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4구역 재개발, 무효표 처리 기준 달랐던 충격적 사실 밝혀져
고척4구역 재개발, 무효표 처리 기준 달랐던 충격적 사실 밝혀져
  • 김선영
    김선영
  • 승인 2019.07.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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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으로 표기해 시공사는 무효, 조합장은 유효 처리된 기막힌 사연 조합장 연임 위해 대우건설과 밀약 정황 드러나

재개발 조합장이 조합원 총회의 결정을 묵살하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 사업을 강행하겠다고 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합장이 연임을 위해 이같은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고척4구역 재개발 박경순 조합장은 조합원 총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과반수 득표에 실패한 대우건설과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그 배경엔 조합장 연임과 관련한 대우건설의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건설측에서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문제가 된 볼펜기표 무효표들이 조합장 연임 투표에서도 나왔는데, 시공사 선정에는 무효처리해 놓고, 조합장 연임 때는 무효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요지로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는 것.

지난 6월 28일의 조합원 총회에서는 조합장 연임만 가결되었고, 시공사 선정과 조합감사/이사 연임안 등 주요 안건이 부결되었다.

▶ 조합원 총회에서 무효표 처리 등 득표 상황은?

246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지난 달 조합원 총회에서는 사업자 선정과 조합장/감사/이사의 연임에 관한 투표가 이뤄졌다. 대부분의 이사/감사는 110표 안팎의 연임찬성표를 얻어 과반에 한참 모자랐다. 조합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임도가 낮은 현실을 보여준 것

볼펜 기표로 무효 처리된 표는 시공사 선정 투표에서 6표. 그중 4표가 대우건설을 지지하는 쪽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대우건설 측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조합장에 대한 연임 찬반투표에도 볼펜기표 등 무효로 산정되어야 하는 표가 나왔다는 것.

[2019년 6월 28일 고척 4구역 시공자 선정 등을 위한 임시총회 안건 집계표]

총회 관계자에 따르면 '기표도구 외 표기' 및 조합선거관리규정상 '중복 표기'로 인해 무효가 되어야 하지만 유효로 처리한 '조합장 연임' 관련 표가 1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박경순 조합장 연임 찬성 유효 득표 126표 중 5표만 무효로 처리되면 121표(참석조합원 총 242명)로 과반 미달로 조합장 연임 건도 역시 부결이었다.

▶ 대우건설, 조합장도 무효표 처리 기준 동일하게 적용해야..압박 정황

대우건설의 무효표가 억울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한 조합원은 총회 다음날인 6월 29일 SNS에 그날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조합장 연임 찬성표 수집 장에도 볼펜 표시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그것도 다 무효표이고 조합장 연임도 부결 아닌가요?”라며 “조합장 연임과 시공사 선정 모두 유효로 하던가 둘 다 무효로 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큰 비용을 들인 총회가 결국 조합장 연임시켜주기 위한 총회였냐고 따지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객관적 팩트를 챙겨보고 이성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장하는 또 다른 조합원은 “시공사 선정건 투표에서 볼펜이 칠해진 경우는 무효로 처리한 반면, 이후 치러진 조합장 및 임원 연임 건에는 볼펜 마킹을 유효표로 인정… 결국, 조합장만 연임 성공”이라고 적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대우건설 측에서 박경순 조합장에게 총회 결과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익명의 고척4구역 조합 임원은 “대우건설 측에서 조합장에게 시공사 선정이 부결된 것이라면, 조합장 연임도 부결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을 표명하며, 조합장의 연임이 타당하다면, 대우건설도 과반득표를 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계속 지위를 유지하고 싶다면 대우건설의 무효표를 유효처리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이런 상황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박 조합장은 이사회, 대의원회를 거치지도 않고 대우건설을 시공자로 인정하겠다는 뜻을 조합원들에게 문자와 소식지를 통해 전달했다.

▶ 원칙 잃은 총회, 조합장 사심 작용한 후속조치

이번 총회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입찰 과정에서부터 법을 위반한 무이자 추가이주비 제안, 건축위원회 지적 사항을 반영하지 않은 사업 제안을 제출한 건설사가 아무런 페널티도 받지 않았다.

개표 전 무효표 처리에 관해서도 관계자들이 모두 합의하고도 결과에 대한 불만들이 나왔지만 합의된 결과와 총회의 결정, 산회 결정 등은 합법적이었고 이를 받아 들이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뒤 조합장이 조합의 결정을 흔들고 나서면서 조합원 총회 전체가 원칙을 잃고 표류하는 국면에 이르게 됐고, 그 배경에 자신의 연임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계자 모두에게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건설사에서 다양한 재개발 사업을 경험해 본 전직 건설사 임원은 “재개발 사업에는 워낙 많은 변수가 작용하지만, 이번처럼 조합장만 남는 상황은 매우 예외적”이라며 “자신의 연임을 위해 문제 있는 결정을 했다면, 사심을 품고 조합의 법 절차와 조합원의 이익을 동시에 무시한 행위로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우건설 측이 무효표의 처리를 같이 하자고 한 것은, 조합장에 대한 불만 표출의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 압박이 꼭 무리해서라도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자는 것은 아니었는데 조합장이 자신의 유임을 위해 대우건설과의 공사 강행으로 결정하자 양자가 협력해 소송전을 치르기로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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