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한다면...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한다면...
  • 강희남
    강희남
  • 승인 2019.01.2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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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재혼이야기①

[칼럼]재혼이야기①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한다면...

1980년대 펑크록밴드 버트홀 서퍼스(Butthole Surfers)가 부른노래 스위트 로프(Sweet Loaf)의 가사에 보면 흥미롭게도 ‘후회’에 대한 부자간의 재치 있는 대화가 나온다.1)

"아빠, 후회는 무엇을 의미 하는 건가요?"

"아들아, 후회에 관한 재밌는 점은, 한 일 을 후회하는 것이 하지 못한 일을 후회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

"우리 모두는 후회로부터 배우고 성장한다."라는 말은 버지니아 조지 메이슨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토드 카슈단(Todd Kashdan)박사가 어느 한 심리학잡지(Psychology Today)에 기고한 말이다.

우리가 후회할 때, 죄책감을 느끼고 우리가 한 일에 당황할 때, 우리는 잘못된 행동을 되돌리고 미래에 더 좋고 더 신중한 결정을 내리도록 동기를 부여 받는다.  그런데 만일 후회가 없다면, 당신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으며 실수가 많고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 대처하는 데 효과적인 삶을 사는데 실패하고 만다는 것이다.

나는 첫 결혼에서 내가 그를 도울 수 있다고 믿었고 우리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두 번째 결혼생활에 와서야 결혼이란 50대 50이 아닌 각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주지 않으면 결코 이 결혼을 유지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2)

#1. 나는 21살에 결혼했고 20년째 결혼기념일 맞이했다. 나는 결혼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그 사이 여기저기에서 유혹도 있었지만, 부부가 가꾸어온 진정한 친밀함과 어떤 어려움에서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결혼서약을 뛰어 넘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했다.

양육과 각종청구서의 지불, 가사업무 등등의 시간을 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상은 정말, 훨씬 더 풍요롭다. 나와 꿈을 공유하는 배우자 곁에서 정신적, 감정적, 육체적으로...함께 하면서 서로를 환영하는 삶을 나누면서 서로를 격려 해 주는 일은 멋진 일이다.  결혼은 목표가 아니고 함께 하는 삶의 시작이었다.  그 시작을 둘이서 지금도 멋진 팀웍으로 함께 하고 있다.

#2. 나는 결혼18년 만에 이혼했다.  결국 집 문제와 아이들과의 관계, 부담스러운 법적비용지출, 그리고 하는일 피해를 입었다.

사실 결혼 후 2년쯤 지났을 때 이 결혼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고,  이때 이 결혼을 해지 하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의 간청과 개선의 기회를 갖자는 간곡한 제의에 지금까지 결혼생활을 유지 해 왔지만,  결국 결과는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인 혹독한 대가의 지불로 나타나고 말았다.

나는 다시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결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이혼하거나, 불행하거나, 심각한 자기부정으로 끝날 것이다.3)

 사진/pixabay

결혼을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명제를 남긴 사람은 철학자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 였다.  기원전 3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문명에서 전하는 결혼은 본래 타고난 사명으로 생각했고 결혼을 하는 것은 곧 신의 의지와 부합되는 사실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 결혼하지 않는, 혹은 결혼을 못하는 사람들을 흔히 우리식으로 표현한다면 '사나운 팔자'로 타고난 사람들이었다.

"......아내도 맞아들이지 못하고, 자식도 낳아 기르지 못하고 홀몸으로 사는 미숙한 남자. 남편의 손끝으로 알몸이 된 적도, 남편한테 안겨본 적도 없으며......어머니가 되어 젖가슴이 젖으로 풍만하게 부풀어 오른 경험도 없는 미숙한 여자......." 는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즉 사나운 팔자를 타고난 사람 들 이었다.4)

하지만 결혼하지 않는, 혹은 결혼을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나운 팔자'로 운운 하는 이야기들은 다 과거의 이야기 들이다.  오늘날은 결혼을 해야 한다는 확고한 가치관에 변화의 흐름이 보이고 있고 여기에다 이미 깨어진 결혼에 대한 묘사는 한층 더 부정적이다.

리처드 헤들링거의 지적처럼 지금은 '예민한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여, 다른 경우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못하면서 오직 ‘그 구성원들만 괴롭힐 수 있는 사회제도를 결혼과 가족제도’ 라고 혹평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결혼은 최소한 한쪽이 자신의 발전을 억누르고 자신을 완전히 희생할 경우에만 잘 유지 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두인간이 하나의 주머니에 쑤셔 박혀 한쪽이 다른 한쪽의 기분, 변화, 오해, 거부 등을 참아내도록 강제되는 관계, 그는 결혼은 원래 이런 것이라고 스스로를 납득 시켰다.5)

아내가 남편의 직업과 안락을 위해 자신의 개인적 문화적 권리를 희생하거나, 혹은 남편이 아내에게 헌신하며 아내 앞에서는 자신의 견해조차 감히 표현하지 못하는, 그래서 현재 유지되고 있는 결혼들마저도 단지 서로의 발전에 방해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면 우리는 현대의 결혼과 가족형태가 여전히 의미 있는 제도인가 하는 회의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 미혼남녀 10명 중 2~3명 정도만이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결혼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6)  이 조사에서 미혼남녀의 절반 이상(53.4%)이 요즘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입시에 등록금에 그리고 취업에… 이제 막 전쟁터를 지났어요. 온전한 ‘나’를 생각해볼 겨를도 없는데 누군가를 만나다는 건 너무 숨 막혀요.”

“결혼을 하지 않는 게 이기적이라고요? 오히려 이타적이죠. 가족을 행복하게 해 줄 능력이 없으니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거니까”

결혼을 바라보는 청년세대의 시각은 ‘안 하거나’ 혹은 ‘못 하거나’로 요약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고민도 할 것 아니냐”는 게 그들의 생각을 더 잘 대변한다. 기본적으로 결혼은 ‘선택’의 문제라는 거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점점 ‘굳이 결혼이 필요한 가…’ 쪽으로 기울고 있다.7)

2019년은 자기 몸 긍정주의가 확산되고 뉴트로가 핫한 소비 트렌드로 부상한다. 새로운 소통 방식 살롱문화, 초라한 인싸보다 화려한 아싸를 꿈꾸는 1 코노미 전성시대가 열린다.8)  2019년 주목해야 할 패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10을 소개하는 앞부분 글이다. 혼밥 · 혼술을 가리키는 ‘1코노미 전성시대’라는 말이 유난히 특징적으로 들어온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2016년 539만8000가구로 전년 대비 20만 가구 증가했다. 조사가 시작된 1985년 66만1000가구에서 약 8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2016년 우리나라의 1인가구는 전체 가구 중 27.9%를 차지하는 것으로, 1985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9)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2017년 현재 미국 성인의 42%가 배우자나 배우자 없이 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결혼에 관한 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옳고 그른 대답은 없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분명한 것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독신으로 지내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는10) 사실이다. 이와 관련 데이터 기반의 논쟁이 있다.

결혼은 경험적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결혼은 이혼으로 끝난다. 덜 널리 알려진 사실은 더 큰 행복에서 더 나은 건강에 이르기까지 많은 결혼 생활의 이점이 크게 과장되어 있거나 현실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11)

 

사진/pixabay

지난 4월 페이스북 `비혼 인식 개선 프로젝트` 페이지에는 비혼 반지를 소개하는 글이 올라왔다.  페이지 운영자는 "비혼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는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기혼처럼 비혼 또한 아무렇지 않게 여길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12)  그러면 결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432명을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또 다른 조사의 질문에서는 ‘주위에 결혼 후 생기는 문제점을 많이 봐서’가 38.29%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싱글의 삶을 즐기고 싶어서’, ‘누군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서’, ‘가사와 육아에 자신이 없어서’,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로 나타났다.13)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이런 추세는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서도 뚜렷이 보인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는 2011년 1월 1일∼2016년 4월 20일까지 블로그와 트위터를 분석 '결혼'에 대해 알아본 결과 '비혼'의 언급량은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1∼2014년 2천500∼3천 건 안팎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1만3천37건으로 약 5배 이상으로 뛰었다.

'미혼'(未婚)이 아닌 '비혼'(非婚)을 선언하는 싱글족, '아닐 미'(未)자를 쓴 미혼은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것뿐이지 언젠가는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아닐 비'(非)자를 쓰는 비혼은 다르다는 게 문제다.14)

여기에다 평범한 직장인의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전세값에 부담스러운 결혼식 비용 등등 소위 ‘3포 세대’라는 현실적 이유 외에도 본인자신 자체가 결혼에 맞지 않는 성품이 아니가 하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결혼과 적성이 안 맞는 것 같아요. 언니가 결혼해서 사는 모습을 보니, 원래 잘 챙겨주고 싹싹한 성격 혹은 배려하고 희생하는 정신이 없으면 결혼해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15)

돌싱들에게 재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남녀의 반응은 엇갈렸다.  남성은 재혼보다는 연인관계를 원한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재혼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싱남녀 536명(남성 281명, 여성 255명)을 대상으로 '재혼보다 애인관계를 원하냐'는 질문에 남성 대다수가 '그렇다(61.2%)'고 긍정해 아내보다 애인을 선호했다. 여성의 경우는 반대였다. 같은 질문에 여성 대다수가 '아니다(55.7%)'라고 부정해 애인관계에 그치기보다 재혼을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16)  돌싱男 61% “아내보다 애인을 원 한다”는 반응은 재혼을 전제로 만남에 다가서는 입장의 차이로, 여성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을 만날 때 고려하고 점검해야할 또 하나의 변수임에 틀림없다.

재혼은 본질적으로 어려운 것이지만 의외로 성급하게 재혼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생계나 자녀양육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아울러 이혼남, 이혼녀라는 낙인을 빨리 지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혼을 고단한 현실의 도피처 정도로 여기면 큰 오산이다. 더욱이 이혼 사유가 됐던 개인적 요인들, 가령 가정폭력이나 외도 등의 습벽을 그대로 갖고 간다면 재이혼의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결혼하기 전에 세 번 고민한다면 재혼하기 전에는 서른 번은 고민해야 한다”며 “인격적으로 보다 성숙해야 재혼 후의 여러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17)  그래서 재혼은 단순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라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1) Todd B. Kashdan Ph.D., 5 Key Things We've Learned About Regret, psychologytoday.com, Posted Aug 19, 2010

2) Shelley EmlingGuest Writer, 15 Biggest Marriage Regrets From Middle-Aged Divorcees, huffingtonpost.com, 10/27/2014

3) Originally Posted by Alter ego, Men out there, do you regret getting married or are you happy you did? What has been your experience?, lveshack.org, 10th October 2007

4) 조르주 뒤비, 아름다운사랑과 성의 역사, 김석희 역, 공동체(1991), p.24

5) A.알바레즈, 이혼이야기, 심정인 역, 명경(1992), p.159

6) 김주연 기자, 미혼남녀 10명 중 2~3명만 "결혼 꼭 해야 해", 파이낸셜뉴스, 2015.04.22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만 19~39세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 관련 인식 평가를 실시한 결과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가진 미혼남녀는 전체 27.1%에 불과 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33.1%) 때보다 비율이 10% 가량 줄어든 것이다]

7)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굳이 연인에서 부부로? … 결혼할 이유가 없어요", 2019.01.07

8) 패션엔 취재팀, [전망] 2019년 주목해야 할 패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키워드 10, 패션엔미디어, 2019-01-05

9) 에디터 진선, 1인가구 540만…韓 보편적 가구 형태 1위 등극, 싱글리스트, 2018.04.05

10) By Natalia Lusinski, 11 Women Share Why They Don’t Want To Get Married, bustle.com, May 30 2018

11) Bella DePaulo Ph.D., Top 8 Reasons Not to Marry, psychologytoday.com, Posted Nov 19, 2013

12) [디지털뉴스국 문혜령 인턴기자], "비혼 반지 맞춰요" 고정관념 맞서는 여성들, 매일경제, 2018.07.24

13)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직장인 56% "결혼, 꼭 할 필요는 없다", 2015.02.11

14) (서울=연합뉴스)이재윤 기자, "결혼, 꼭 해야 하나"…5년새 SNS서 '비혼' 700%↑, 2016/04/25

15) 진반님의 글, 저 같은 분 중에 결혼하신 분도 있으려나요?, clien.net, 2014-10-15

16) 백주희 동아닷컴 기자, 돌싱男 61% “아내보다 애인 원해”… 이유는?, 2013-05-03, [결혼정보회사 더원노블과 행복출발 조사]

17) 김윤현 기자, [커버 · 재혼가정 행복 만들기]"결혼이 세 번 고민이라면 재혼은 서른 번 고민해야," 한국아이닷컴, 200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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