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매입 임대주택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별 수요나 공가(空家) 현황을 고려하지 않아 지역별 편중이 심각하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22일 나왔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SH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SH는 서울시의 연간 5천호 공급 목표 달성을 위해 매도신청이 많고 매입가격이 낮은 지역의 임대주택 매입에 주력했다.
그 결과 SH가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매입한 임대주택 5천866호 중 절반에 가까운 2천465호가 금천구, 강동구, 구로구 등 3개 자치구에 몰렸다.
감사 기간(2020년 6월 22일∼7월 17일) 이곳의 입주 실태를 확인한 결과 금천구에서는 입주 자격을 갖춘 신청자(712명) 전원이 예비입주자로 선정됐고, 구로구는 1.1대 1, 강동구는 1.5대 1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중랑구·동작구·관악구·도봉구·강북구에서는 입주경쟁률이 낮게는 15.2대 1, 높게는 24대 1에 달했다.
임대주택 수요와 관계없이 매입 임대주택 사업이 진행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또 SH는 선순위 예비입주자의 계약 포기 등으로 공급 가능 물량이 남아있어도 예비입주자 모집공고 당시 뽑힌 이들 외에는 입주 자격을 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도봉구 등 12개 자치구에서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공가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128명이 입주 자격을 받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SH의 전체 매입 임대주택 1만9천495호 중 4천697호(24%)가 공가이고, 비어있는 매입 임대주택의 72%에 해당하는 3천365호는 6개월 이상 장기 공가인 상태다.
특히 2017∼2019년 사이 매입한 임대주택 5천972호 중 1천166호는 단 한 번도 입주가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상황이 이런데도 SH는 공가 발생 원인을 분석하거나 공가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SH는 노후도 평가에서 안전 등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 노후·불량 임대주택에 대해 주거 이전 등의 검토 없이 단순 하자 보수·보강만 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감사원은 SH 사장에게 매입 임대주택이 특정 자치구에 편중되지 않도록 수요와 공가 현황 등을 살피는 방안을 마련하고, 공가 감소 대책과 노후 불량 매입 임대주택 처리 계획을 만들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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