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매도' 사건과 관련해 잘못 배당된 주식을 임의로 매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증권 전·현직 직원들이 무죄를 주장하고 나섰다.
29일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남기주 부장판사 심리로 삼성증권 전 과장 구모씨(37) 등 8명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컴퓨터 등 사용사기, 배임 등의 혐의로 2차 공판이 열렸다.
피고인 삼성증권 직원의 변호인들은 공통적으로 주식을 매도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득을 취할 목적은 없었다"면서 "피고인들이 주식매도로 얻은 경제적 이익이 없기 때문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구씨의 변호인은 "구씨를 비롯한 팀원들은 잘못 입고된 주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고 무효라고 생각했다"며 "불법적으로 이득을 취할 의사가 없었고 매도계약이 체결된 뒤 이틀 뒤에 결제대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불법적 이익을 취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매매체약 체결 후에 주문을 취소하거나 모든 권한을 삼성증권에 위임했다"며 "이들이 취한 이익은 전산상 수치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취한 재산상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계약이 체결되고 대금이 입금되기 전이라고 해도 이를 통해 또 다른 주식을 매수하거나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명백한 경제적 이익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검찰 측은 구씨 등이 약 400억 원 상당의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이다.
시민들은 이득을 취할 목적이 아니라면 주식을 팔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상식이라면서 끝까지 잡아떼려는 게 괘씸하다는 반응이다. 온라인 상에서는 네티즌들이 삼성증권 직원들과 이를 변호하고 있는 변호사들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다.
또 검찰은 "피고인들이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고의로 주식을 매도한 사실은 메신저 대화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이 된다"며 "시스템 오류로 유령주식 매도 주문이 가능해진 틈새를 이용해서 매도 주문을 제출한 것"이라면서 이들의 유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양측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적용할 법리를 다시 조율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9월 28일에 3차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수사단은 지난달 9일 구씨 등 3명을 자본시장법위반·컴퓨터등사용사기·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모씨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삼성증권 직원들은 지난 4월6일 삼성증권이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금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담당직원의 전산입력 실수로 1주당 1000원이 아닌 1주당 1000주로 입력돼 계좌에 입고되자 이를 팔아 부당이익을 챙기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총 501만주(1820억원 상당)를 매도했으며 일부 직원은 주문이 차단된 이후에도 매도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증권이 십 수년간 같은 증권 거래 시스템을 쓰면서, 문제가 불거진 이번 경우 뿐 아니라 그 동안 수도 없이 유령주식을 찍어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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