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공연 제작사, 공연뿐 아니라 관람등급도 만들어 내..."관람객들 눈살 찌푸려"
[국정감사]공연 제작사, 공연뿐 아니라 관람등급도 만들어 내..."관람객들 눈살 찌푸려"
  • 박규진 기자
    박규진 기자
  • 승인 2019.10.1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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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의원, 등급분류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정부차원에서 마련해야

▲뮤지컬·연극·오페라 등 제작사들, 관람등급 임의로 정해 공연 중

▲현재 관리하는 정부 담당부서 없어 불륜·자살·살인 등 자극적 소재에도 ‘8세 이상 관람가’가 70%

[박규진 기자]뮤지컬, 연극, 오페라, 무용 등 공연 제작사들이 관람등급을 임의로 정할 동안,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는 담당부서 조차 없이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 국립오페라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극단, 국립중앙극장, 예술의전당 등 9개 공연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각종 공연 및 관람등급’ 등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까지 각 기관에서 열린 공연은 총 363편이며, 그 중 70%가 8세 이상이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는 불륜과 자살을 다룬 ‘안나 카레니나’와 같이 8세 이상의 초등학생이 보기에 부적절한 주제의 공연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예술단에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차례나 공연한 뮤지컬 ‘신과 함께’는 ‘12세 이상 관람가’인 영화와 똑같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8세 이상으로 관람등급을 정해놓았다.

또한 국립오페라단에서 공연한 ‘호프만의 이야기’는 불륜, 살인 등을 다루는 내용임에도 관람등급은 8세 이상으로, 초등학생도 볼 수 있게끔 정해놓았다.

[자료=이상헌 의원실 제공]
[자료=이상헌 의원실 제공]

청소년관람불가에 해당하는 ‘18세 이상’과 ‘20세 이상’ 공연은 지난 3년 간 총 9편밖에 없었다. 그 외에 ‘전체 이용가’ 8편(2.2%), ‘12개월 이상’ 4편(1.1%), ‘36개월 이상’ 7편(2.0%), ‘48개월 이상’ 11편(3.1%), ‘3세 이상’ 3편(0.9%), ‘4세 이상’ 1편(0.3%), ‘5세 이상’ 7편(2.0%), ‘7세 이상’ 3편(0.9%), ‘초등학생 이상’ 3편(0.9%), ‘12세 이상’ 3편(0.9%), ‘14세 이상’ 33편(9%), ‘15세 이상’ 1편(0.3%), ‘중학생 이상’ 9편(2.5%), ‘17세 이상’ 7편(2.0%)이었다.

심지어 같은 공연인데도 시기나 장소에 따라 등급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2017년 국립오페라단에서 공연한 오페라 ‘리골레토’는 같은 공연을 10월·11월 나누어 했으나, 10월 공연은 14세 이상, 11월 공연은 8세 이상으로 관람등급이 변경되었다. 내용 역시 한 여자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 및 살인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룸에도 관람등급은 14세·8세 이상으로 매우 낮았다.

등급체계나 종류도 엉망이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5개의 등급으로 분류된 후 상영되는 영화와 달리, 공연의 관람등급은 필요이상으로 세분화 되어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비교적 다양한 관람등급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관람등급(12개월 이상, 36개월 이상 등)이 절반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등급분류 기준이 무엇인지 조차 모호한 상태다.

이렇게 뮤지컬, 연극, 오페라 등의 관람등급이 제멋대로인 것은 공연의 경우 관람등급 규정이나 제도가 없어 제작사들이 개막 전 자체적으로 등급을 정해왔기 때문이다.

기획사와 공연장의 협의만으로 관람등급이 결정되고, 극장위치· 시기에 따라 등급이 변경되므로, 공연 내용에 상응하는 관람등급이 정해질 수 없었던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확인 결과, 공연의 관람등급을 담당하는 부서나 사업은 현재 아예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상헌 의원은 “매년 커지고 있는 공연시장 규모에 대응하여 등급분류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공연은 무대에 오르기 전 공개되지 않는 예술 장르라 사전 심의는 규제나 검열로 작용할 수 있지만, 공연계가 자율적으로 따를 수 있는 등급분류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정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를 통해 실제 공연내용에 맞는 관람등급 결정을 유도하여 앞으로는 가족단위, 어린 관람객 등 누구나 편하고 부담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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