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Best Friend ’Smart Phone‘
나의 Best Friend ’Smart Phone‘
  • 정윤진
    정윤진
  • 승인 2019.01.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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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부부 세 쌍 중 한 쌍은 하루 동안 배우자와 30분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5,018가구를 면접 조사해 4일 발표한 ‘2015년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대화 시간이 30분미만(전혀 없음 포함)인 부부가 전체의 30.9%나 됐다. 이는 5년 전(17.5%)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30분~1시간미만 대화하는 부부(34.5%)까지 합하면 세 쌍 중 두 쌍(65.4%)은 하루 1시간도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부부간 대화가 줄어드는 현상은 노동시장 불안정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혜영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외벌이로는 생활 유지가 어렵고 각자 생계유지를 위해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다 보니 부부가 대화할 시간과 에너지도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며 “가족이 일상적으로 오랜 시간을 공유해야 대화도 자연스럽게 되는데, 불안정한 환경 탓에 가족 간 정서적인 기능이 많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가 같이 산다고 대화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다. 배우자에게 관심이 없고 할 말이 없다는 이유로 대화 시간은 매우 짧다. 부부 사이에도 관성의 법칙이 적용된다. 대화를 자주 하는 부부는 사소한 것도 대화하려고 하고 대화 하지 않는 부부는 계속 침묵하려고 한다. 대화가 많다는 건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다는 표시이자, 마음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대화는 부부가 친밀감을 유지하고 사랑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부부간 대화하는 시간보다 기계와 소통하는 시간이 월등히 많다. 대한민국 스마트폰 사용자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이 200분으로 세계 1위라고 한다. 한국이 세계 1등인 것이 많지만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단연 1등이다. 매일 3시간씩 휴대폰에 코 박고 사는 사람이 이렇게도 많다. 놀랍지 않은가? 카카오톡, SNS, 인터넷 뉴스만 안 봐도 대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휴대폰은 부부, 가족 간의 대화를 없애는 주범이다.

휴대폰은 우리 생활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휴대폰을 본다. 출근하는 전철, 버스, 자동차 안에서도 틈만 나면 휴대폰을 본다. 엘리베이터에서, 화장실에서, 밥 먹을 때, 쉴 때, 하루 종일 휴대폰을 끼고 산다. 잠자는 순간까지 휴대폰과 일심동체가 된다.

외식할 때도 부부가 대화하는 시간보다 휴대폰 보는 시간이 더 많다. 레스토랑에서 외식하는 부부들을 관찰하면 대게 이런 모습이다.

레스토랑 입구에 들어간다. 몇 몇 사람들이 식사를 하며 휴대폰을 보고 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본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 찾아본다. 불특정 다수가 맛있었다고 한 메뉴를 시킨다. 그리고 각자 휴대폰을 꺼내 카톡과 실시간 뉴스를 확인한다.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어느새 주문한 음식이 온다. SNS 에 자랑하기 위해 사진을 몇 컷 찍는다. 그리고 요리를 하나씩 음미하며 조금 전 인터넷에서 본 연애뉴스, 사건 사고, SNS에서 본 친구 이야기를 한다. 본인의 이야기는 없고 전부 남 이야기이다. 음식을 먼저 먹은 사람은 휴대폰을 다시 꺼내든다. 상대방은 여전히 밥을 먹고 있다. 대화는 없다. 둘 다 밥을 다 먹으면 각자 휴대폰을 본다. 적당한 시간이 흐른 후 한사람이 나가자고 하면 그 때 계산하고 나온다. 차에 타자마자 요리와 식당에 대한 평가를 한다. 집에 돌아와 아내는 SNS 에 글을 올리고 남편은 게임을 한다.

이런 부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식당뿐 아니라 카페에도 상당수의 이런 부부들을 볼 수 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부부를 찾아보기 힘들다. 휴대폰은 더 이상 전화기가 아니라 친구이자 애인이 되어 버렸다.

카페에서 대화하는 커플들을 보면 그들만의 특징이 있다. 사귄 지 얼마 안 된 커플은 카페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서로만 쳐다본다. 손을 맞잡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다. 남자는 여자 친구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눈에 레이저가 나온다. 여자는 남자 친구의 재미없는 농담에도 크게 웃어주고 맞장구 쳐준다. 남자가 잠시 화장실을 가거나 전화 받으러 나가면 여자는 빚의 속도로 거울을 꺼내 이에 뭐가 꼈는지, 코털이 삐져나오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화장을 고친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 하트가 있다. 결코 시계나 휴대폰을 쳐다보지 않는다. 꿈쩍도 안하고 한 자리에 앉아 2시간은 거뜬히 이야기를 나눈다.

신혼부부는 카페에 들어오면 아내가 잠시 메뉴를 보고 남편에게 이거이거 사달라고 시킨다. 그리고 창가 쪽에 자리를 잡는다. 남편은 메뉴판 앞에서 뭘 시킬지 훑어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자리에 돌아와 진동 벨이 울릴 때까지 휴대폰을 본다. 벨이 울리면 남편이 커피를 가지고 오고 본격적인 대화를 한다. 최근 있었던 일, 친구 이야기, 주말 계획 등 연인들과 비슷하게 이야기를 한다. 커피와 디저트를 다 먹을 때쯤 한 명이 휴대폰을 꺼낸다. 나머지 한 사람도 휴대폰을 꺼내고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갖는다. 인터넷 기사를 다 보고 할 것이 없어지면 주위를 한번 훑어보고 일어난다. 보통 1시간 정도 앉아 있다 간다.

아기 있는 부부는 카페에 오면 아기용 의자부터 찾는다. 아내는 남편에게 뭐 먹고 싶은지 물어 본다. 남편은 아무거나 시키라고 하고 휴대폰을 꺼낸다. 아내는 육아 스트레스라는 명분으로 커피와 같이 조그만한 초코케익을 시킨다. 벨이 울리면 남편이 가지고 온다. 케이크를 발견한 남편이 이건 왜 샀냐고 묻는다. 아내는 스트레스 받을 땐 달달한 걸 먹어줘야 한다며 그럴듯한 변명을 댄다. 갑자기 아기가 운다. 애 때문에 커피도 한잔 편하게 못 마시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육아에서 잠시 해방되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 영상을 틀어준다. 각자가 시킨 음료를 마시며 휴대폰을 본다. 커피를 다 마시거나 지겨워지면 밖으로 나간다. 대화시간은 10분이 안 된다.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배우자에게 관심 없이 없고 대화가 없다. 자신의 관심 분야를 제외하면 배우자의 하루 일상이나 고민 따위는 궁금하지 않다.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는 게 없다. 이런 게 진정한 부부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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