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한달 살기』 (9) 세 번이나 올라갔던 타포차우 산
『사이판 한달 살기』 (9) 세 번이나 올라갔던 타포차우 산
  • 김소라 칼럼리스트
  • 승인 2018.05.16 10:3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품을 소비하는 방식의 아닌 다른 여행이 가능할까? 가이드의 깃발따라 관광지에서 쇼핑센터로 정신없이 행군하는 여행이 여행의 전부인 양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다른 여행을 상상할 여유가 있을까. 휴식을 가장한 전투적인 여행이 아닌 성장과 가치를 찾는 여행이 분명 있다.

여행을 왜 떠나고 싶을까 들여다보면 광고와 이미지의 욕망을 따를 때가 많다. 아파트 광고를 보면서 그 속에 들어가 살아야 행복할 것 같은 마음, 자동차 광고를 보면서 그 차를 소유해야 성공한 삶일 것 같은 욕망이 생긴다. 인생은 끝나지 않는 가상의 수레바퀴인 걸까. 그래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법이 여행이 아닐까한다. 사이판에서 아이랑 놀며, 살며, 배우면, 경험한 내용을 칼럼으로 10회 연재로 이어진다.

=======================================================================

세 번이나 올라갔던 타포차우 산

시작부터 겁을 먹었다. 사포차우 산을 가려면 사륜구동 같은 높은 차나 ATV(All-Terrain Vehicle)를 타야 한다고 들었따. 길이 울퉁불퉁해서 도저히 승용차로 갈 수 없는 길이다. 아래가 낮은 차는 돌부리가 닿아서 차가 망가지기 떄문에 가급적 가이드를 통해 투어 상품을 이용하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자동차 렌트할 때도 오프로드 길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기도 한다. 투어 상품을 알아 보았더니 일인당 30달러 이상씩 내야 한다는 말에 마음을 접었다. 사이판에서 한 달 살면 항상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30달러씩 6명이면 180달러라고? 뭐야, 산에 한 번 갔다오는데 20만원을 서야 한다니 말도 안돼)

동생은 10년 전 사이판으로 신혼여행을 왔었다. 그 때는 렌트카로 타포차우 산 같은 곳에 가는 건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리조트 밖에 나가면 강도도 있고, 소매치기도 있으니 다니지 말라고 가이드가 신신당부(?) 하며 겁줬다고 한다. 그런데 사이판 한 달 살기 하면서 ‘이렇게 여행하기에 안전한 곳이 있다니...’ 하면서 예전 가이드의 말에 속아 넘어간 자신이 한심했다고 웃는다.

포장된 길을 운전하는 게익숙한 한국인들에게 흙과 돌투성이 길은 고난도 코스다. 사이판 여행과 관련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타포차우 산에 대해서 “운전 20년 하면서 그런 길은 처음이었다” 라고 쓴 후기도 있었다. 단단히 겁을 먹게 되는 타포차우 산은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곳 같았다. 그렇다고 사이판의 성지와 같은 타포차우를 빼 먹을 수 없는 일.

타포차우 산은 섬 중앙 우뚝 솟은 해발 473m의 야트막한 언덕같은 산이다. 사이판 전경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섬 풍경은 한없이 평화롭다. 서태평양 북마리아나 제도에 위치한 사이판은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1만 1500m에 달하는 마리아나 해구가 길게 뻗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바다 속이 깊은 곳이 사이판 섬이다. 암흑으로 휩싸인 심해 바로 옆에 위치한 사이판은 산호초가 위로 솟아 형성된 산호섬이다. 해발이 높지 않은 산이지만 깊이로 치면 에베레스트 산의 정상보다 깊은 바다를 품고 있다. 에베레스트 산을 거꾸로 빠뜨리면 흔적도 없이 빠져버리는 깊이란다.

이곳은 올라갈 때마다 경치와 바람과 날씨가 제각각이다. 사이판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타포차우 산에서 보았던 풍경을 기억에 담는다. 그만큼 장관이다. 같은 여행지를 여러 번 가보는 것은 나만의 감동을 깊이 간직하는 일이다.

첫 번째 타포차우를 올라갔을 때는 종이 지도 한 장을 갖고 길을 찾는데 험난한 도전처럼 여겨졌다. 제대로 길을 찾지 못해 이상한 곳으로 빠졌다가 나오곤 했다. 길을 잘못 들어서면 정글이 나오고, 험한 돌길이 나와서 나오는데 애먹었다. 한국과 같은 도로 이정표가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네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것도 없다. 길을 찾지 못할 때마다 어떻게든 타포차우 정상을 찾고말겠다는 투지가 불타올랐다.

온몸이 덜컹덜컹 들썩일 정도로 흔들림이 있는 오르막을 천천히 오르면서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드디어 타포차우 정상 주차장에 올랐을 때의 쾌감이란. 이곳에는 흰색의 예수상이 있다. 부활절이면 현지인들이 십자가를 메고 이곳까지 올라와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타포차우 산은 1944년 태평양 전쟁 당시 요새이기도 했다. 미국 제8해병연대가 점령한 다음 일본군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다. 이곳에서 반세기 전 1만 5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피 흘리면서 끔찍한 살육전을 벌였다니. 1995년 방송되어 인기 끌었던 채시라 주연의 ‘여명의 눈동자’ 드라마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다. 일본군 강제 위안부로 끌려 왔던 한국 여성들의 혹독한 삶이 그려진 드라마의 배경지가 사이판이다.

비포장 도로로 험난하게 운전하면서 찾아간 타포차우 산에서 바라보는 섬의 전경은 온통 파랑과 초록이다. 바다의 색도 동쪽과 서쪽이 완전히 다르다. 서쪽은 에메랄드빛 산호초 군락이 있는 잔잔한 보석같은 바다, 반대로 동쪽과 북족 해변은 수심이 깊은 진한 쪽빛이다. 섬의 중심부의 90% 이상은 모두 정글이다. 울창한 숲이 초록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한 번 찾아가기 힘들었던 타포차우를 한 달 동안 세 번이나 갔다. 그만큼 벅찬 감동을 준 풍경이었다. 

필자 소개

현) 더즐거운교육연구소 교육이사

현) 꽃맘협동조합 이사

저서) 『사이판 한달 살기』 (김소라 지음, 씽크스마트, 2018)

 

경제미디어의 새로운 패러다임, 파이낸스투데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arah 2018-05-17 20:14:45
바다를 간접 체험할수있는 가상현실 VR도 재미있어요. 아이러브사이판 I LOVE SAIPAN 매장안에 있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