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반도체 숨통' 끊어 놓겠다?…극단까지 간 미국 제재
화웨이 '반도체 숨통' 끊어 놓겠다?…극단까지 간 미국 제재
  • 김건희 기자
    김건희 기자
  • 승인 2020.08.1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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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 이어 미디어텍 거래도 차단…사실상 전 반도체 해당

"우리는 오늘 화웨이가 미국 기술을 획득하는 능력을 더욱 제한함으로써 화웨이와 억압적인 중국 공산당에 직격탄(direct blow)을 날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華爲) 추가 제재안을 발표한 직후 트위터에 이처럼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5G 첨병'인 화웨이의 '반도체 숨통'을 반드시 끊어버리겠다는 기세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화웨이 제재는 사실상 세계의 모든 반도체 제조사가 화웨이와 거래할 수 없게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상무부의 화웨이 추가 제한은 반도체 칩에 대한 이 중국 회사의 상업적 접근 차단을 목표로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화웨이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거래가 끊어지자 대안으로 찾은 대만 미디어텍과도 거래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의 이번 제재는 지난 5월 내놓았던 제재를 보완하는 형식이다.

지난 5월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가 독자적으로 설계해 TSMC에 맡겨 생산하는 반도체 칩 거래를 막는 데 제재 초점을 맞췄다.

1년여 전인 작년 5월, 미국은 퀄컴과 인텔 같은 자국 반도체 회사들이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기 어렵게 하는 제재를 시작했다.

이에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독자 설계한 반도체 칩을 TSMC에 맡겨 만드는 우회로를 찾았는데 미국은 이 길을 막았다.

그러자 화웨이는 스마트폰용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기성품' 칩을 대만 미디어텍에서 대량 구매하는 우회로를 또 찾아냈다.

이에 미국은 다시 이번 제재에서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라는 조건을 빼 버림으로써 사실상 세계의 전 반도체 부품으로 화웨이 제재 범위를 확대하면서 미디어텍과의 거래도 차단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 제재가 화웨이가 제3의 업체에서 구매하려는 기성품까지 포괄한다는 것이 명확하다"고 못을 박았다.

미국 정부의 제재는 표면적으로는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로 생산된 반도체 칩'을 제재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에서부터 생산 장비에 이르기까지 미국 회사들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반도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화웨이의 반도체 수급망을 와해하려는 미국과 어떻게든 살길을 찾으려는 화웨이 간 '숨바꼭질'이 이어지면서 제재 수위가 극한적 수위까지 치달은 셈이다.

미국은 이번 추가 제재에서 화웨이가 '최종 사용자'가 되는 모든 거래가 새 제재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중간에 다른 회사를 껴 넣는 '편법'으로 미국의 제재망을 빠져나가 반도체를 구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뜻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폭스 비즈니스에 "새로운 규정은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미국의 제조 장비를 조금이라도 사용했다면 (반도체 거래가) 금지되고 (예외적 거래를 위해서는) 면허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확히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의 새 제재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미칠지는 속단할 수는 없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들어 화웨이에 납품하는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역시 제재 영향권에 들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전면적인 반도체 제재 공세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과 통신장비 사업에 모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화웨이로서는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제재가 극한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비축한 대량의 부품으로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이미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자체적으로 설계해 조달하던 치린(麒麟·기린) 계열의 반도체 '절멸'을 선언한 상태다. 경쟁 업체들의 기술력이 계속 발전하는 가운데 화웨이가 첨단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화웨이는 제품생산 과정에서 외국 반도체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이번 (미국의) 제한은 화웨이의 5G 기지국과 스마트폰 사업에 모두 추가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화웨이의 특정 핵심 반도체 비축분은 내년 초면 소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에서부터 이념 문제에 이르기까지 미중 갈등이 신냉전 수준으로 격화한 가운데 미국은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계적인 5G 기업인 화웨이를 향한 압박 수위는 가장 높다고 평가된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과 긴밀한 관계인 화웨이가 미래 사회의 핵심 인프라인 5G망을 장악할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면서 세계 각국이 5G 네트워크 건설 과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반면 화웨이는 미국의 이런 행동이 근거 없는 주장을 바탕으로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 역시 화웨이 등 자국의 선도 기술기업을 향한 미국의 공세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 태도를 보인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의도적으로 탄압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은 중국에 대한 비방과 중국 기업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미국에 촉구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로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고위 당국자들은 자국 기업을 향한 제재 문제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요시하는 1단계 무역 합의 유지와 연동시키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화웨이 추가 제재가 미국 대선을 불과 3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미중 관계를 극단적 갈등으로 몰고 가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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