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신재생 직접 발전' 세번째 시도…이번엔 길 열릴까
한전 '신재생 직접 발전' 세번째 시도…이번엔 길 열릴까
  • 김태호
    김태호
  • 승인 2020.08.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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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한전)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길이 세 번의 시도 끝에 열릴지 관심이다.

한전은 국가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선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재무 상태까지 개선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간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하락, 망 중립성 훼손 등의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 전기사업법 개정안 세 차례 발의…신재생 확대 취지
17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행 전기사업법은 '동일인에게는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1년 발전과 판매를 분리한 전력 산업구조 개편 당시 판매 시장을 독점하는 한전이 발전 시장까지 진출할 경우 공정한 경쟁을 해칠 것을 우려해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장치를 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거래소를 통해 사들여 되파는 구조로 돼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에도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통해 제한적인 범위에서 우회적으로 참여해왔다.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허용하기 위한 의원 입법은 지금까지 세 차례 이뤄졌다.
가장 먼저 2015년 19대 국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이 신재생 발전 사업에 한전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노 의원은 신재생 발전사업이 높은 생산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아 민간 기업들이 기피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한전이 직접 나서야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활성화하고 보급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정부의 반대로 소위에도 상정되지 못하고 검토만 하다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2016년 10월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과 2017년 1월 무소속 손금주 의원이 같은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재생 발전이 지나치게 소규모 사업자에 국한돼 있어 시장 자체의 규모가 크지 않고 기술력마저 뒤처지고 있는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당시에도 정부는 송배전망과 발전 사업을 분리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과 불공정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자 정부도 '조건부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중소 사업자의 사업 영역을 침해하지 않도록 한전 사업을 일정 규모 이상만 허용하고, 한전의 REC 거래를 제한해 가격 급등락을 방지하는 등의 조건을 두기로 한 것이다. 회계 중립성과 망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다만 '탈원전' 정책에 반발하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20대 국회에서도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21대 국회 들어선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이 재차 같은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송 의원은 "공기업을 중심으로 해상풍력단지 개발 등 대규모 신재생 발전사업의 인프라를 조성하고 민간 기업이 동참하는 산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 적극적인 한전 vs 우려하는 민간…정부, 조건부 추진할 듯
정치권에서 꾸준히 한전의 신재생 발전 사업 참여를 추진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와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대형 에너지 공기업의 참여가 필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먹거리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해온 한전의 의지도 작용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선 2017년 수립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2016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7%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계획에 따라 2034년까지 신재생 발전설비 78.1GW(발전설비 비중 40%)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작년 말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16.1GW로, 지금과 같은 민간 중심의 1MW 이하 소규모 발전설비 구축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정부가 2030년까지 12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준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인프라 구축 등에 있어 한전의 역할론이 대두됐다.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참여할 경우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다.

공동접속설비, 발전사업단지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해 민간 사업자들의 사업성을 개선할 뿐 아니라 기술력과 자금 조달 역량 등을 활용한 발전 원가 절감으로 한전의 재무 상태가 좋아지고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민간 발전사들은 계통운영 계획 등 정보를 독점한 한전이 계통이 유리한 곳을 선점해 사업하거나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계통망 접속을 일부러 지연시키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REC 물량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민간 사업자들의 수익이 악화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국회에서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으나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민간 사업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조건을 달아 한전의 신재생 발전 사업 참여에 긍정적인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의 신재생 발전 사업 진출 시도와 맞물려 발전 자회사 노조를 중심으로 한전 그룹사를 재통합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발전 자회사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중복·과잉 투자를 해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재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내부 의견일 뿐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은 없다"며 "사실상 전력산업 구조를 19년 전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라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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