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이상했던 졸업식
마음이 이상했던 졸업식
  • 박다빈
    박다빈
  • 승인 2019.02.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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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냥 순탄하기만 했던 학창 시절 같은 건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모든 학창 시절 안에는 그 나름의 행복과 기쁨과 감사와 떨림 그리고 감동이 있었다. 하여 조금도 슬프지 않은 졸업식 같은 건 존재할 수 없었다.

   나는 모든 졸업식에서 섭섭함과 상실감을 느꼈다. 단순히 친구들, 선생님들과 헤어지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였으나 재미있고 따뜻했던 한 시절을 덮고 새로운 시절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에서 일말의 서운함과 망설임을 느끼기도 했다. 오래 정 붙인 공간을 떠나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시간이라는 관념 자체와 헤어지는 것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 나갔다.

   내 기억에 가장 진하게 남아 있는 졸업식은 고등학교 졸업식이다. 그 즈음 많은 아이들이 그러했듯, 나도 엄마와 자주 다투며 살았다. 엄마도 나에게, 나도 엄마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어 너무 큰 실망을 했으며, 그 실망감을 잘 다루어 내지 못해 많이 싸우고 서로를 오래 노여워했다.

   지금 엄마와 그때 이야기를 하면 서로 "왜 그랬나 모르겠다. 싸울 일 아닌데도 부딪치기만 하면 눈에 불을 켜고 참."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웃는데, 그때는 당시의 이해 능력을 더 키워서 서로 더욱 원만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엄마는 생활고에 치이고 나는 수험생 생활에 치여서 앞만 보고 지내느라 바빴다. 무엇에도 선뜻 너그러워지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가장 막역한 서로를 가장 홀대하는 것으로 인생에 대한 화풀이를 대신하며 살아간 건지도 모르겠다. 살기 위해 한 짓이었지만 그 과정은 출혈을 동반했다.

   수능을 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엄마와 싸웠는데, 뭐 때문에 싸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엄마가 내 졸업식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가 졸업식장에 나타났다. 할머니와 큰이모까지 데리고.

   당시 나는 문과 대표로 상을 받게 되었는데, 그걸 보려고 온 건지 아니면 그냥 내 졸업을 축하해 주려고 온 건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왔다. 엄마가. 무표정하게. 나는 큰이모가 건네주는 꽃다발을 받고 얼떨떨해했고, 엄마는 그 날 아무 말 없이 자리만 지켰다. 식당에서도. 

   기껏 졸업식까지 찾아와 놓고도 뚱하게 있는 엄마가 밉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했다. 화가 덜 풀렸을 텐데도 엄마가 내 인생의 작은 마침표를 축하해 주러 걸음을 했다는 것이. 한 번 안 한다 하면 절대 안 하는 성격,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성격을 가진 엄마에게서 작은 틈을 처음으로 발견한 날이었다. 마음이 이상했고 자꾸 이상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감정적으로 복잡한 하루였다.

   나는 성인이 된 이후로도 오랫동안 '어른인 엄마도 불완전하고 서투를 수 있다.'는 관념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엄마가 나와 싸울 때마다 엄마가 나를 싫어한다고 단순히 생각했지, 엄마가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라 어려워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건 엄마 쪽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엄마가 어른이라는 이유로, 엄마는 내가 당신의 세월보다 똑똑한 세월을 산다는 이유로, 서로가 모든 걸 잘 알고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엄마와 내 관계를 자꾸 아프게 만드는 무지를 인정하고 서로가 서로를 향해 안전하게 걸어 갈 수 있도록 대화와 배움을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어른이 되는 것과 인간관계에 능숙해지는 건 너무나도 별개임을 조금씩 깨우쳐 나가며, 엄마와 나는 서로의 불완전을 끌어안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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