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포인트에 도달하는 하와이 사람들의 지혜
제로 포인트에 도달하는 하와이 사람들의 지혜
  • 박다빈
    박다빈
  • 승인 2019.02.2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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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관하여

   3년 전쯤이었다. 하와이 원주민들의 지혜에 관한 책 한 권을 알게 되었다. 책 제목은 <제로 리밋츠(Zero limits)>였다. 한계가 제로(0)가 되는 것. 영어 제목이 그러했고, 한국어판 책 제목은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이었다. 옛 하와이인들의 영적인 치료법 이름이 호오포노포노였다. 그것은 영적인 치료법인 동시에 인생 전체에 대한 치료법이기도 하였다. 

   호오포노포노 이론에 따르면,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집단 무의식(혹은 집단 의식이라고 하는 것)에서 공유되고 있는 '기억'들이다.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억들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 쌓인 기억들. 그 기억들이 어떤 트리거(기폭제)를 만나 우리 삶에 재생되고, 우리는 우리 삶에 재생된 그 기억들을 '문제'라는 형태로 경험한다. 저자는 그래서 우리가 불행해지는 거라고 했다.

   하여 그들은 호오포노포노라는 치료법을 사용하였다. 자기 내부에 거하고 있는 신성의 힘을 빌려 내 생에 재생된 기억들을 정화시키는 것. 그들은 그것으로 인생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다. 건강, 인간관계, 등등.

   호오포노포노 치료법은 너무 간단해서 당혹스럽다. 그저 내 안의 신성에게 "미안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하는 것, 호오포노포노 기법은 이게 전부다. 내 인생에 재생되어 버린 기억에 책임감을 가지고 그것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불완전한 것은 기억이지 자기 자신이 아니므로 완벽한 자기 자신에게 감사와 사랑을 보내는 것. 

   이 책의 두 저자는 100% 책임감을 강조한다.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불교 화엄경에서는 이를 두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한다). 그러니 어떤 문제가 하필 내 인생에 벌어졌다면, 내 마음이 그것을 일으켰다고 보고, 거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100% 책임감의 핵심 메시지다. 하와이인들은 물리적으로 분리된 듯 보이는 것들 너머의 통합성 내지는 일원성을 보았고, 하여 100% 책임감을 가질 수 있었다. 

   내 인생의 측면을 뚫고 문득 나타난 문제 앞에서, 나는 수시로 우왕좌왕하며 빨리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편이었다. 차분히 앉아 문제의 원인이나 문제의 시작 지점을 헤아리지 못하고, 출구 찾기에만 전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현명한 방책인 줄 알았다.

   조바심으로 이루어진 그 허술한 해결책이 나를 문제 해결의 본질로부터 빠르게 괴리시킨다는 것을 배워 나가는 일은, 내 생을 디디는 걸음을 늦추어 나가는 일과 맞닿아 있었다. 나는 내 속도를 늦출수록 내가 많은 면에서 효율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깨우쳐 나갔다. 정말 중요한 것은 뭐가 중요한지 찾아내는 것이지, 우선순위 없이 뭐든 닥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문제의 본질을 향하지 않은 성실함은 때로 독이었다.

   나는 주체적으로, 명철하게, 문제의 원인을 찾을 줄 아는 강단을 길러야 했다. 그것은 서두름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을 읽으면서 나는 하와이인들의 차분함에 여러 차례 감화되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으로 '문제의 근원'을 찾았고, 생의 다양한 문제와 맞닥뜨릴 때마다 침착하게 문제의 근원을 바라보았다. 자동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의식적으로 반응하며. 

   문제를 만나면 그 즉시 문제가 없는 쪽으로 달아나기만 했던 나는, 문제 앞에 멈추어 서서 그것 또는 내 안을 조용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결코 쉽거나 간단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많은 효용을 안겨다 주는 일이기도 했다. 인생의 군더더기, 보풀 같은 것들이 차근차근 줄어 나갔다.

   내가 내 생 위에서 문득 멈추었을 때 발견한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사람마다 자기 걸음을 멈추었을 때 그 주변에서 발견해 낼 수 있는 것들은 제각각일 것이다. 그 제각각의 것들은 제각각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 메시지를 일상으로 가지고 들어올 줄 아는 사람들은 그 실천만큼 무르익거나 아물거나 평안해질 것이다.

   이 빠름의 시대에서 멈춤을 권하는 사람들은 '영원한 멈춤을 위한 멈춤'을 권하는 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은 '더 잘 나아가기 위한 잠정적인 멈춤'을 권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이미 어딘가로 가고 있는 상태에서 멈춤을 고려하고 멈춤으로부터 뭔가를 배우겠다고 마음을 먹는 일은 쉽지 않다. 내가 멈추어져 있는 만큼 내가 도태될 것 같다는 불안감은 생각보다 날카로운 이빨과 강한 턱을 가지고 우리 발목을 깨물기 때문에. 내 경우, 그런 불안감이 단숨에 무시된 적이 없어서, 나는 그런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짜고짜 멈추라고 말하는 일이 얼마나 무신경한 일인지 알고 있다.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을 쉽게 하라는 말은 자주 부작용을 일으켰다.

   각자가 각자의 인생길을 나아가는 방식이 제각각이듯 각자가 각자의 인생길에서 잠시 멈추는 방식도 제각각일 것이다. 상대의 방식이 내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계속 살뜰히 유념할 수만 있다면, 누군가와 긴 길을 함께 걷는 것만큼 그 사람과 긴 휴식을 함께 나누는 것도 끝내는 잘해 낼 수 있지 않을까. 따뜻하게. 존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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