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칼럼] '언론 사찰'… 이럴려고 공수처 만들었나
[미디어칼럼] '언론 사찰'… 이럴려고 공수처 만들었나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2.02.11 11: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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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 뼛속엔 '사찰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공수처, TV조선 현장기자와 전·현 데스크 라인까지 몽땅 조회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문재인 정부에는 사찰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말이 떠올랐다. 자신들 뼛속엔 사찰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기자들 통신자료를 무차별로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고도 이 사건에 대해 ‘그’ 청와대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과거 세월호 유족에 대한 기무사의 통상적인 동향 파악도 민간인 사찰로 몰아 결국 이재수 기무사령관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도 넘는 압박을 가할 만큼 사찰이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정권의 태연한 모습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그때 현 대통령 문재인은 어떠했나.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인 일탈 행위”라고 했다.

공수처를 ‘권력개혁의 핵심’이라고 밀어붙였던 문 대통령은 “이제는 공수처가 ‘독재를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까지 한다.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사정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독재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말도 했다.

공수처는 사건 피의자 통화 상대방을 조사하기 위한 적법절차라고 하지만 사건 관련자도 아닌 정치부 기자, 법원 출입기자, 영상기자들까지 무분별하게 조회했다고 한다.

공수처와 문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김경율 회계사도 통신사를 통해 공수처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사실을 폭로했다.

보통 권력기관이 조사 범위를 넘어 불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때 우리는 불법 사찰이라고 일컫는다. 공수처 수사 대사 중 전직 검찰청 대변인이 있어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TV조선 보도에 의하면 공수처의 해명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TV조선은 공수처가 자사 법조팀 현장 기자와 전현직 법조팀 데스크에 사회부장까지 총 7명의 개인정보와 법조 담당 영상촬영 기자까지 조회했다고 보도했다. SBS 임찬종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지적했듯, 또 필자의 직간접 경험으로 봐도 보통 검찰청 대변인 등과 통화할 가능성이 있는 기자라면 출입처 담당 현장 기자들이다.

‘무능한 언론 사찰 기관’ 오명 공수처, 차라리 문 닫아라

그런데 공수처는 TV조선 법조팀 현장 기자 뿐 아니라 전·현 데스크 라인을 몽땅 조회했다. 또 대변인과 통화할 가능성이 적은 영상촬영 기자의 개인정보까지 조회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TV조선은 지난 4월 소위 ‘이성윤 황제 조사’와 6월 ‘공수처 언론사찰 의혹’을 보도했는데, 바로 이 보도 기자들과 취재를 지휘한 선임자들이 공수처가 가져간 개인정보의 주인공들이라는 점에서 사찰 의혹 심증을 굳히게 한다는 얘기다.

공수처의 조회 시기가 8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고 TV조선의 ‘이성윤 황제 조사 보도(이성윤 지검장이 공수처 청사 외부에서 김진욱 공수처장 관용차에 옮겨 타 공수처에 출석했던 사건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사건)’를 계기로 공무상 비밀누설 의혹으로 내사하던 공수처가 자기들 신뢰도와 이미지에 타격을 준 TV조선 보도 관련 기자들을 몽땅 조회했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것이다. 이 자체만 갖고서도 ‘공수처가 독재를 위한 수단’이라는 건 오해라는 문 대통령의 주장이 완전히 틀렸음을 반증하는 것 아닌가.

공수처가 권력형 비리에 사정의 칼을 대는 기관이 아니라 공수처 포함 권력자와 권력기관을 감시하는 언론을 오히려 사찰한다는 의심을 사는 것은 독재정권으로 가는 전형적인 징후다.

더 어이없는 것은 공수처의 일탈 조짐을 보고도 평소 민간인 사찰, 언론 사찰 문제에 날을 세워왔던 미디어오늘 등 소위 진보 매체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침묵한다는 사실이다. 자신들이 반대하는 언론사 기자들은 마구잡이로 개인정보가 조회되고 민간인 사찰을 당해도 괜찮다는 뜻인가.

‘우리는 아마추어’라고 사실상 고백한 공수처의 무능이 무분별한 조회사실을 정당화할 수도 없다. 탄생 때부터 ‘정권수호처’가 될 거란 예측대로 야당 대선 후보에 대한 표적 기소와 수사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더니 이제는 언론 사찰 의심까지 사는 공수처의 지금과 같은 무능이라면 존재 의미가 단 1%도 없다.

공수처는 권한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신들에게 버거운 칼을 휘두르며 스스로 무너지는 꼴이다. 더 망신당하기 전에 문 닫는 게 낫다. 그리고 공수처가 ‘국민을 섬기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던 문 대통령도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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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컴파일러 2022-02-11 15:24:25 (220.92.***.***)
썩은 놈들 돈 먹은 놈들은 뒤가 구려서 같이 해먹은놈들 이탈 하지 않을 까 노심 초사 하게 된다 반드시 그럴때 이상한 분위기 연출 되면 서로 죽이고 난리 나는거지 나쁜 짓을 하고 잘 먹고 잘 살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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