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어느 아나운서의 공영방송 KBS 농단
[박한명 칼럼]어느 아나운서의 공영방송 KBS 농단
  • 박한명 기자
    박한명 기자
  • 승인 2020.12.24 09:4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나운서도 알아서 권력에 충성하는 KBS, 이래도 수신료 인상인가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냐는 누군가의 어록이 떠오른다. 

기자가 써준 뉴스 리포트를 그대로 정확히 읽어야 할 아나운서가 정부여당에 불리한 부분은 쏙 빼고 임의대로 읽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진 KBS를 보고 든 생각이다. 

내부 직원들 얘기대로 “KBS 역사상 듣도 보도 못한 사건”이 벌어진 게 아닌가.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왜 했느냐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탓했다는 의혹,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이용구 법무차관과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당 인사의 발언을 김 모 아나운서가 제멋대로 고쳐읽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원래 원고에는 야당 의원이 “정차 중 택시·버스 기사를폭행한 사건 중에서 합의되었음에도 내사 종결 않고 송치한 사례가 있다면, 이용구 엄호사건은 명백한 봐주기 수사다(김웅 국민의힘)”라고 말한 발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이 부분을 생략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뼈아픈 지적을 뺀 것이다.

게다가 야당 의원의 ‘주장했다’를 ‘힐난했다’로 고쳐 썼다고 한다. 

기사를 작성한기자가 중립적 표현을 쓴 것을 김 아나운서가 마치 야당 의원이 감정을 넣어 비판한 것처럼 더 센 표현으로 고쳐 쓴 것이다. 

이용구 차관에 대한 다른 단신 기사에서도 김 아나운서는 ‘택시기사는 술 취한 승객이 행패를 부린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한 뒤 추후 조사하기로하고 돌려보냈습니다’라는 핵심적인 부분을 생략한 채 방송했다.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을 김 아나운서가 빼버렸다. 아나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관한 핵심 정보도 임의로 누락시켜 버렸다. 

‘또 이어 2010년 4억 1000만원에 산 강남구 개포동 대치아파트를 2018년 8억8000만원에 팔아 4억7000만원의 수익을 냈고...특히 권 후보자는 세종시에 특별분양받은 아파트에 거주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대목이라고 한다.

이용구 차관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기초 정보마저 자의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국민 알권리 침해가 분명하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과연 이런 일이 일개 아나운서 단독으로 저지를 수 있는 짓이냐는 점이다. 

일단은 데스크 편집까지 마친 것을 아나운서 혼자 저지른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원고 읽는 시간도 기술적으로 다 맞춰야 했을 텐데, 그 부분까지 개인 혼자 다 처리했다? 믿기 힘들다. 혹시 이용구 차관과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이런 의혹들을 어떻게든 국민이 알지 못하도록 감춰야 하는 입장인 쪽과 모종의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양승동 사장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 할지 지켜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이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KBS에서 벌어진 전무후무한 이 사건에 친문 언론들은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특히나 미디어 감시 매체들은 입에 재갈이라도 채워진 듯, 손가락에 자물통이라도 채워진 양어떤 비판도 하지 않고 있다. 다른 언론사에서 한창 보도가 쏟아진 뒤 노조가 KBS 명예를 훼손했다는 입장문이 나온 뒤에야 기사를 썼다. 한심한 일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김 아나운서의 업무방해, 방송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 정도 선에서 볼 문제가 아니다. 김 아나운서 개인의 일탈 행위인지 조직적인 위법행위인지 양승동 사장과 KBS 감사는 즉각 조사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가감없이 그대로 보고해야 한다. 

KBS는 어떤 언론 기관보다 국민의 알권리에 충실해야 하는 공영방송이다. 그러라고 수신료를 주는 것이다. 이 사건은 그러한 KBS의 역할을 정면에서 위배한 것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심각한 직무유기다. 

지금 여권은 KBS에 수신료 인상이라는 전리품을 안겨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사건은 그 와중에 벌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권을 위해 사냥개처럼 굴던 KBS 아닌가. 채널A 사건 오보도 그러한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번 사건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KBS
수신료 인상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일인지 국민이 다시 알 수 있게 해줬다.

KBS는 한참 지나서야 노조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는데, KBS 해명이 왜 변명인지 다음글에서 다시 다뤄보고자 한다.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한소망 2020-12-25 09:20:10 (106.245.***.***)
비리정권을 향해 알아서 눕는 풀들이 많군요. 기자님 응원합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