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공정성이 수신료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황당한 KBS이사
[박한명 칼럼]공정성이 수신료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황당한 KBS이사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1.03.18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정욱 KBS 이사는 언론 현실을 알고나 있나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거센 반대 여론에도 KBS가 4월 재보궐 선거가 끝나자마자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수신료를 올리려 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양승동 사장과 경영진이 인상 명분을 만들려 이리저리 맞춰보고 나름 구조조정을 해도 ‘무보직자 1억 연봉’이 절반에 가깝다는 기막힌 사실은 성난 여론을 좀처럼 다독이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등장한 것이 국민참여형 숙의 민주주의 등과 같은 꼼수형 방법론이다. 그럼에도 TV를 보지 않는 가구가 늘면서 일부 아파트나 오피스텔에는 수신료 해지 방법을 담은 안내문까지 비치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지금의 세태다.

맘카페와 같은 커뮤니티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중의 이런 분위기는 여론조사 결과로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2월 발표된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국민 4명 중 3명이 수신료 인상을 반대했다. 구체적으로는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반대한다’는 응답이 76%나 됐다. 이러한 결과는 좌우 이념이나 정치 지형을 떠나 국민 다수가 수신료 인상을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와 민주당이 임명한 KBS 이사들이야 이런 민심을 무시할 수 있다 치자. 국회 180석 이상 압도적 의석이란 든든한 뒷배가 있으니까 말아다. 그러나 힘없는 야당 쪽 추천을 받은 이사들은 국민이 원하는 여론을 받들어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시사 프로그램이든 출연자들이든 불공정의 대명사이자 대깨문 놀이터가 된 KBS를 조금이라도 견제하기 위해선 그 방법이 유일한 길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KBS 야당 추천 이사들은 제 역할을 하고 있나. 그런 것 같지 않다. 사실상 여당 정체성을 가진 과거 바른미래당 추천 김 모 이사는 예외로 치자. 국민의힘이 추천한 이사들이 문제다. 이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인물은 그중 서정욱 이사다. 서 이사는 “공정성은 수신료 전제조건이 아니다”며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다. 최근 조사된 민심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발상을 가진 인물이다. 1월 말쯤 수신료 인상안이 KBS 이사회에 상정됐을 때, 미디어오늘이 전한 서 이사 발언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국민들이 ‘나는 KBS를 안 보는데 왜 수신료를 내야 하느냐’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독일 판례 등을 보면 수신료는 시청료가 아니라 특별 부담금이기 때문에 시청과 관련 없이 내야 한다” “또 KBS에 억대 연봉이 많다는 이야기도 수신료 인상 반대 논리 중 하나인데, 감사 결과 등을 통해 방만한 경영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현재 KBS가 신입 사원을 많이 뽑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평균 연봉이 높게 보인다”며 “예산 심의 결과 등을 활용해 이러한 오해를 설득해야 한다”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공정성은 수신료 전제 조건이 아니다” “공정성은 각 정파에 따라 일치하기가 어렵고, 공정하지 못해 수신료 인상이 어렵다면 천 년 만 년 수신료를 이대로 계속 놔둬야 하느냐” 이름을 가린다면 정확히 여권 쪽 이사가 한 발언으로 착각하기 쉬워 보인다. 서정욱 이사의 이러한 발언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도 쉽게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자기 소신파가 무조건 훌륭한 건 아니다

서 이사가 말하는 독일 판례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공정성 논란 등에 휘말려 수신료를 아예 없애자는 분위기의 영국 BBC나 비슷한 논란에 가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신료를 깎기로 한 일본 NHK 사례와 같은 경우는 무시했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하다못해 서 이사가 모범처럼 꼽는 독일의 경우도 공정성 시비가 수신료 인상의 걸림돌이 되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공정성은 수신료 전제 조건이 아니라니? 언론학자 등 다수 전문가들이 이구동성 공정성을 중요한 조건이라고 꼽는데 혼자서 아니라니? 대한민국 여야 정치권과 국민 다수 그리고 해외 공영방송을 둘러싼 각 나라 국민도 자국 공영방송 수신료 납부,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공정성을 꼽는데, 서 이사는 어디 별나라 사고방식이라도 가졌다는 건가. 언론 현실 무시하고 자기 소신 고집하다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좌파세력 도우미만 하다 끝난, 막말로 똥 볼만 차는 공영방송 이사들은 이제 신물이 난다.

보수 정권 때 임명된 사장을 좌파와 함께 의기투합해 쫓아낸 공영방송 이사, 말과 글로는 투사를 흉내 내더니 막상 자리에 가서 할 일은 하지 않고 세금만 축내다 임기 끝낸 이사가 기억나는 사람만 꼽아도 여럿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서 이사는 언론 심각성을 알고나 그 자리에 간 것인가.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서 이사는 지상파 종편에도 출연하지만 특히 대형 보수 유튜브 채널에 자주 출연하는 단골 패널이자 유명 인사다.

소위 보수 스피커로서 활동해오며 일정 정도 대표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가 출연한 방송을 보면 말만 번지르르하고 강할 뿐 별 알맹이 없는 논평도 적지 않다. 당장 유튜브 방송만 찾아봐도 '북원전 문건, 여적죄가 적용되면 사형'이니 '안철수는 나경원으로 정리된다'느니 '김진욱, 이성윤 잡았다 체포영장 들이댄다'와 같은 강한 문구가 적힌 썸네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 이사는 지난 총선에선 방송에 나와 총선은 자유우파와 대깨문의 싸움이라고 강조한 일도 있다. 마치 투쟁력이 강한 투사와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런 사람이 KBS 이사가 되더니 자유우파들이 원하는 바와는 전혀 다르게 자기 입맛대로 독일 판례까지 끌어와 수신료를 인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 눈엔 서 변호사 역시 과거 보수정권 때 ‘무늬만 우파투사’였던 공영방송 이사들이 하던 오류를 그대로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기 소신이 그렇게 중요한데 서 이사가 왜 정당의 추천을 받아 그 자리에 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정당 추천을 받았다고 거수기 노릇을 하라는 것이냐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얘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차원에서 하는 지적이다. 좌우 누가 봐도 쿨한 사람으로 이미지에 신경쓰는 것은 쉽다. 그러나 욕먹어가며 진짜 일을 한다는 것은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힘들고 고된 작업이다.

서 변호사가 말하는 자유우파에는 무늬만 우파, 이미지 우파가 아니라 진짜 일을 할 우파가 절실하다.

4월 보궐 선거 결과가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다. 결과에 따라 KBS 방통위 여당은 수신료 인상을 다시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 지금 태도라면 서 이사는 압도적 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수신료 인상 강행에 여권 도우미 노릇이나 톡톡히 해줄 듯 보인다. 그렇게 해서 이름을 남기면 국민이 잘했다고 알아줄까.

오는 8월이면 임기 3년의 KBS 이사진이 새로 교체된다. 정말이지 야당은 진짜 일꾼으로 이사들을 보강했으면 좋겠다. 언론이 죽어가는 비상한 시기엔 비상한 각오와 인물이 필요하다.

끝으로 서 이사는 KBS 현실이 어떤지 KBS 노동조합이 발간하는 조합지나 성명서라도 좀 꾸준히 읽어봤으면 한다. 고난의 시대에 현실을 외면하고 혼자 고고하게 살기란 쉽다.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