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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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없을무
    없을무
  • 승인 2019.02.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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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논현 야간 편의점 알바 했을 때의 일이다.

밤10시부터 아침8시까지 평일 알바를 했었다.

그때쯤 봤던 드라마가 '미생'이었다.

장그래의 편의점 알바 끝나고 나온 그 길..

검은색 후드를 입고서 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바닥만을 보면서 음울했던 내 모습..을 닮은 그래.

내가 일 했던 곳은 거대 사람 모형의 조형물이 크게 세워져있다.

홍익인간을 담은 것일까?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려는 것일까?

얼마나 큰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가?

바닥에 기어다니듯 스멀거리는 한 낮의 그림자정도의 나 자신은

어찌 해야 할 것인가?

검은 하늘을 아침의 해가 또렷하게 먹어치우는 장관을...

매일 보곤 했다.

한 밤의 시끄러움은 새벽의 조용함으로 변하고

아침이 되면 다른 소란스러움이 빈 거리였던 그곳을

가득 채운다.

8시가 되면 거리마다 멋들어지게 차려 입은 워킹맨들이 활보한다.

활기찬 그들의 미소와 달리 나는  어두운 숙소로 가야만 한다.

이때 감정은 음울함으로 바닥으로 치다 못해 폐광이 되어간다.

도심 속에 완전고립되어 어둠의 기사처럼 은신처로 도망간다.

버거킹으로 들어가 제일싼 버거를 먹으며 양지속 사람들 본다.

거대 TV브라운관 속 사람일까 하는 의심감에 우적거리며 그들을 본다.

정신 없이 바삐 뛰는 사람들.

한 방향으로 재촉거리는 사람들.

비슷한 느낌의 사람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언의 유니폼을 입고서 해의 축복도 모른채

버스를 타러 전철을 타러 혹은 회사로 가려고 한다.

그 당시에 읽었던 책 한권이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월든 속에서 나만의 호수 속으로 첨벙 빠져든다.

빨강색 버거킹에서 빨강책 책 표지를 꺼내들고

조용한 삶의 호수 속으로 들어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밑줄을 긋다 못해 통째로 씹어 먹고 싶은 문장들.

'먹이'와 '잠자리'이외의 것은 필요하지 않는다.

후미지고 좁은 방과 굶지 않을 정도의 밥값이 있는 나에게..

주는 선물같은 책 한권에 감사한다.

볕이 주는 축복도 모른 채 칠흙속 사각 콘크리트 1평의 책상공간에서

월급날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인생은 어차피 기회비용.

남들보다 적은 돈으로 사는 삶이었지만..

책 한권을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고,낮의 볕을 마음껏 누릴 수

있으니 ... 그 정도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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