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MBC를 망치는 이들의 적반하장 치트키
[박한명 칼럼]MBC를 망치는 이들의 적반하장 치트키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1.03.1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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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MBC 경영진이 MBC 오보 면죄부라도 되나?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문재인 정권이 흔히 곤란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자주 써먹는 것이 바로 남탓이란 ‘치트키(게임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게 하기 위해 만든 숨겨진 프로그램)’다.

코로나 팬데믹 초반 방역 문제로 시끄러울 때도 메르스 대란의 박근혜 정부가 느닷없이 소환됐고, 시장논리를 역행하는 정책을 남발하다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켜놓고도 국민은 “집값을 올린 건 박근혜 정부”라는 이 정권의 적반하장의 남탓과 직면해야 했다.

언론계에서 벌어지는 남탓도 비슷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KBS와 MBC에서 벌어진 소위 적폐청산이었다. 각각 ‘진실과미래위원회’ ‘정상화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전 정권에서 간부를 하거나 특징있는 보도를 했던 기자들을 골라 ‘공정성을 해친 주역’이라며 보복징계했는데 지금도 친문 매체들은 자기들의 어용본색, 편파보도를 지적받으면 “박근혜 정부가 MBC 망칠 땐 뭘 했느냐”는 논리를 치트키처럼 이용한다.

MBC 간부 출신의 방송문화진흥회 김도인 이사가 며칠 전 MBC 정례 업무보고 방문진 회의에서 작년 10월에 방영된 PD수첩 ‘조국 장관과 표창장 편’ 오보를 정정해야 한다고 말하자 등장한 비판이 딱 그와 같은 논리였다.

문재인 정권 언론정책 방향을 대변하는 심지어 때로는 주도하는 듯 보이는 미디어전문 매체 미디어오늘의 관련 기사 제목이 <朴정부에서 MBC 망친 이들의 적반하장 “공정성” 공세>였다. 어떤가. 이들의 만능열쇠 치트키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방문진 이사로서 오보에 정정보도 지적은 너무나 당연한 업무였다. PD수첩 ‘조국 장관과 표창장 편’은 사실상 조국 일가의 표창장 위조 의혹을 부인하며 반박한 내용이었다. 순전히 조국 일가의 입장에서 검찰을 비판한 것이었다. 그러나 재판 결과 어떤 사실이 드러났나. MBC 보도와는 정반대였다. 표창장 위조 사실이 인정됐고 정 씨는 법정구속까지 됐다. 여론도 조국 일가의 위선과 거짓말을 비판하던 게 대세였다.

공영방송 아닌 사심방송으로 추락한 MBC

MBC보도는 정확하게 이것과 반대였다. 사실에 부합하지도 못했고, 다수 국민의 여론을 따르지도 않았다. 현 권력의 상층인 극소수 소위 친문 핵심의 주장을 따랐다. 전형적인 권력에 아부한 보도였다. 이런 보도가 과연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으로서 맞다는 건가. ‘남들도 다 하는데 왜 나만 신호위반 딱지를 끊느냐’는 논리가 정당한가를 고민해 봤으면 한다.

설령 김도인 이사가 김장겸 MBC 사장 시절 편성제작본부장을 맡아 보도공정성을 해친 면이 있다 치자. 그렇다고 문재인 정권 박성제 사장 MBC가 공정성을 잃고 조국 장관 편과 같은 프로그램 따위로 친권력형 아부 보도를 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지 않은가. 김 이사 말대로 MBC는 친여매체, 청와대방송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건 최승호 사장 시절부터 현재 박성제 사장까지 해온 결과물이다. 이런 이야기 안 듣도록 아이템 선정에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MBC의 소위 검언유착 제보자X 보도는 정치공작으로까지 의심받고, 관련된 최경환 65억 투자의혹도 허위였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의하면 민 모 MBC보도본부장은 최 전 장관이 공인이고, 또 이철 전 VIK 대표의 주장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검찰이 MBC보도는 책임 없어 기소하지 않았으니 문제없다고 반박했다는데, 그렇다고 허위보도 사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MBC가 정상적인 공영언론이라면 그런 허위주장을 검증하지도 않고 무비판적으로 보도했다는 걸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박성제의 MBC나 친문 언론들은 김장겸 사장 시절 보도책임자였던 방문진 이사의 정정보도 지적에 ‘적반하장’이라고 발끈할 게 아니라 검증도 제대로 못하고 오보하는 자기들의 허접한 실력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지 않고 ‘당신들이 비판할 주제가 되는가’라고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고 만능 치트키나 동원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민심에 숨은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반발심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MBC가 청와대방송이라는 근거는 김도인 이사가 제시한 한국미디어경영학회의(KBS·MBC·TV조선 리포트 분석) 연구결과만 봐도 충분해 보인다.

법적으로 면죄부를 받은 것과 언론으로서 양심을 지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김 이사 지적대로 <PD수첩 ‘조국 장관과 표창장 편’>과 같은 친문권력의 입맛에만 맞는 ‘선택적 탐사보도’ 오보에 대해선 정정보도, 사과해야 한다. MBC가 언론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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