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윤희숙 신드롬’의 교훈
[박한명 칼럼]‘윤희숙 신드롬’의 교훈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8.0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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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개천에서 몸부림치는 90% 국민과 함께 해야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조국 사태가 한창일 때 시중에서는 조 전 장관이 과거에 썼던 글이 자주 소환되곤 했었다.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구속됐을 때가 절정이었던 것 같다.

네티즌들은 조국이 소위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2월 17일 구속되자 “오늘의 노래”라며 가수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을 소개한 트윗을 찾아 올리며 폭소했다. 그 시기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능가한) 조만대장경이 또 적중했다’는 여론의 비웃음은 조국 장관 일가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개인적으로는 조국이 남긴 주옥같은 어록 중에 2012년 법무부 장관 시절 트위터에 쓴 “용이 돼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란 글을 대표작으로 꼽고 싶다. 조국의 이 생각이야말로 친문세력이 꿈꾸는 대한민국의 소위 개혁방향과 목표를 정확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전 정책실장 장하성 중국 대사가 부동산 급등에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 없다’는 말을 내뱉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을 잡은 이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10대 90 사회가 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줄었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란 조국의 생각을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달려왔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들이 너희 90 대다수 국민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문정권은 ‘10% 용들의 세상’은 자기들이 차지하겠다는 야심은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욕망은 들키지 않았나.

야당의 힘은 민심과 함께 할 때 나온다

최순실(최서원)의 딸 정유라는 안 되지만 조국 자녀의 특권과 반칙은 괜찮다는 억지, 자기 자식들은 다 자사고, 외고, 특목고를 보냈지만 나머지는 안 된다는 자사고·외고·과학고 폐지 등 교육 평준화 정책 강행, 나의 다주택은 그럴만한 사정이 있지만 너희들의 다주택 보유는 범죄, 내가 전세를 놓은 것은 이유 있지만 ‘(너희들의 전세는 비정상이고) 월세가 정상’이라는 뻔뻔한 주장이 여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10% 용들의 세상의 주인을 자신들로 교체하면서 뿜어져 나온 거친 욕망의 입김이 90%의 붕어, 가재, 개구리들의 둔한 촉수를 건드리고 말았다. ‘동물농장(조지 오웰)’의 그 유명한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는 디스토피아의 세계는 다시 이렇게 구현된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나는 임차인입니다’란 5분간의 짧은 연설에 국민다중이 열광한 건 그래서 의미가 있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디스토피아를 감지한 90%의 붕어, 가재, 개구리들의 뒤늦은 울부짖음 아니겠나.

야당 초선에 불과한 윤 의원 한명을 몰아붙이는 거여의 모습을 약자에 대한 집단적인 이지매처럼 국민 다수가 받아들이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거대 여당의 부동산법 강행처리 후폭풍이 낳은 ‘윤희숙 신드롬’은 다중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각종 입법이 친문으로의 기득권 교체에 불과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90%의 붕어, 가재, 개구리 국민이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야당의 힘은 부릅뜬 눈과 주먹질에 있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윤 의원은 차분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국민 삶과 직결된 부동산 입법의 모순을 일상의 용어와 비유로 쉽게 설명했다.

거기엔 이념도 관념도 낄 자리가 없다. 이게 바로 민심과 함께 하는 것 아니겠나. 야당에선 앞으로도 계속 제2의, 제3의 윤희숙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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