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스투데이는 대기환경 전문기자인 박준재기자를 초빙, 3년 간 심층보도를 준비한 후 창립 13주년을 기념하여 “공기청정기의 진실”을 연재합니다. 본 기사는 문답식으로 이루어졌으며 비전문가도 알기 쉬운 용어로 썼습니다. 박준재기자는 심층보도 준비 중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2년간 특파원 파견을 나갔으며 대기 청정국 스웨덴의 정책과 생활도 소개합니다.

Q4. 보건용 마스크는 1회용인가요?

A4. 네. 1회용입니다. 보건용 마스크는 세탁하면 모양이 변형되어 기능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세탁하지 않고 사용해야 하며, 일반형이나 배기밸브형은 먼지나 세균에 오염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재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필터교체형이나 필터교체·배기밸브형만 필터 교체 후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식약처는 주의를 주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보건용 마스크. 최대한의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세심한 사용과 사용 후 제때에 폐기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본 책에서는 조금 다른 접근을 시도하겠습니다. “1회용”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입니다. 먼저 “1회용”의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대부분의 1회용으로 표시된 것은 실제로 “1회”만 사용하라는 의미보다 제품 자체의 내구성이 지속 사용하기에 부적합함을 표시합니다. 예를 들어, 테이크아웃을 위한 1회용 커피용기, 1회용 종이컵, 1회용 수저, 1회용 비닐봉투 등은 관리 상태나 사용자의 마음먹기에 따라 수 회 반복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기저귀, 물티슈, 면봉과 같이 1회 사용으로 오염이 확연한 제품과 샴푸, 치약, 인공눈물처럼 양적으로 사용 회수가 결정되는 경우는 실제로 1회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보건용 마스크는 어느 부류에 속하는 것일까요?

 

많은 분들이 과연 “1회용”의 1회를 어느 정도로 해석해야할지 의아해 합니다. 하나의 사례를 들겠습니다. 가까운 거리를 도보로 통학하는 학생의 경우 마스크 1회 착용 시간이 10~15분 정도일 수 있습니다. 중간 거리의 직장을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편도에 약 1시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운이 없게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야외에서 일을 해야 하는 작업자는 4시간 넘게 마스크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과연 학생, 출퇴근 직장인, 야외 작업자 모두 “같은 1회”를 사용한 것일까요? 저도 야외 작업자의 마스크는 그날 작업을 마친 후에 바로 폐기하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학생과 직장인에게 등하교와 출퇴근 시에 각각 새 보건용 마스크를 쓰라고 권장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재사용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사유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식약처에서는 보건용 마스크의 세탁을 금지하면서 “모양이 변형되어 기능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라고 이유를 설명합니다. 세탁을 하거나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면 접착된 필터 섬유가 서로 떨어져 간극이 벌어지거나 섬유에 대전한 정전기력이 감소해 미세먼지 제거율이 현격하게 떨어집니다. 세탁이나 청소가 아니더라도 보건용 마스크에 충격을 반복적으로 주거나 필터끼리 비비는 행위를 하면 필터는 반드시 손상을 입습니다. 그렇게 물리적 성질에 변형이 온 마스크는 새 마스크라도 착용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모양이나 물성의 변형이 없도록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 후 잘 관리하면 여러 번 사용해도 괜찮은 것일까요?

 

식약처에서 재사용을 금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먼지나 세균에 오염될 수 있어서”입니다. 먼지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마스크가 먼지에 오염된 것은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지만,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다릅니다. 세균에 오염된 마스크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세균이 증식합니다. 마스크는 배기 호흡의 습기 때문에 세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입니다. 따라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많이 증식하기 전에 마스크를 폐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시점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르니 안전을 위해 서둘러 버리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마스크의 안팎을 손으로 만지지 말아야 하고 얼굴, 입술, 혀 등이 닿지 않게 주의해야 합니다. 이 모든 행동이 오염 방지를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극단적인 예로, 마스크가 오염되지 않았다면 여러 번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요?

 

마스크의 반복 사용에 대해선 이미 많은 분들이 인터넷에서 뜨거운 논쟁을 벌여 왔습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해 실제로 반복 사용하는 분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건용 마스크를 반복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사용자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쓰레기 배출이 줄어 환경적으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 책에서는 수집한 데이터와 논문 등에 근거해 보건용 마스크는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한편, 마스크 제조사는 마스크의 재사용이 판매를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여길 것입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 점을 동시에 설명하겠습니다.

 

미세 입자를 제거하는 기능성 마스크의 재사용은 이미 해외에서도 큰 관심거리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처럼 대기질 문제로 인한 사용보다는 병원이나 작업장과 같은 곳에서 사용하는, 장소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먼저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예하의 국립직업안전보건연구소(NIOSH; 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ecurity & Health)의 자료입니다. NIOSH는 N95 마스크(각주 17 참조) 사용 시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안내합니다.

 

- 인증된 마스크는 위생, 손상, 호흡 저항 등을 고려하여 수명을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 착용 장소가 여과 부담을 많이 주는 경우(예, 200mg)라도 다음과 같을 때 연속 또는 비연속적으로 8시간 이상을 사용 또는 재사용할 수 있다. a)호흡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은 경우 b)총 필터 부하가 200mg 이하인 경우. 즉, NIOSH는 마스크의 상태에 따라 “재사용”을 판단하라.

 

미국의 미네소타주 보건국(Minnesota Department of Health)도 손상되지 않았다면 재사용을 위해 N95 마스크를 깨끗하고 망가지지 않을만한 장소에 걸어서 말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N95 등급의 마스크는 우리나라 KF94 보건용 마스크처럼 방역용으로 사용하는 마스크로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09년 H1N1 독감이 미국에서 유행했을 당시 의료인에게 착용을 권장했던 장비입니다. 물론 조류독감이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이 유행했을 때도 사용했습니다.

 

위의 사례를 보면 보건용 마스크는 조건만 맞는다면 재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가장 우려스런 점은 실수로든 고의로든 성능 한계를 넘어선 보건용 마스크를 계속 사용하는 것입니다. 보건용 마스크의 재사용을 위해서는 손상과 오염을 철저히 방지하고 사용 전 상태를 잘 점검하는 반면, 이상이 발견되면 주저하지 말고 폐기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런 소비자의 재사용 선택은 보건용 마스크 제조사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보건용 마스크는 판매량이 연중 일정한 상품이 아니고 미세먼지나 호흡기 질환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이므로 생산과 재고 조절이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재사용 선택이 판매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제품 효용이 올라가면서 소비자의 체감 가격은 내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개당 1천원인 보건용 마스크를 하루에 1개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구매를 주저했던 직장인이 3일의 재사용을 결심했다면 하루 당 사용 비용이 333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계산하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대기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버스, 지하철, 백화점, 극장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곳은 공기질이 나쁜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금액이 부담스러워 보건용 마스크의 구매를 꺼렸다면, 재사용을 방법을 숙지하고 인터넷을 통해 보건용 마스크를 구매한 후 필요할 때마다 마스크를 착용하기 바랍니다. 보건용 마스크를 자주, 오래 사용할수록 더 많은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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