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 산책] 냉정과 열정사이
[주말 책 산책] 냉정과 열정사이
  • 김미은
    김미은
  • 승인 2019.03.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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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은 조용하고 고요해서 좋다. 가족들은 늦잠을 잔다. 여전히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려고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물을 끓이는 사이에 어떤 책을 읽어볼까, 고민하다가 지금 내가 숨쉬는 이 공간을 닮은 책이 문득 생각났다.

냉정과 열정사이 Rosso편 중에 나오는 [조용한 생활]이라는 소제목의 글들이다.

[조용한 생활]은 두 편 정도 등장한다. 주인공 ‘아오이’의 조용한 일상생활을 무미건조하게 써 내려 가면서도 마치 아오이를 눈앞에서 들여다보듯이, 시각적 영상처럼 묘사되어 있다.아오이의 조용한 생활은 이렇다.

아오이는 일본 문학을 전공했다. 또 책을 좋아해서 쉬는 날이면 도서관에 자주 간다. 가끔 금요일 친구 커플들과 영화를 보고, 포도주를 마신다. 보석상점으로 출근해서 손님이 없을 때도 책을 읽곤 한다. 특히 아오이는 비가 공기와 거리를 적시는 비 오는 날만 되면 준세이를 회상한다.

냉정과 열정사이 이 소설은 남녀 간의 첫 사랑’이자 ‘아픈 사랑’이자 ‘기억속에 오래 머무는 사랑’ 이야기이다.

냉정과 열정사이는 월간지에 에쿠니 가오리가 이야기를 쓰고, 다음 간행 때 쓰지 히토나리가 이어 쓰는, 교대 연재 방식으로 연재되었다. 같은 사건을 에쿠니는 아오이의 시선으로, 쓰지는 아가타 준세이의 시선으로 그렸다. 소설 완결 후 에쿠니 파트는 빨간 표지의 Rosso(로쏘)로, 쓰지 파트는 파란 표지의 Blu(블루)로 묶어 단행본 세트로 발매되었다. 이 소설은 당시 50만 부를 넘는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일본에서는 2001년 개봉되었고 2003년에 국내에 개봉된 후 2016년 재 개봉 된 바 있다.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나중에 봤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보다 책에서 더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나는 준세이와 아오이 두 사람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갈까 라는 결론보다는 두 사람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가지곤 했다. 소설보다는 산문, 수필을 더 좋아해서 관독포인트가 달랐던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블루 편을 먼저 읽으면서 같은 여성으로서 아오이의 심리가 너무 궁금해서 바로 로쏘 편을 봤던 것 같다.

아오이는 과거 준세이와의 예쁘고, 열정적이었고 또 아팠던 사랑을 잊고 현재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있지만 그를 사랑한다는 표현에는 인색한 것 같다. 모든 것이 완벽한 마빈은 그저 친절하고 편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어느 날, 옛 친구 다카시가 찾아와서 얘기를 나누다 준세이 이름을 꺼낸다. 당황한 아오이는 다카시와 헤어진 후, 준세이와 사귀었던 열 아홉 살 학생시절을 구체적으로 회상한다.

일본으로 돌아간 다카시가 준세이에게 아오이 소식을 전하며, 준세이의 편지를 받게 된 아오이는 혼란스러워 하고 그로 인해 결국 마빈과 헤어진다. 수개월이 지나 마빈이 찾아왔지만 아오이는 10년 전 준세이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마빈을 뒤로 한다.

 

“자신의 30살 생일에 피렌체의 두오모에 같이 오르자는 약속을”

 

아오이의 마음은 이미 피렌체의 두오모에 있었다.

30살 아오이의 생일 날, 두오모 정상에서 벽을 따라 천천히 걷다가 아오이는 걸음을 멈춘다. 준세이의 뒷모습이 눈앞에 보이는것이 아닌가. 아오이가 말을 걸자 준세이는 기다리고 있었다며 아오이의 생일을 축하한다. 둘은 절제된 표정과 목소리, 몸짓으로 조심스럽게 포옹을 한다.

​이렇게 해피엔딩이 될 줄 알았지만 다시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두 사람은 혼란스럽다. 상대방을 너무 배려해서인지도… 너무 사랑해서인지도… 너무 아파봐서 두려웠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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