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인 칼럼] 2019년 작게 시작하여 크게 키워라
[박홍인 칼럼] 2019년 작게 시작하여 크게 키워라
  • 박홍인 칼럼니스트
    박홍인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0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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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도 상품도 국경을 무시하고 움직이는 시대다. 모든 힘이 자본에서 나온다. 자본은 지구촌의 토종(土種)들을 무력화하고 로컬(local)을 밀어내며 힘을 키웠다. 자본주의의 정당한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 토종들은 막다른 곳으로 내몰렸다. 자본과 글로벌은 토종뿐 아니라 지역(로컬), 지역의 전통, 전통을 지키는 사람, 그들의 삶까지도 무너뜨린다. 일방적 힘겨루기에서 연전연패하던 그 무렵, 로컬의 반란이 시작된다. 글로벌이 몸집을 불릴 때마다 점점 색채를 잃어가던 로컬이 재무장을 마치고 무대 위에 올랐다. 소점포 자영업이 기대야 할 것은 로컬 생태계다. 글로벌은 로컬과 양립하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미 소점포 중에는 지역 주민의 삶에 깊이 파고든 곳이 많다. 그들의 생존 확률은 로컬 생태계에서 필수불가결한 일원이 되느냐에 달렸다.

소점포는 평범한 일상적 풍경을 구성하는 흔한 업종이기 때문에 점포는 주인장과 동네 주민이 어우러질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주인장은 자기만의 핵심기술로 운영해야 하고 부부 또는 가족의 힘을 보태면 금상첨화다. 적은 투자금으로 창업하고, 엄청난 수익은 아니더라도 그것으로 먹고 살며 내 삶의 터전을 지켜갈 수 있으면 이상적이다.

임신한 여성에게 의사들이 종종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아이는 작게 낳아 크게 키워야 한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작게 시작하라. 시작은 부담이 없어야 하며, 남은 돈이 있다면 예비비로 가지고 있는 게 백 번 낫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돈 쓸 때는 자주 찾아온다. 그러나 로컬에서 작게 시작하여 마을 속으로 스며드는 게 장기적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여기에는 늘 장수를 방해하는 요인들이 따라 다닌다.

프랜차이즈요? 그거 할 수 있으면 좋지요. 근데 돈이 있나요? 인테리어비 내고 가맹비 내고 하려면 최소한 1억 이상은 들잖아요?”

예비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에 대하여 갖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 가운데 하나다. 이 말은 돈이 좀 있으면 프랜차이즈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오래가기 힘든 이유 가운데 하나에는, 초기에 과도하게 쏟아 부은 창업투자금이 존재한다.

 

투자금 회수율 20% 미만의 도박

소점포 자영업 현장에서 만나는 위험한 현상 중 하나는 예비창업자들의 창업 투자금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비싼 임대료, 높은 인건비, 무리한 인테리어 욕심은 비용을 상승시킨다. 사회적으로 골칫거리인 주차문제도 비용 상승의 원인이 된다. 주차공간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면 그게 다 돈이다.

우리 모두는 과도한 선투자의 위험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창업자들의 로망은 치열한 영업 경쟁을 하더라도 보다 좋은 상권에서 넓은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럭셔리한 인테리어 속에서 장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창업 전 성공과 실패의 외줄타기에서 예비창업자는 불안하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이 불안을 덜기 위한 방편으로 돈을 쓰려고 한다. 더 좋은 자리, 더 좋은 점포, 높은 권리금이 주는 검증된 시장성, 럭셔리한 인테리어 등이 성공 경영의 필수 조건이며 경쟁 우위에 절대적이라 믿는다. 일견 그렇다. 창업에서 좋은 조건이란 결국 돈과 직결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생각이 옳다면 투자금이 많을수록 성공의 확률도 높아야 한다. 하지만 창업자의 시종을 옆에서 지켜본 내 입장에서 보면 그것이 오히려 실패의 첫 단추가 된다. 아마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이는 통계적, 경험적 사실이다. 소점포 자영업자의 80% 이상이 초기 시설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가게를 운영하거나 끝내 문을 닫는다.

예비창업자들이 제출하는 사업계획서를 보면 평균적으로 창업 후 6개월 정도로 정착기를 잡는다. 보통의 경우 점포 계약은 2년이다. 그들의 계획대로라면 더 이상 추가 자금이 들지 않는 안정적인 영업 기간은 18개월 정도다. 만약 인테리어를 업체에 맡겨 2천만 원 정도 들였다고 하자. 그가 1차 계약기간인 2년 안에 투자원금을 찾으려면 그 장사로 먹고 살면서, 18개월 동안 따로 2천만 원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랬을 때 2년이 되면 그냥 본전 장사한 것이다.

물론 창업자가 정리하고 나갈 때 인테리어 비용을 다음 인수자에게 시설권리금으로 되찾을 확신이 있으면 상관은 없겠다. 그러나 인테리어 비용은 매몰비용이다. 이미 내 통장에서 사라진 돈이란 뜻이다. 일단은 들어가면 포기해야 한다. 되찾을 가능성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인테리어 비용은 권리금도 아니고 적금도 아니다. 장사를 하면서 100% 회수한 사람을 나는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들의 대부분이 상담기에는 권리금을 받아 인테리어 비용을 충당하면 된다고 자신하던 사람들이었다.

장사를 2년만 하고 끝내려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고 싶을지 모른다. 좋다. 재계약으로 2년 더 연장했다면 이 비용을 되찾을 시간적 여유가 24개월 는다. 장사는 이전보다 더 안정적일 것이다. 그러나 임대인의 상당수는 재계약 시 월세도 같이 올린다. 월세가 올랐다고 그만큼 매출 수익도 같이 올라갔을까? 장사를 단명시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자꾸만 올라가는 월세임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인테리어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 들어가는 일이다. 적게 벌더라도 투자금을 낮춰 작게 시작하면 리스크는 그만큼 낮아진다. 적게 벌어도 된다. 물론 인테리어 비용을 적게 들였다면 상대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일은 많아진다. ‘부족한 럭셔리만큼 육체적인 수고와 힘 혹은 아이디어로 보충해야 한다. 어쩌면 소점포 창업이란 돈과 수고 중 무엇을 투입할지 결정해야 하는 지난한 갈등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계획에는 없는 만의 하나를 가정하고 접근하기를 권한다. 성공하리라는 자신감은 좋으나 실패의 가능성을 제로로 두고 출발하는 것만큼 냉정하지 못한 판단도 없다.

한 발 더 나가보자. 오래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한 자리에서 4년을 장사하고 다시 재계약하면 연수로 5년차에 든다. 이때가 되면 처음 창업할 때 설비했던 시설들이 낡기 시작해서 예상치 않던 비용이 발생한다. 재계약 두 번 했다고 매출이 올랐을까? 아마도 특별한 이슈가 아니라면 매출은 변동이 없을 것이다. 시설 투자금만이라도 건지려면 오래하는 게 옳아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돈 들어갈 일이 생긴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이냐고? 초기의 부담스런 투자가 소점포의 단명을 재촉한다는 점을 인지한다면 부디 2019년 창업을 준비한다면 작게 시작하라는 말이다.

 

박홍인 칼럼니스트 phi3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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