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95점 기관장 날리면 엑스포 유치 실패 분이 풀리나..지역 문화계 파장
부산시, 95점 기관장 날리면 엑스포 유치 실패 분이 풀리나..지역 문화계 파장
  • 최재경 기자
    최재경 기자
  • 승인 2024.01.2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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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
이정필 대표, 높은 경영평가에도 불구하고 연임 불가 통보 받아
부산시, '글로벌 감각' 부재를 사유로 들어 - 적합성에 대한 의문 제기
지역 예술계와 시민단체, 부산문화회관의 미래와 정치적 영향에 우려 표명
부산광역시 박형준 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글로벌감각 부재'로 국제 무대에서 고배를 마신 박형준 부산시장이 엉뚱한데 화를 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하 공공기관인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의 연임불가를 통보하며 언론을 통해 "부산문화회관의 글로벌 감각 제고"를 사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2+1년 임기제'에 따라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임기가 연장될 것으로 기대됐던 이정필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는 23일 퇴임식을 끝으로 2년의 임기를 마치게 된다. 문제는 이 대표의 외부경영평가가 현저히 높았음에도 부산시가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들며 연임불가를 통보한데 있다.

파이낸스투데이의 취재에 따르면 부산시의 2023년 기관장 경영평가 결과, 이정필 부산문화회관 대표는 △기관평가 95.51점 △기관장평가 92.93점을 기록했다. 부산시 문화진흥 4개 기관 중 1등, 17개 출자-출연기관장 중 4등의 성적이다.

그러나 가(기관평가), A등급(기관장 평가)을 받았어야 할 이 대표의 경영평가는 최종 나, C등급으로 하향조정됐다. 각기 한 등급, 두 등급 하향시킬만한 요소가 있었어야 하지만 부산시는 '상시평가요소가 작용했다'고 해명했다. 14일자 부산일보 기사에서 부산시는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운영 방향 정립 등 부산의 기획공연을 글로벌 도시 수준에 맞추기 위해 보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인사가 조직을 새롭게 이끌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정성, 정량평가가 아닌 부산시 인사권자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했음을 부산시가 시인한 꼴이다.

부산문화회관은 이정필 대표이사 임기 동안 △노사상생 선포 △ESG경영 선포 △무분규 노사 단체협상 및 임금협상 체결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을 통한 효율적 인력운영을 이뤄냈지만 박형준 부산시장의 정무적 판단으로 인해 한순간에 '구태의연하고 무능력한 조직'이 됐다.

일각에서는 부산시의 이 대표에 대한 연임불가 통보가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못한 사례라는 비판도 나온다. '갱신기대권'이란 기간제근로자가 근로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의 갱신이나 무기근로계약으로의 선환시 공정한 절차와 심사 및 그 심사에 따른 결과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박형준 시장이 당연직 이사장을 맡는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의 이정필 대표이사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2+1년 임기제에서 공정한 절차와 심사 결과에 따라 1년 임기 연장을 이정필 대표가 기대한 것은 당연했다.

이 대표의 임기연장을 바란 것은 부산문화회관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2022년 9월 2개팀 축소라는 자체적인 조직개편을 진행하며 경영혁신을 추진했던 부산문화회관은 2024년 업무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없게됐다.

부산문화회관 내부의 한 관계자는 "산하 기관장의 기본적인 갱신기대권조차 무시한 부산시의 처사가 과연 공적기관으로서 정당한지 의구심이 든다"라며 "부산의 문화기관과 기관장이 부산시의 정치적 판단의 희생물이 된다면 이 사회의 구태한 일이며, 현재의 여러 상황은 이정필 대표가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이라는 의혹이 들기에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부산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도 "100점 만점에 95점을 받은 기관장을 날리면 부산문화회관이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글로벌 도시 부산의 수준에 맞아지는가"라며 "박형준 시장은 이정필 대표를 날린 사유와 평가항목을 정확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편 23일 퇴임식 이후 26일자로 이정필 대표의 임기가 종료되는 가운데, 글로벌 도시 부산의 수준에 맞는 참신하고 혁신적인 후임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가 누가 올 것인지에 대해 지역예술계의 촉각이 곤두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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