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수력발전도 큰 타격을 입었다.

관광이 산업 주력인 스리랑카 경제는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는 민생을 살리겠다며 돈을 찍어내면서 수입 규제와 감세 정책을 펼쳤지만 물가는 급등했고 재정 적자가 심화하는 등 상황은 오히려 갈수록 악화했다.

스리랑카의 올해 총부채 상환 예정액은 70억 달러(8조5천억원)이지만, 외화보유액은 20억 달러(2조4천억원)에 불과해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스리랑카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상태다.

외화 부족으로 필수품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스리랑카 경제는 전력 외 다른 여러 곳에서도 붕괴 조짐을 보인다.

기름을 사기 위해 주유소에서 오랫동안 줄을 섰다가 지친 끝에 쓰러져 숨진 노인도 나왔다. 순서를 놓고 다투던 과정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한 이도 발생했다.

당국은 주유소 주변의 질서를 유지한다며 군 병력을 급파했다.

대중교통도 마비되고 있다.

게무누 위제라트네 민영버스사업자협회장은 전날 스리랑카 매체 뉴스퍼스트에 "민영 버스의 25%만 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취약 등 의약품 부족으로 시급하지 않은 수술은 연기됐고, 인쇄 종이 부족으로 학교 시험도 미뤄졌다.

석유 부족난이 계속될 경우 물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물 공급을 위한 발전기 연료로 경유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민생고를 이기지 못한 주민들은 거리에 몰려나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북부의 일부 주민은 밀항선을 타고 인도로 탈출하기도 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당국은 인도, 중국 등으로부터 '급전'을 빌려오고 있다.

인도는 지난 17일 스리랑카에 신용 한도(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개념) 확대를 통해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를 긴급 지원했다.

인도는 지난 1월에도 5억달러(약 6천억원)의 신용 한도 제공, 4억달러(약 4천800억원)의 통화 스와프 계약 등을 통해 스리랑카를 지원한 바 있다.

중국도 25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지원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스리랑카 당국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 스리랑카에서는 라자팍사 가문이 고타바야 대통령을 필두로 총리와 여러 장·차관을 배출하며 권력을 장악한 상태다. 총리를 맡은 마힌다는 전 대통령 출신으로 고타바야의 형이다.

일각에서는 라자팍사 가문이 사실상 독재 체제로 스리랑카를 통치하면서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악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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