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Fanz의
텐프로) 98
 [soul]Fanz
 2009-04-08 09:43:58  |   조회: 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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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무더운 이 여름이 이제 다 가려나 보다. 막바지 말복 더위가 이어 졌다.

그녀는 더워 죽겠다며 여름 내내 푸념을 늘어 놓았고 그런 그녀는 뜨거운 낮 시간에 절대 외출을 하지 않았다. 단지 덥다는 이유 하나로 집에서 콕 박혀 있다가 출근 시간이 되서야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단 무더운 여름이라서 그녀가 낮에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였다.

이 바닥에서 일하는 많은 아가씨들도 마찬가지 습성이 있다. 낮에는 잘 돌아 다니지 않는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말이다.

밤에 일하고 새벽에 퇴근해서 아침까지 술 마시고 들어와 낮에는 잠을 자야 한다. 그리고 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남들이 퇴근을 하는 시간에 출근을 한다.

낮에 돌아다닐 여유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몸도 피곤하고 귀찮기 때문에 낮에 잘 돌아 다니지 않는다.

늦잠을 자고 일어 났더라도 집에서 인터넷을 한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티비를 본다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다시 또 잠을 잔다.

물론 그녀가 쉬는 날에도 그녀는 낮에 절대 돌아 다니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 날 에어컨을 항상 상쾌하게 틀어 놓고 집에서만 지냈기 때문이다.


어느날 그녀가 손빨래를 하고 건조대에 빨래를 널고 있었다.

“ 오빠 그래도 빨래가 잘 마르니깐 좋다. 뽀송 뽀송하고... ”

그녀가 왠지 여자친구가 아닌 내 아내 처럼 느껴졌다.

빨래감을 모아 빨래방에 맡기던 그녀는 나를 만난이후 바뀌었다. 건조대를 구입하고 세탁 비누를 구입하고 빨래대를 구입해서 간단한 빨래감은 손빨래를 하기 시작 했다. 이렇게 그녀가 됐든 내가 됐든 시간 있는 사람이 손빨래를 하는 건 습관이 되버렸다.

“ 오빠 나 담배 피는 거 싫지? ”

그녀는 담배를 그리 많이 피우진 않았다. 내가 담배를 피지 않아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집에선 그리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집에선 나를 위한 배려였겠지만 가게에 출근해서는 얼마나 담배를 피우는지 알수 없었다.

그녀가 집에서 담배 피울 때는 나를 위해 창가에서 피우거나 아니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변기에 앉아서 담배를 폈다. 그래서 항상 변기 위에는 라이터와 담배가 놓여져 있었다.

가끔 책을 보려고 책이 변기위에 올려져 있기도 했다.

하루는 그녀에게 장난도 칠 겸 담배를 못 피우게 하려고 화장실에 있던 담배와 라이터를 다용도 함에 잘 개어 넣어둔 수건 틈 사이에 숨겨 놓았던 적이 있었다.

“ 오빠~~ 오빠~~~~~~ ”

“ 어 왜? ”

“ 오빠 혹시 화장실에서 담배 못 봤어? ”

“ 어 못 봤는데.. 왜 없어? ”

“ 어 없네.. 분명 어제 새벽까지 있었는데... ”

“ 어 그래? 혹시 어제 출근할 때 들고 간 건 아니고? ”

“ 아 그런가? ”

그녀는 밤부터 늦은 새벽까지 일을 하며 술을 마시고 밤과 낮이 바뀌는 일상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가끔 헤깔려 하거나 잊어 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중요한 일들은 빈틈없이 잊지 않았지만 일상적인 사소한 부분들에 대해서 긴가민가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녀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다용도 함을 뒤져서 내가 숨겨놓은 담배를 발견해 냈다.

“ 뭐야 이거 오빠가 숨긴거자나.. ”

“ 하하하 그냥 너 담배 조금만 피우라고 그랬던 거야 ”

집에서 담배를 피우면 아무리 깔끔하게 정리하고 주변을 깨끗하게 한다고 해도 집안이 전체적으로 지저분하게 느껴 질 수밖에 없다. 집안에서 풍기는 담배 냄새 뿐만이 아니라 다 피우고 나서 침과 재들이 참 보기 흉했기 때문 이였다.

그래서 한번은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려고 분리수거를 할 때 재떨이도 없애 버렸고 집에 있던 빈 피티병도 죄다 버렸다.


“ 오빠 재떨이 어딨어? ”

“ 아 그거 너무 더러워서 닦다가..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 그래서 쎄게 닦다 깨져서 버렸어 ”

그녀는 내 사랑스런 거짓말을 믿어 줬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 다고 하지 않던가?

그녀는 티슈 두 장을 뽑아 들더니 티슈위에 침을 뱉고 거기에 재를 털었다.

이제 이쯤 하면 이쁜 여자들에 대한 환상도 깨질만 하지 않던가?

어쨌든 이렇게 애를 쓰고 발악을 했던 내게 그녀는 끝까지 집에서 담배를 피웠다.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재떨이를 없애도 피우던 담배를 무슨 일인지 담배를 끊으면 좋겠지라는 그녀의 물음이 참 으아해 했던 건 사실 이였다.

“ 오빠 나 담배 피는 거 싫지? ”

“ 뭐 좋지는 않아~ ”

내가 말을 이었다.

“ 뭐 어차피 너도 언젠가 끊을거 아냐? 나중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고 낳을려면.. ”

“ 뭐 그래.. 나 담배 끊을까? 끊었으면 좋겠지? 어때? ”

처음엔 이 여자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러나 싶었다.

“ 끊으면 좋지.. 끊으면 선물이라도 준비해야 겠다 하하하 ”

“ 그러면 한번 끊어 볼까? ”

“ 정말? 그래 담배 끊으면 내가 좋은 것보단 시우 너한테 더 좋은거니깐~ ”


그녀는 나와 약속을 했다.

담배를 단번에 끊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줄여가며 끊어 보겠노라고 새끼 손가락 걸고 복사까지 하며 나와 사랑스런 약속을 했다.

난 담배를 피우는 않는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성인이 되어 대학을 다닐 때도, 군입대를 해서 2년 2개월간 복무를 했을 때도, 직장 생활을 하는 지금까지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솔직히 난 담배를 피우는 심리를 잘 모른다. 왜 담배를 피우고 싶은지, 왜 담배가 필요 한지, 정말로 담배가 땡기는지... 난 알지 못 하는게 사실 이였다. 왜냐? 단순하게 난 경험 하지 못했으니까...

나와 약속을 했지만 정말로 담배를 끊는게 어려운지 그녀는 창가에서 화장실에서 종종 담배를 폈다. 물론 나 몰래 말이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멋대로 행동 해오던 그녀에게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며 행동을 하게 되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위한 배려, 약속을 지키려는 그녀의 노력 이였다.

그런 그녀의 눈치를 내가 모를일이 없었다. 우린 한집에서 함께 사는 동거인 이였기에 작은행동이나 말투에서도 서로에 대한 느낌들을 전달 받을 수 있었다.

“ 뭐야 너 화장실에서 담배 폈어? ”

그녀가 화장실에 갔다가 나왔다. 나 또한 화장실에 소변을 보러 가려고 하자 그녀는 조금 이따가 들어가라고 내게 말을 했다. 그녀가 말하는 사이 벌써 옷에서 입에서 담배 냄새가 났다. 난 담배를 안 피우기 때문에 담배 냄새를 잘 맡았다.

그녀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담배를 폈는지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자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담배 냄새가 가득 했다.

그녀는 그럴 때 마다 내게 귀엽게 웃어 보였다. 담배를 피우는 심리를 잘 모르는 터라 나또한 웃어 보이며 괜찮다고 느낌을 전달했다. 하지만 겉으로 표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 뭐야~ 담배 끊는다며~~ 박시우씨 어떻게 된거야~~ 하하 ”

“ 뭐.. 헤헤~ 한번에 어떻게 끊어~ 줄여 나가고 있어 그래서~ ”

“ 으이그 그러세요? 어디 못 끊기만 해봐~ 약속까지 하고 복사까지 했어!! 다 기억해~ ”

“ 하하 알아~ 오빠~ 어디 눈치 보여서 집에서 담배 피우겠어~ 끊는다 끊어~ ”


담배를 끊는 다고 했지만 아니 정확하게는 점차 줄여나가서 끊는다고 했지만 그녀가 출근을 할 때 들고 다니는 가방을 보면 담배와 라이터 그리고 담배재가 가방 안에 항상 있었다.

그녀는 어느 젊은 여자들처럼 화장품 케이스에 담배를 숨겨 다니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그녀가 담배를 피우는데 뭐라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 이였다.

그녀가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도 아니여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녀와 나는 다시 약속을 했다.

그녀가 담배를 줄여 나가서 끊을수 있게 도와 준다는 의미 였기도 했다.

어차피 내가 출근해서 집에 없는 동안, 그녀가 가게에 출근 해서 일 하는 동안 담배를 분명 피울 것이다.

그래서 집에서라도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의미로 집에서는 금연을 제안했고 그녀도 흔쾌히 약속 했다. 그런 의미로 집에 있던 라이터를 모두 다 버렸다. 물론 그녀 가방 안에 담배와 라이터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거기까진 간섭하진 않았다.

그녀는 의외로 약속을 잘 지켜 나갔다. 집에서 그녀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담배를 피운 흔적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그리 부지런하지 못했다. 담배를 피우고 그 흔적들을 없애거나 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럴 바에 하지 않겠다는 주의다. 아니면 나가서 피우고 들어오거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귀찮은 일이고 그럴 바에 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최악의 경우라면 집에서 담배를 피우더라도 그 흔적들을 지우지 않는다. 그냥 내보인다. 귀찮아서라도 아니 정확하게 자기 양심에 찔리거나 마음을 숨기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런 불안감을 싫어한다. 자기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도 용납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조금씩 변하고 있었고 약속을 약속에서만 끝나는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노력을 보면서 그녀도 나로 인해 생활에 변화를 가져 오고 싶었음을 난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나로 인해 변하고 있다. 작은 행동에서부터 그녀의 생활까지 그녀는 변화를 하려고 노력 하고 있고, 난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금연을 한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하지만 거짓말 처럼 그녀는 해내고 있었다. 담배를 줄여 나가고 있었고, 집에서는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물론 그녀의 가방 안에는 여전히 라이터와 담배가 들어 있었지만 거기까지 간섭치는 않았다.

그녀는 변화를 원했다. 자신의 삶을 다시 변화 시키길 원했다.
2009-04-08 09: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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