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플랫폼, 중앙통제냐 아니면 탈중앙화냐
글쓰기 플랫폼, 중앙통제냐 아니면 탈중앙화냐
  • 김봉건
    김봉건
  • 승인 2018.12.26 2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티스토리나 네이버블로그 등의 기존 글쓰기 플랫폼은 전적으로 중앙에서 이용자의 포스팅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큐레이션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편집진이 새롭게 올라오는 포스팅을 일일이 확인하여 가치를 평가하고 옥석을 가려 매일매일 불특정다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을 노출시킨다. 중앙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불순한 글을 블라인딩 처리하거나 삭제하는 역할도 물론 이들의 몫이다.

이들 편집진에 의해 플랫폼 운영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셈이니 중앙의 권한과 통제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편집진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뛰어나고 호소력이 짙은 글이라고 해도 선택을 받을 수 없으며, 이러한 결과는 개개인의 블로그 트래픽에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이르는 블로거들 가운데 편집자의 눈도장이 찍힌, 이른바 영향력이 큰 이용자나 글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편집자로부터 채택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중앙에서 통제하는 운영 방식을 탐탁지 않게 여기기 일쑤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운영이 된다 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이니 이는 결국 중앙 통제 시스템의 한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티스토리나 네이버블로그 등은 그나마 규모가 워낙 방대하기에 비교적 객관적인 운영이 이뤄지는 편이다. 문제는 이보다 규모가 작은 군소 업체들이다. 이런 곳은 이용자들의 숫자도 적은 데다 중앙에서 마음만 먹으면 이용자들을 특정 방향으로 얼마든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의 객관적인 측면으로 볼 때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정치도 그렇지만 어떤 영역에서든 중앙으로의 지나친 권한 집중 현상은 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곤 한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글쓰기 플랫폼이 대안으로 떠올랐던 건 다름 아닌 앞서의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많이 달랐다. 블록체인 기반 글쓰기 플랫폼 스팀잇이 지금 휘청거리고 있다. 스팀이라는 가상화폐 시스템 위에 구축된 스팀잇은 현재 가상화폐시장의 지속된 침체 등 부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지난달 말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직원의 70%가량이 감원됐다. 덕분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존 글쓰기 플랫폼의 대안이 될 것처럼 많은 이용자들로 붐볐던 스팀잇은 근래 많이 한산해진 모습이다. 새롭게 올라오는 포스팅의 양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앞서 언급했듯 가상화폐시장의 위기가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지향점인 탈중앙화된 스팀잇의 태생적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글쓰기 플랫폼에 시사하는 바 크다. 스팀잇도 여느 글쓰기 플랫폼처럼 인기글이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오랜 시간 노출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다만, 포스팅을 중앙에서 누군가가 일일이 확인하여 인기글로 채택하는 방식이 아닌 전적으로 이용자들의 보팅에 의해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편집자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까닭에 일견 굉장히 민주적인 시스템처럼 보인다. 하지만 맹점이 많다. 스팀잇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용자를 이른바 ‘고래’라고 호칭하는데, 전적으로 이들 고래의 눈에 띄어 보팅을 받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정말 좋은 글을 발굴하고 보팅을 하면 깨끗이 해결될 노릇이겠으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소수의 이용자들끼리 친목 활동을 벌이듯 서로 보팅을 주고받으며 자원을 독식한다. 보팅되는 수치에 비례해 가상화폐를 받는 구조이기에 이는 결국 스팀잇 내부에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낳게 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되게 한다.

다수의 이용자들, 특히 새롭게 진입한 이용자들일수록 이러한 행태가 못마땅하여 스팀잇을 떠나고 있다. 스팀잇에서 유독 보팅을 많이 받는 인기글들은 가상화폐와 관련한 포스팅 등 특정 영역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보팅을 독식하는 이들 또한 몇 안 되는 소수의 이용자에 불과하다. 망해 가는 모습의 전형이다. 탈중앙화가 되레 더 큰 실망감만 안겨주는 꼴이다. 블록체인이 근미래에 가장 각광을 받는 기술 중 하나로 떠올랐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스팀잇의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 탈중앙화다. 그렇다면 글쓰기 플랫폼의 경우 과연 어떤 운영 방식이 우리의 이상을 실현시켜줄 수 있을까?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