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서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신간서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 김진선 기자
    김진선 기자
  • 승인 2018.10.0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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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 경계인이자 주변인으로서의 실존적 고독감을 그린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 작가 임재희의 애도 소설집
 분야 국내도서 > 한국문학 > 소설집 │ 판형 128 X 188mm(무선) 면수 272면
│ ISBN 979-11-6026-105-9 (03810) 편집 김종숙, 황민지

“모든 문은 잠기고 모든 이는 잠들었으리

깊고 검은 웅덩이는 뒤뜰에 있고

치어들은 어항에서 자라네

깨어 있는 사람은 오직 나 혼자이리”

 

2013년 첫 장편소설 『당신의 파라다이스』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작가 임재희의 소설집. 한국인 이주민들의 신산한 삶을 묘파한 임재희의 세 번째 작품이자 첫 번째 소설집이다.

그동안 임재희는 구한말 조선인들의 하와이 이민을 소재로 한 장편소 설 『당신의 파라다이스』에서 사탕수수 집단농장에서 펼쳐지는 네 남녀의 엇갈린 운명을 그려내 “한국 이민소설 장르의 새 장을 여는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두 번째 장편 『비늘』에서는 소설을 쓰는 삶과 그 시간에 대한 고뇌와 그리움을 통해 글쓰기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었다.

강원 철원에서 군인의 딸로 태어나 21세 때인 1985년에 하와이로 이민을 떠난 그녀는 스스로 “미국인과 한국인의 중간에 선 ‘경계인’”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영어로 의사소통은 하지만 거기에선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으며, “한국어는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라고 술회하기도 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에서 작가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민자인 서술자를 내세워 이국적이고 낯선 삶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도, ‘미국으로 간 이민자’, ‘한국 으로 돌아온 귀환자’, 그리고 ‘한국에서 사는 한국인’이라는 세 부류의 인간형을 통해 ‘경 계인’ 또는 ‘주변인’의 개념을, 어느 곳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운명에 처한 사람들까 지로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작가는 이 경계인 또는 주변인에 대하여, 단순히 세상으로부 터 소외되거나 배제된 자들에 국한하지 않는다. 어느 한곳에 정주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떠도는 그들을 통해 구획된 장소 너머의 공간에 대해 사유하는 힘을 지닌 존재로 그려냄 으로써, “한국도 미국도 아닌 현재 서 있는 곳”이 결국 내가 존재하고 있는 곳이라는 실존 적 자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에는 미국에 살거나 머물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한국적인 것을 찾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 머물러 있지만 한국 사회에 속하지 않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들은 어느 한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방황하지만 끊임없이 한국과 결부된 과거를 환기하고 한국인 또는 한국적 인 것들과 교감을 나누려고 한다. “폴은 그런 사람들과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지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이들에게 한국적인 것은 어떤 기호로 나타나든 기어이 와 닿는다. 한편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미국적인 것을 떨쳐버리지 못해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위화감을 느낀다. 특히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된 사람들은 왜 여기에 다시 왔고, 왜 여기를 다시 떠나느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는다. 「히어 앤 데어」에서 동희는 그때마다 “단답형의 대답”을 찾아보려 하 지만 이민과 귀환의 연유를 명쾌히 밝히지 못한다. 문제는 그런 질문은 그저 질문으로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집요하게 묻는 사람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잠시 흥미를 끌다 사라지는 가십거리처럼 “자기 삶의 잣대로 듣고 이해하고 개입하고” 싶어 했을 뿐. 그럼에도 이들이 한국에서 살기로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자신 의 근원에 접속하려는 열망 때문이다. 지난날의 기억과 뿌리를 자기 삶과 접합시키려는 노력, 그런 의미에서 임재희 작품 속 등장인물이 향해가는 길 위의 여정은 어쩌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근원에 가 닿으려는 끊임 없는 노력에 다름 아닌 것이다.

작가는 삶의 목적은 가시적인 목표의 달성 여부와는 무관하게 그곳을 향하는 도정에서 어렴풋 하게 포착될 수 있는 것임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폴의 하루』에 실린 아홉 편의 소설들로서 예증하고 있다. 한 시대를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살다 간 사람들, 그리고 이곳에 남아 계속 살아가려는 사람들 모두에 대한 작 가 임재희의 애도는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이다. 

작가소개 

임재희 196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다. 미국 하와이주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 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당신의 파라다이스』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고, 장편소설 『비늘』과 옮긴 책으로 『라이프 리스트』 『블라인드 라이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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