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바의 수’ 와 ’페친‘목록
‘던바의 수’ 와 ’페친‘목록
  • 강희남
  • 승인 2019.03.1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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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사회학]③ 던바의 수; 바로 당신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올 수 있는 친구들 숫자 150명

 

[SNS사회학]③ 

‘던바의 수’ 와 ’페친‘목록

- 던바의 수; 바로 당신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올 수 있는 친구들 숫자 150명 -

 

진정한 친구는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 모든 것이 그 의미를 잃어 가고, 빠져나갈 길이 없을 때, 모두가 떠나고 당신 곁에 아무도 없는 바로 그 순간에, 그는 나타나 당신을 위로하고 당신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여준다.1)

실제 두번째 소속사와 계약 당시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리고 법정에 서야 했던 가수 자두. 절망 속에서 방황하며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힘들어하던 그녀에게 힘을 주었던 이들이 있다. CCM가수 소향과 배우 윤은혜다.

자두의 11년 지기 친구인 소향은 자두가 법정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을 때 큰 힘이 되어줬다. 자두는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검찰청에 가면 마음이 힘들고 압박감을 느꼈다. 소향 언니한테 전화해 기도해달라고 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향은 "(자두의) 전화를 받았을 때, 너무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까봐 어떤 마음인지 물어보는 것 조차 무서웠다. 상처를 들춰내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면서 '그냥 내가 안아줘야지'하는 마음 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무도 그녀의 가능성이나 가치를 알아봐 주지 않을 때 그녀의 가능성을 유일하게 먼저 발견해서 헤아려주고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배우 윤은혜였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우울증에 시달리던 자두는 윤은혜와 함께 몇 년을 같이 살면서 그녀의 위로로 인해 자신감을 회복했다.2)

인도의 시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는 진정한 우정은 인광(燐光, phosphorescence)과 같아 모든 것이 어두울 때 가장 빛난다고 한다.

 

 

사랑에 있어서 최적 숫자는 둘이다. 그 이상은 번거롭다. 그렇다면 우정에 있어서 최적 숫자는 몇일까. “10”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소한 친구가 10명은 있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노팅엄 대학(University of Nottingham) 심리학과 리처드 터니 박사 팀은 남녀 17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친구 숫자와 행복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친구가 5명 이하인 사람들은 “지금 행복하다”는 응답이 40%에 불과했다. 행복한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응답이었다.

친구 숫자의 상승과 함께 행복을 느끼는 비율도 높아졌고, ‘10명’을 넘어가면서 비로소 “행복하다”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숫자 10’이 우정의 매직 넘버인 이유다.3)

친구와 관련, 행복의 느낌을 주기 시작하는 최소인원이 10명부터 출발 한다면, 오히려 친구관계로 인해 혼란과 부담, 그리고 관리의 한계를 느끼는 인원은 몇 명이 될까? 왜냐하면 더 많은 사교적 인 친구가 당신이 더 사교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More friends on social doesn’t mean you’re more social)

몇 년 전, 한 연구는 소셜 미디어에 더 많은 친구가 있는 것이 반드시 더 나은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다.4)   친구란 친밀감등 사회적 상호 작용이 필요하고 때로는 사회적 지지를 얻는 등 역동적인 순간들을 신뢰와 함께 해야 하는 경험과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이스북등 SNS를 통해 연결되는 가상친구의 경우에는 우리가 ‘눈빛을 보며’(Seeing the white of their eyes) 우정을 맺는5)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실제 친구라고 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옥스포드 대학(University of Oxford)의 실험심리학그룹의 사회 및 진화 신경과학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3300명을 대상으로 한 두 번의 조사에서 인간과 비인간 영장류 모두의 ‘집단 크기’, 즉 사회 결합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또는 침팬지)의 수를 ‘신피질의 부피’또는 ‘대뇌 피질’의 비율과 연관 시켰는데, 뇌의 용량을 기준으로 한사람이 친구를 관리 할 수 있는 최적인원, 소위 ‘던바의 수’(Dunbar's number)로 150명(실제로100~200명)을 제시했다. 이들이 바로 당신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올 수 있는 친구들이다.6)

이는 인간의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에 한계가 있어 일정 규모 이상의 인간관계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지과학 이론에 바탕을 둔 것인데, “초대받지 않은 술자리에서 우연히 동석해도 당혹스러워하지 않을 정도의 사람”들이 이 범주에 포함되는 사람이다.7)

던바의 수로 드러나는 150명의 숫자는, 우리가 친구와 함께 신뢰와 의무를 공유할 수 있는 관리 가능한 최대의 수이다.8)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유지할 수 있는 친구의 수에 대한 인지적 한계로 생각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SNS에서 수천 명의 '친구'를 자랑 할 수 있지만 던바는 이런 수 천 명을 친구로서 필요한 교우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함을 밝히고 있다. 로얄소사이어티 오픈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지에 게제 된 옥스포드 대학의 이 새로운 연구는 직접 대면하여 우정을 쌓고 기르는 것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준다.

연구원들은 친밀한 친구들과만 소통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은 의도하지 않게 이러한 우정의 유대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던바의 동료 수 퍼지(Sue Fudge)는 소셜 미디어가 우정을 쌓고 유지하기 위한 완벽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연구는 얼굴을 마주보는 상호작용이 진정한 관계를 맺는 필수적인 요소임을 상기시켜주고 있다.9)

지난 4월 동아일보와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성인남녀(20~29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페이스북 친구가 100명 이상 된다고 응답한 이들은 약 62%에 달했다. 500명 이상도 4.7%로 나타났다. SNS계정만 열어 놓고 있으면 수백 명과 친구로 맺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10)

그래서 그런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관계 맺음에서 비롯된 피로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2010년을 전후해 SNS의 급속한 확장으로 사적인 관계 맺기에 가속도가 붙고 광대화 하는 과정에서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오프라인 구분 없이 폭이 넓어지는 것에 반비례해 관계의 깊이는 얕아지는 ‘관계 확장의 역설’(던바의 법칙)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한다.11)

SNS 등으로 관계 맺기가 과거에 비해 훨씬 쉬워짐과 동시에,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관계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북대 설동훈 교수(사회학)는 “시간, 돈, 마음 등 인간관계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선 ‘여유’가 있어야 한다”며 “무수한 인간관계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허용 가능한 범위에서 관계를 유지하려는”12)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양적인 친구 수에 집착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친구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A는 자신이 정한 ‘친구의 기준’을 귀띔해 주는데 “대화가 통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 약간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사람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13) 고 얘기하며 자신이 선택하는 친구의 기준을 말했다.

결국 소셜 미디어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광범위한 소셜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매우 매력적인 플랫폼이지만 온라인 연결 된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친구일까?’라는 의문의 과제를 우리에게 남기고 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SNS 이용 행태와 활용 현황’에 대한 최근의 한 조사에서 SNS를 이용하는 목적은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친구들과의 교류)’라는 답변이 복수선택 응답률 63.2%로 가장 높았다.14)  이처럼 페이스북 같은 SNS가 발전하면서 친구(?)가 부쩍 많아진 시대가 됐다.

수백 명은 기본이고 수천, 수만 명의 온라인 친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교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 네트워크 덕분에 그만큼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법이 간편해진 덕분이다. 미국의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미국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평균 페친 수는 338명이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크로 맺어진 이들과의 관계를 진짜 친구 사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15)

크리스마스 날, 브라이튼에서 온 42세의 시몬 백은 페이스 북에 그녀의 1,082명의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알렸다. “나는 내일 약물을 이용해 고통스러운 삶을 마감 하려고 해. 그동안 친구들 고마웠어. 모두다 안녕” 이라는 자살 예고 글을 올렸다. 결과 올린 글을 조롱하는 내용과 자살에 대한 논쟁을 포함한 150건의 온라인 응답이 있었다. 하지만 근처에 살았던 그 누구도 그녀를 도우려하거나 999(일부국가에서 구급·소방 또는 경찰에 할당된 긴급 전화 번호)에 신고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신은 다음날 발견 되었다.16)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환경에서 "친구"라는 의미에 대해 우리가 심사숙고 해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17)

동아일보 2020행복원정대 취재팀이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과 20∼29세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인간관계와 행복의 관계를 물었더니 대표적인 SNS인 페이스북 친구(페친)가 ‘100명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약 62%를 차지했다. 하지만 ‘진짜 친구는 몇 명이나 되느냐’는 질문에 평균 4.99명이라고 답했다.

페친이 500명이 넘는다고 응답한 상위 그룹조차 진짜 친구는 평균 7.73명에 불과했다. 속마음을 툭 터놓을 수 있는 진짜 친구는 SNS 친구 수의 1.5%에 불과한 셈이다.18)

이와 관련 셰필드 홀람 대학(Sheffield Hallam University)의 심리학자 윌 리더(Will Reader)는19)  "사이트들에 있는 친구들의 수는 엄청날 수 있지만, 실제의 가까운 친구의 수는 이전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크에서 열린 영국 과학 협회(British Association of Science of Science) 축제에서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들은 온라인 소통이 쉽기 때문에 SNS를 통해 단지 사람들이 고개만 끄덕 거리는 지인 목록을 무수히 확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년간 몸담았던 대기업에서 2년 전 퇴직한 윤준열(58)씨는 올해 목표를 ‘가족과 더 많은 시간 보내기’로 정했다. 이달 초에는 십수년 만에 처음으로 부인과 단둘이 10일간 전국일주 여행을 했다. 그는 “지극정성으로 인맥을 관리했지만 대부분 소주 한잔 기울이기 힘든 남남으로 변했다. 남는 건 가족”이라고 말했다.20)

이 글을 읽는 우리 역시 이번기회에 친구관계를 한번 가늠해 보자.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1) Psychology, A True Friend Shows Up When Everyone Else Is Gone, exploringyourmind.com, February 29, 2016

2) 이미경 기자, 가수 자두, 목회자의 아내가 된 사연, 그리고 다시 찾은 소망, 크리스천투데이, 2018.02.21

3) 정은지 기자, 행복하려면 친구 10명 이상 사귀어라, 코메디닷컴, 2008.10.24

4) Alice G. Walton/Pharma & Healthcare, 6 Ways Social Media Affects Our Mental Health, forbes.com, Jun 30, 2017

5) Christopher Bergland, Maintaining Close Friendships Requires Face-to-Face Contact, psychologytoday.com, Posted Jan 19, 2016

6) By Teddy Wayne, Are My Friends Really My Friends?, nytimes.com, May 12, 2018

7) 곽노필 선임기자, 절친까지 되려면 6주 200시간 걸려, 한겨레, 2018-04-16

8) by Psychologies, Can you make real friends online?, psychologies.co.uk, 31 Jan 2018

9) Christopher Bergland, 위의 글

10) [더피알=서영길 기자], SNS로 넓어진 관계, 가지 치는 사람들, 2017.10.27

11) 박민제·홍상지·윤재영 기자, “하루 카톡 500건”…관태기 빠진 한국, 중앙일보, 2016.08.19

12) 이창수 기자, [이슈플러스] 인간관계에 염증… ‘인맥 거지’ 자처하는 청년세대, 세계일보, 2017-06-01

13) 김수연 기자, 기시미 이치로 “상처 두려워말고 관계 속에 들어가라”, donga.com, 2017-04-04

14) 이길주 기자, 익명 SNS 이용자 5명 중 3명, "소통은 좋지만 신분 노출은 꺼려", 키뉴스(KINEWS), 2019.03.14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대표 공선욱)이 지난 27일부터 6일까지 SNS 이용 행태와 활용 현황에 대해 전국 회원 693명(△10대 48명 △20대 448명 △30대 106명 △40대 58명 △50대 이상 14명)을 대상으로 ‘SNS 이용 행태와 활용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5) 곽노필 선임기자, 절친까지 되려면 6주 200시간 걸려, 한겨레, 2018-04-16

16) Psychologies, Can you make real friends online?, psychologies.co.uk, 31 Jan 2018

17) Malcolm Parks, Is Online Social Networking Changing the Way People Relate to Each Other?, philosophytalk.org, Wednesday, July 8, 2009

18) 김동욱 기자 김수연 기자, 인간관계 피로감 ‘관태기’에 빠진 청년들, donga.com, 2017-04-04

19) James Randerson/science correspondent, Warning: you can't make real friends online, theguardian.com, Tue 11 Sep 2007

20) 박민제·홍상지·윤재영 기자, “지극정성 인맥 관리했지만 결국 남남…남는 건 가족”, 중앙일보, 2016.08.19

 

*필자의 저서목록: 나의 서재(bookk.co.kr/khn52), khn5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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