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비극을 희극으로 반복하려는 민주당의 '남 탓'
[박한명 칼럼]비극을 희극으로 반복하려는 민주당의 '남 탓'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1.04.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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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보수정당의 흑역사 따라 가려나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인 논설주간]180석 가깝게 압도적인 국회의석을 가진데다 정권이 장악한 공영방송에 친정권 우호매체들이 즐비하고 매일같이 나팔을 부는데도 언론의 편파보도로 졌다면 상식적인 이야기일까. 4·7 보궐선거가 끝난 후 자성한다면서 언론탓 하는 민주당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선거결과 발표 이후인 8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이번 선거만 아니라 꽤 오래됐는데, 이번 선거에서 좀 더 심했다”며 언론 탓을 했다.

특히나 오세훈 시장의 내곡동 땅 의혹에 대해 언론 검증이 부실했다며 “언론이 꼼꼼하게 따져줘야 했다”고 원망했다. 또 “보궐선거에서 이 정도였는데 대선에서 주권자 판단이 큰 흐름에서 결정되는 선거에서까지 언론이 편파적이거나 그라운드 안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주게 되면 민주주의에 상당히 큰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언론탓도 가관이었다. 선거일 직전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선거에서 언론들의 보도 태도가 한번은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며 “지나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선거 막판 누군지도 모를 제보자를 등장시켜 검증도 없이 내내 생태탕을 외쳐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보도 태도를 알고도 할 수 있는 말일까.

선거가 끝난 후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도 언론 성토가 쏟아졌다고 한다. “언론개혁 없이는 대선 힘들다” “편파적인 언론 행태에 언제까지 휘둘러야 하나” “포털의 편향된 뉴스 보도가 가장 큰 폐인” 등 언론개혁을 주장하는 게시글이 100여개 이상 빗발쳤다. 이런 식의 언론탓은 조국 사태 때나 윤미향과 정의연 사태 때, 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전 장관의 갈등 때도 우리가 봐왔던 익숙한 풍경이다. 다른 사람을 향한 손가락을 무오류와 정의의 화신인 자신들에게 돌려세우지 못하니 패배의 원인이 언론 편파보도에 있고 반개혁 수구가 되어 오세훈에 몰표를 준 20대 청년들에게 있고 ‘조국 지키기가 패배 원인’이라는 김해영 전 의원과 같은 당내 소신파들에게 있는 것이다.

정답을 외면하려는 민주당

답은 간단하다. 민주당은 왜 패배했는가. 이길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퍼주기와 코로나19 방역통제, 심판인 선관위의 편파 판정, 민주당 장외 선거운동원 노릇을 한 KBS MBC TBS의 공영방송의 편파보도, 여당 독주에 제대로 반격 한 번 못하는 무능한 야당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스물다섯번이나 대책을 낼 수밖에 없었던 부동산 정책에서 무능 탓이다. 탐욕의 LH사태, 검찰개혁을 빙자한 검찰 길들이기, 언론개혁을 빙자한 언론통제, 정의를 팔아먹은 정의연 사태, 도대체 상식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힘든 소위 ‘조국 지키기’로 인한 오랜 피로감이 정권심판론이라는 거대한 쓰나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가적 상식을 회복하고 싶은 국민 입장에선 민주당의 이러한 무능과 반성없는 태도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 내년 대선까지 그럴듯한 포장지와 현란한 말재주에 현혹됐던 소위 중도층 국민의 각성을 불러오게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어준은 “소신파가 아니라 공감대가 없어서 혼자된 것”이라고 김해영 전 의원 비판에 날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 식이라면 민주당이야말로 개혁의 소신이 아니라 다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감대가 없어 혼자될 수밖에 없다. 이건 대선에서 4·7 보궐선거와 똑같은 패배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조응천 의원은 선거가 끝난 후 참패 원인으로 엉뚱한 얘기들을 하고 지도부 선출방식을 놓고도 갈등하는 자당을 향해 “재보궐선거 첫 번째 패인은 많은 시민들께서 투표 말고는 우리 당의 오만한 태도를 바꿀 방법이 없다고 느끼신데 있다”며 “아직도 기득권과 무오류의 태도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고 쓴소리 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하지만 “소신파가 아니라 공감대가 없어 혼자된 것”이라는 의식이 팽배한 민주당에 이런 얘기가 먹힐까.

앞으로 민주당은 공언한 것처럼 소위 언론개혁 입법에 올인할 것처럼 보인다. 그 전에 조응천 의원이 꺼내 든 보수정당의 흑역사를 한번쯤은 생각해보길 바란다. 2016년 총선 참패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까지 연전연패를 당했던 원인 말이다. 지금 모습이라면 민주당이 똑같이 반복할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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