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경욱의 "나의 투쟁" (2) 개표사무원의 신원확인과 선거관리의 공정성
[칼럼] 민경욱의 "나의 투쟁" (2) 개표사무원의 신원확인과 선거관리의 공정성
  • 민경욱
    민경욱
  • 승인 2021.10.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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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사무원의 공정한 사무를 담보하는 기능이 2018년 4월 6일 사라졌다

 

2018년 4월 6일 국회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개표사무원의 공개 모집은 2014년까지만 있었고, 그 이후에는 공개 모집이 일체 없었다. 공개 모집에 관한 규정이 바뀐 것인가? 아니면 규정은 그대로인데 공개 모집을 하지 않는 것인가? 전자라면 규정을 복원해야 할 것이고, 후자라면 위법 행위가 될 것이다.

개표사무원은 사전투표일이나 본 투표일에 투표소·개표소에서 선거관리를 보조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당적을 가진 경우에도 허용되는 개표참관인과 달리 개표사무원은 당적이 없어야 하고 나아가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한다. 개표사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개표사무원은 선거인의 신분 확인, 투표 안내, 투표함 봉인, 개함 및 집계 등 투개표 절차상 엄격한 공정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보조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2018년 4월 6일 전에는 선거일 전 3일까지 위촉된 투표사무원과 개표사무원의 성명을 공고하도록 하여, 선거인으로 하여금 사전에 공고된 성명과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성명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공직선거법 제147조 제9항, 제174조 제1항, 제218조의 17 제4항, (2018.4.6. 법률 제15551호로 개정 전의 것)].

예를 들면, 홍길동이 개표사무원에 지원하여 공정하고 중립적인 사람으로 평가받아 최종 합격되었다면, 선거일 전 3일까지 위촉한 홍길동을 공고하여 개표현장에서 공개 모집된 개표사무원(홍길동)임을 증명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개표사무원의 공정한 사무를 담보하는 기능이 2018년 4월 6일 사라졌다. 투표사무원 및 개표사무원의 성명 공고 절차를 규정한 위 공직선거법들이 모두 삭제되었던 것이다. 이로써 개표사무원에 누가 합격했는지, 합격한 사람이 개표 사무에 투입되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동 규정 삭제 후 2개월 뒤 2018년 6월 13일 수요일에 대한민국 전역에서 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있었다. 다시 2년 뒤인 2020년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당연히 개표사무원을 공개 모집하는 과정은 없었다. 누가 개표 사무를 맡았는지는 아직까지 설왕설래, 오리무중이다.

동 규정이 2018년 4월 6일 삭제된 후 3년 3개월 뒤인 2021년 7월 12일 정경희의원 등 53인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다. 동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1477)은 제안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해당 공고 규정은 2018년 4월 6일 개정을 통해 삭제되었으며, 당시의 개정 목적이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논의 자료 또한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임. 이에 개정 전 법률의 내용과 같이 성명 공고 절차를 다시 도입하여, 선거관리 업무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음. 이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사무원ㆍ사전투표사무원 및 개표사무원을 위촉한 경우에는 투표일 전 3일까지 그 성명을 공고하도록 함으로써, 선거관리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투명한 선거가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것임“

동 규정들이 삭제되는 과정에서 ‘삭제 목적이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논의 자료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제안 이유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삭제 이유를 듣고자 하는 어떠한 노력과 흔적조차 없었다는 사실이다. 개표사무원 공개 모집에 관한 규정의 삭제에 대해 의원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한 사실도, 의문점을 제기한 사실조차도 없었다는 사실은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 동 규정의 삭제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빈틈없이 치밀한 계산과 전략아래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가리키는 방향은 ‘섬뜩’ 그 자체이다.

그 중요한 선거관련 규정들이 삭제된 후 3년이 지나서야 나타난 복원 노력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동 규정이 삭제될 때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는 사실은 입법부에 대한 신뢰에 근본적 회의를 품게 한다. 법의 제정, 개정을 다루는 국회에서 어떤 법이 개정될 때, 특히 삭제될 때 그 삭제로 인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조차 않았다는 사실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18년 4월 6일 삭제된 법률이 다시 복원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의원의 숫자만으로 볼 때는 원시불능에 가깝다.

삭제된 규정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삭제 주체와 그 의도를 파악해야 하고, 다음으로 삭제 과정에서 어떠한 대응조차도 한 흔적이 없는 사실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과거 삭제 의지와 현재 복원 의지를 비교해보면 복원 의지가 미약하기 짝이 없다. 미약한 원인이 무심에 의한 것인지 무지에 의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 하더라도 외양간이라도 고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그래야 안심하고 소를 다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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