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돈은 36억인데 받은 돈은 72억…정리 필요 安 수첩·승계작업도 엇갈려
준 돈은 36억인데 받은 돈은 72억…정리 필요 安 수첩·승계작업도 엇갈려
  • 김현주 기자
    김현주 기자
  • 승인 2018.04.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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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문=파이낸스투데이]법원이 뇌물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66)과 뇌물을 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하나의 사실에 내려진 두 가지 판단을 대법원이 어떻게 정리할지에 따라 이 부회장의 형량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6일 박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받은 뇌물이 총 72억9427만원이라고 판결했다.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송금한 용역대금 36억3484만원과 최순실씨(62)의 딸 정유라씨(22)에게 사준 말 구입비 36억5943만원이 모두 뇌물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말 구입비 36억여원에 대해 "최씨와 삼성그룹 관계자들 사이에 말들을 최씨의 소유로 한다는 데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며 "최씨는 말의 사실상 소유자로서 실질적인 사용권한과 처분권한까지 보유했기에 말들을 뇌물로 취득했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재판부도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여원은 뇌물이라고 봤다. 하지만 말 구입비 36억여원의 경우 "서류상 말 소유권은 삼성에 있었고 정씨는 이 말을 무상으로 사용한 이익을 누렸을 뿐"이라며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해 36억3484만원을 총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액에 대한 1심 판단이 2심에서도 인정된다면, 이 부회장이 준 뇌물은 36억원인데 박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은 72억원이 된다. 하나의 사실에 두 가지 판단은 있을 수 없기에 대법원이 어느 한쪽을 파기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 재판부의 판단이 맞다고 보고 '36억원' 판결을 파기한다면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다시 징역형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회사 자금에서 온 만큼, 그의 삼성그룹 법인 자금 횡령액도 72억여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유기징역이지만, 50억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후자의 경우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인 '3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지 않아, 실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의 재판부와 달리 판단했다.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수첩에 기재된 사실이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라 볼 수 없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첩은 단독 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 사이의 대화 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한다"며 "수첩은 그런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하는 범위 내에서 증거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비밀리에 이뤄질 수밖에 없는 '독대'의 특성상 '안종범 수첩'은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다.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갈린 만큼, 대법원이 수첩의 증거 능력을 놓고 하나의 결론을 내려줘야 하게 됐다.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 중에는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내용도 있다. 그동안 검찰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고 이 부회장의 1심도 이를 인정했는데,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이런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의 포괄적 현안인 '승계작업'이 존재한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승계작업을 매개로 재단 등에 대한 지원을 한다는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 경우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해 삼성물산 합병을 성사시키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가 1·2심에서 인정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62)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설명이 안 된다. 대법원은 이에 대한 결론도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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