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주주, 상장폐지 직전 정관 바꿔 거액 퇴직금 챙겨"
"기업 지배주주, 상장폐지 직전 정관 바꿔 거액 퇴직금 챙겨"
  • lukas 기자
    lukas 기자
  • 승인 2020.07.0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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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된 기업의 대표가 상장폐지 직전 회사 정관을 개정해 거액의 퇴직금을 챙기는 등 상장사 지배주주의 보수 지급에 대한 영향력이 과대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6일 '국내 상장기업의 임원 보수 현황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상장기업의 지배주주는 소속 계열회사에 대한 영향력 등을 활용해 자신에게만 유리한 보수 지급 구조를 설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 기업의 퇴직금 지급률은 당초 일률적으로 한 달 치 평균 급여의 1배였다.

하지만 상장 폐지되기 6개월 전에 근속연수 1∼10년, 11∼20년, 20년 이상을 구분해 지급률을 각각 1, 3, 7배로 큰 격차를 둬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퇴직금 지급 규정을 개정했다.

보고서는 "당시 대표이사의 근속연수가 30.5년인 점을 고려하면 상장 폐지 직전 퇴직금 지급률 인상을 통해 사익을 추구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B 기업은 재무 상황이 악화하는 와중에 임원에 대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원래 정관을 개정했다.

이를 통해 대표이사의 퇴직금은 한 달 치 평균 급여의 6배를, 그 외 임원은 1배를 차등 지급하도록 했고 회사는 정관을 개정한 1년여 뒤 상장 폐지됐다.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보수 구조는 퇴직금뿐만이 아니었다.

KCGS가 2013∼2018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천524곳의 등기임원 2천439명을 조사한 결과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의 경우 오너의 가족인 임원 중 29.5%가 1년에 20억원 이상의 현금 보수를 받았다.

반면 가족이 아닌 임원 중 20억원 이상을 받은 사람은 8.7%에 그쳤다.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가 아닌 경우에도 5억원 이상을 받는 비율은 가족 임원이 95%, 비가족 임원은 76.6%로 가족 임원일수록 더 많은 현금 보수를 받았다.

KCGS는 "성과와 연동되지 않은 고정급 비중도 가족 임원이 비가족 임원보다 높았다"며 "지배주주 일가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비가족 임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현금 보수를 받고 있다"고 짚었다.

KCGS는 임원 보수 결정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 보수위원회 설치 의무화 ▲ 보수 산정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공시 강화 ▲ 보수 정책 및 실제 지급 보수금액에 대한 주주총회 승인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임원 보수를 직접 규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개별 임원의 능력, 노력, 기여도 및 성과 등에 따라 임원 보수가 달리 결정되는 것이 '주주가치 관점'에서 최적의 보상체계일 수 있다"며 "직접 규제 방안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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