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Fanz의
텐프로) 100
 [soul]Fanz
 2009-04-14 09:58:10  |   조회: 4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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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논현 삼계탕.

여름의 막바지라고 아무리 그래도 식사 시간도 아닌데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있을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식사 시간 때도 아닌 이런 새벽시간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특히 논현 삼계탕은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었다.

논현동에 도착해서 가게로 들어가 보니 은희와 박여사가 나란히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 시우가 앉아 있었다. 시우의 옆자리는 나를 위해 비워 둔 모양 이였다.

“ 안녕~ ”

손을 흔들어 보이며 시우의 절친인 은희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 오랜만 이예요 ”

아직은 어색한 관계인 박여사에게는 이렇게 인사를 했다.

박여사는 집에서 포커모임 가질 때 처음 본 뒤로 두 번째 만난 것이였다. 그래서 더 어색하기도 했다. 지난 모임 때 트레이닝복에 모자만 눌러써도 포스가 느껴졌던 박여사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빛나 보였다.

화장을 하지 않은 듯한 얼굴. 기초 화장만으로도 박여사는 포스가 느껴졌다. 오늘은 모자를 쓰지 않아서 얼굴의 이목구비가 더 뚜렷하게 느껴졌다.

작은 얼굴에 늘어진 머리, 마른 몸을 들어내 보이는 쇄골이 보였다. 어깨가 들어나 보이는 축 늘어진 셔츠를 입어서 그랬는지 금빛 목걸이 보다 쇄골과 박여사의 작고 뚜렷한 얼굴이 더 빛나 보였다.

삼계탕 4개와 참이슬 한 병을 주문 했다.

“ 지훈씨는 살이 통통해 지시는게 완전 귀여워 지시네요? ”

박여사가 말했다.

“ 그치그치 내가 마른 사람 싫어하자나.. 자꾸 먹이고 있어 하하 ”

그녀가 말을 받았다.

난 쑥스럽게 애써 웃어 보였다. 아직은 박여사와 어색한 사이여서 그랬는지 그저 그렇게 웃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이런 면이 오히려 더 순해 보이고 착하게 보였는지 은희도 박여사도 나를 좋아 했다. 그러니 이런 자리에 나도 서스름 없이 불러서 함께 한 것이라 생각 했다.

박여사가 내게 살이 찐다는 말을 비유해서 점점 귀여워 진다고 했는데 그녀와 동거한 뒤로 10kg이나 쪘다. 비만이라는 중병에 걸린 나였다. 살이 안 찔래야 안 찔 수 없는 상황 이였다.

그래서 난 결혼을 하면 왜 남자들이 살이 찌는지 이해가 갔다. 아직 결혼도 안한 총각이 이미 결혼한 남자들이 왜 살이 찌고 배가 나오는지 그리고 신혼생활의 재미 까지도 어떤지 간접적이나마 알고 있었다.

내가 경험하고 생각한 생활과 결혼 생활이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 했다.

우린 각자 술잔에 잔을 채우고 건배를 했다. 술을 따를 때는 술잔을 들어서 술을 받거나 하지 않았다. 보통의 경우는 술잔을 들어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건배를 하고 함께 마시는데 이들의 술자리는 상당히 그런 면에서 자유로웠다.

자연 스럽게 혼자 마시고, 빈 잔에 자기가 잔을 채우고...

난 그런 분위기에 익숙치 않아서 잔이 비워지면 술을 따라주고 또 은희나 박여사가 술을 마실 때는 같이 마셔줬다. 술을 자기 템포로 마셔야 취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 템포에 맞추면 금새 취하게 된다. 그래서 은희와 박여사가 함께한 술자리는 힘들었다.

꼭 그 사람들에게 맞출 필요도 없는 자리이고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는 자리였지만, 왠지 그렇게 맞춰 주고 싶었고 내 이런 행동들을 상당히 새로운 시각으로 그들은 보고 있음을 느꼈다.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느낌으로 알 수가 있었다.

밑반찬만 나왔을 뿐인데 우린 서둘러 첫잔을 마셨다.

“ 아.. 그때는 제가 얼굴을 잘 못 봐서요. 모자 쓰고 오셨자나요~ 모임 때는.. 오늘 뵈니 미인이시네요~ ”

첫잔을 마시고 안주도 채 집어 먹지 않았는데 박여사에게 말을 건냈다.

“ 애들아 들었지? 나 아직 죽지 않았다 ”

여자들 셋은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 대며 웃었다.

“ 제가 뭐가 예뻐요.. 은희나 시우가 저보다 더 예쁜데.. ”

시우와 은희는 중간에 퇴근을 하고 나와서 그랬는지 화장기가 있는 모습들이였는데 박여사는 기초 화장만 하고 왔는지 거의 생얼 같았다. 그래서 좀 다르게 보였나 보다.

“ 그런데 오늘 무슨 일 있어요? ”

“ 아뇨 별일 없는데... ”

“ 아니 이렇게 새벽에 모이길래..... ”

“ 아 뭐 그냥 시간나면 보니깐..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

그녀가 기분이 안 좋다고 했는데 벌써 내가 도착 하기 전에 은희와 박여사와 그 이야기는 한 모양 이였다. 내게는 절대 그녀의 가게에서의 고충을 말하지 않았기에 난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주문한 삼계탕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는 이 여름의 막바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삼계탕 맛은 이곳 보다는 종로에 있는 고려 삼계탕 맛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음에는 내가 그곳으로 초대를 하겠다고 말을 하자 식탐 많은 그녀들은 좋다고 말을 받았고, 말로만 그러지 말고 아예 날짜를 잡아야 한다며 아우성까지 쳤다.

사실 내가 먹어본 삼계탕 중 최고는 서울 시청 덕수궁 옆에 있는 ‘고려 삼계탕’ 이다. 그 집 맛을 알면 다른 삼계탕은 입을 대지 못할 정도로 으뜸이라고 말해 줄 정도다.

“ 여기는 먹을데가 없어서 여기 오는거지.. ”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꺼냈다.


소주를 5병째 마시고 6병째를 주문 했다.

“ 그때 보니 은희 너 차 좋더라? ”

우리가 그때 커플 여행을 떠났을 때 봤던 그녀의 차에 대해 말했다.

“ 좋기는 뭐가 좋아.. 그냥 택시가 편하더라.. 그냥 딱 뒷좌석에서 졸아도 되고.. ”

털털한 그녀들 이였다.

“ 뭐야 너네들 어디 나빼고 놀러 갔었어? ”

박여사가 우리가 떠난 커플 여행을 모르고 있었다는 듯 물었다.

“ 아 그때... 말했자나 언니~ ”

그녀는 은희의 이별을 들추기 싫다는 듯이 박여사에게 눈치를 줬다. 박여사도 알겠다는 다른 말을 꺼냈고 나 또한 그런 분위기를 감지 했다.

“ 시우야 지훈씨 차 좀 바꿔줘~ ”

의도가 있는 말이 아니 였는데, 이 말을 사건의 발단이 될 줄이야 꿈에도 아니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박여사 그렇게 말을 해버렸다.

“ 내가 면허만 있어도 차 좀 뽑아 줬을텐데.. 내가 면허가 없으니 차도 잘 모르겠어서... ”

“ 아니야 괜찮아~ ”

이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장난스럽게 넘어가야 할지 몰랐다.

차 좀 바꿔 주라는 박여사의 말은 경제적으로 여자에게 기대고 있는 상황처럼 느껴 졌기 때문 이였다. 특히 남자에게 이런 경제적인 면에 대한 자존심은 상당한 부분을 차지 하고 있듯 나 또한 그녀 앞에서 최소한의 자존심은 가지고 있었다.

본질적으로 사랑하는 사이에서 약자와 강자가 있을 수 없다.

경제적으로 약자가 어디 있고 강자가 어디 있는가?

특히 경제적으로 그녀에게 기대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 였다.

그녀를 사랑 하지 않았다면 그녀와 함께 동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시간을 그녀에게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업계에서 말하는 ‘공사’를 치려고, 그녀의 돈을 가로 채 가려고 마음 먹었다면 난 양아치 라고 생각 했다.

개미처럼 부지런히 회사에서 일 했다. 그래서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연봉을 받고 있었고 월급은 적금이나 펀드 등으로 나누어 미래를 위한 재정적 기반을 쌓고 있었다.

물론 돈으로 기반을 마련 한다기 보다는 정말 중요한 것은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하고 돈을 운용 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지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돈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돈이 나를 위해서 일 할 수 있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 이 상황은 혼란의 연속 이였다.

일일이 내 이런 상황을 변명처럼 열거 하고 싶지도 않았다.

술을 한잔 더 마셨다.

“ 오빠도 좋은 차 타고 싶니? ”

“ 아니라니깐... ”

만약 그 자리에서 차를 바꿔주면 고맙지 라는 말을 했다면 어땠을까?

난 조금 혼란스러웠다. 지금 상황을 장난스럽게 웃으며 넘겨야 하는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세우며 진지하게 말을 꺼내야 하는지 말이다. 분명코 은희의 이별 이야기로 이야기가 진행 되는 것을 끊고 화제를 돌렸는데 그 의도는 분명코 알고 있는데 하필 전환된 이야기가 왜 차 이야기 인건지...

“ 지훈씨.. 시우 돈 잘 버는 거 알자나요.. 바꿔 달라 그러세요~ 하하 ”

쑥스럽다는 표현이 맞는지 좋은 차를 못타고 다녀서 창피하다고 하는 말이 맞는지 아니면 남자로서 경제적인 면에 대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표현 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몹시 부끄러웠다.

박여사는 남자들을 잘 다룰 줄 알았다. 말하는데 배포도 있었고 그게 허세 인지 아니면 일명 텐프로들이 가지고 있는 가오 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박여사는 내 얼굴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 애가 그래도 잘나가는 애예요.. ”

“ 언니~~~ ” 그녀가 말했다.

“ 왜 다 알거 아냐.. 왜? 몰라? ”

술 취한 건지 아니면 말을 꺼내다 보니 이야기가 계속 나온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박여사가 내게 어떤 의미로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분명 기분이 좋게 들리지는 않았다. 잔잔했던 마음속 바다에 작은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아무리 잘나가도 술집 아가씨는 술집 아가씨다’


“ 시우야 지훈씨 차 좀 바꿔줘~ ”

“ 지훈씨.. 시우 돈 잘 버는거 알자나요.. 바꿔 달라 그러세요~ 하하 ”

“ 애가 그래도 잘나가는 애예요.. ”

“ 왜 다 알거 아냐.. 왜? 몰라? ”

박여사가 그녀를 향해 했던 모든 말들이 떠올랐다. 그냥 그녀가 이런 일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주말 명동거리의 엄청난 인파처럼 몰려 들었다.

돈 많이 안 벌어도 그냥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거나 지금 박여사처럼 작은 커피숍을 한다거나 작은 옷가게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해서 들었다. 몸은 삼계탕 집에서 그녀들과 마주하고 소주를 마시고 있지만 내 마음은 다른 생각들로 가득 했다.

‘ 씨발 미친년이 돈 자랑 하려고 불렀나.. 술 팔고 몸 판돈 자랑 하려고? ’

난 지금 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싶었다.

시우까지 그런 취급해서 같은 부류로 묶는게 싫었다.

아니 인정 하고 싶지 않았다.
2009-04-14 09: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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