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월성원전 수사 본격화...산업부 국.과장 등 공무원 영장 청구"
검찰 "월성원전 수사 본격화...산업부 국.과장 등 공무원 영장 청구"
  • 정지영 기자
    정지영 기자
  • 승인 2020.12.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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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

◈감사 직전 자료 444건 삭제 경위 수사 초점
◈원전 조기 폐쇄 청와대 관여 여부 등도 실체 파악 방침

[정지영 기자]검찰이 어제(2일) 월성 1호기 원전과 관련한 내부 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하는 데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이날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과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A(53)씨 등 산업부 국·과장급 등 공무원 3명의 구속영장 발부를 대전지법에 요청했다.

A씨 등은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지난해 11월께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 등의 부하직원 B씨는 실제 같은 해 12월 2일(월요일) 오전에 감사원 감사관과의 면담이 잡히자 전날(일요일) 오후 11시께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약 2시간 동안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444건을 지웠다고 감사원 등은 밝혔다.

당시 B씨는 중요하다고 보이는 문서의 경우 나중에 복구해도 원래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파일명 등을 수정한 뒤 없애다가, 나중엔 자료가 너무 많다고 판단해 단순 삭제하거나 폴더 전체를 들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감사원에서 "감사 관련 자료가 있는데도 없다고 (감사원 측에) 말하면 마음에 켕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과장이 제게 주말에 자료를 삭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밤늦게 급한 마음에 그랬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산업부 등 압수수색 이후 A씨 등을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했다. 하지만 삭제 지시와 실행 과정에서 피의자 간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 증거인멸 우려 등을 들어 구속 수사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특히 자료 삭제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26일 월성 1호기 관련 내부 보고자료와 청와대 협의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는 감사원 요구를 받자, 대통령 비서실에 보고한 문서 등을 빼고 소송 동향 같은 일부 자료만 같은 달 27∼28일에 보냈다. 삭제는 그로부터 불과 사나흘 이후에 이뤄졌다.

산업부 스스로 청와대 등 윗선과의 소통 근거를 감추려 한 정황을 보인 건데, 검찰은 그 경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오늘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월성 원전 조기 폐쇄시기 방침 결정과 산업부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해당 결정을 전달하는 과정에서의 청와대 관여 여부 등에 대해서도 실체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 10월 20일 이 같은 감사 방해 행위의 책임을 물어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검찰에 사실상 수사를 의뢰(수사 자료 송부)했다.

감사원은 7000여 페이지의 수사참고서류를 통해 주요 피의자와 참고인에 대한 조사 결과와 각종 물적 증거를 피의 사실 별로 정리해 검찰에 전달했다고 한다. 특히 사건 개요, 증거관계, 소결, 적용 법조 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고발장을 넘어 판결문 수준의 수사 자료라는 평가가 나왔다.

감사원은 관련자들에게 감사 방해 혐의뿐만 아니라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저항이 심한 감사는 처음이었다”고 토로했다.  

대전지검의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본류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본류 수사의 핵심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 결과를 조작한 혐의다.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염두에 두고, 경제성을 낮추기 위해 이용률과 판매단가를 고의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와 야당은 정부가 보고서 작성 전부터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을 고의로 떨어뜨렸다고 의심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7년 5월 정기 검사를 이유로 월성 1호기 가동을 멈췄다. 당초 검사 기간은 67일이었지만 8차례 연장되면서 491일로 늘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또 2018년 6월 15일 한수원이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한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도 따져보고 있다. 의결 과정에서 조기 폐쇄에 반대하는 조성진 이사(경성대 교수)를 논의 과정에서 배제하고 의장에서 교체하는 등 이사회 회의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조 이사는 당시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이를 지시한 윗선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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