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석 칼럼]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
[정연석 칼럼]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
  • 정연석
    정연석
  • 승인 2024.04.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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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장관이 20일 밤에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총선에서 지고 나서 바로 다음 날에 책임을 지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났던 한동훈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침묵이 열흘 만에 웅변의 글로 나타났다. 무엇이 한동훈으로 하여금 침묵을 그치게 했을까?

홍준표 대구시장의 공격이 불편했을 수 있다. 홍 시장은 연일 한동훈을 공격했다. 홍 시장은 16일 SNS를 통해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준 한동훈이 무슨 염치로 이 당 비대위원장이 된다는 것인가"라며 한 전 위원장을 직격했다. 이 외에도 한 위원장을 겨냥해 셀럽, 문재인 사냥개, 셀카, 대권놀이 등의 표현으로 한동훈을 깎아내렸다. 이런 공격을 받아도 한동훈은 침묵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8일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동훈을 겨냥해 "윤석열 정권 황태자 행세로 윤대통령 극렬 지지세력 중 일부가 지지한 윤 대통령의 그림자였지 독립 변수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황태자가 그것도 모르고 자기 주군에게 대들다가 폐세자가 되었을 뿐이고 당내외 독자 세력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일방적으로 한동훈을 깎아내렸다.

계속되는 홍 시장의 공격에도 한동훈은 침묵했다. 그랬던 한동훈이 참을 수 없는 것은, 대통령이 자신을 배신자 취급하는 것, 자신의 진정을 몰라주는 대통령에 대해 섭섭한 마음이 들어서였을까? 홍 시장은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2위를 차지했고, 이보다 앞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를 지냈다. 그런 홍 시장이 공격하는 것은 한동훈이 참을 수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멀리하는 것은 한동훈이 계속 침묵할 수 없게 했다.

- 섭섭함과 오해는 하나되지 못하게 한다.

총선 이후 홍준표 대구시장을 중심으로 일각에서 한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지적해왔는데, 이에 대한 대답으로 침묵을 깬 것일 수 있다. 한동훈은 자신의 SNS에 "저의 패배이지 여러분의 패배가 아니라"며 "우리가 함께 나눈 그 절실함으로 이기지 못한 것으로 여러분께 제가 빚을 졌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면서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고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주장했다.

국민에게 보낸 글의 형식 속에,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총선 기간 나타났던 갈등이 배신이 아니라 용기였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이 한동훈의 진심이었다고 해도 대통령에겐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직접 해명하면 되는데 왜 SNS를 통해 애매하게 표현하는지 못마땅할 수 있다. 만나서 진심을 전할 때까지 침묵할 순 없었나? 둘 사이가 그 정도밖에 안 되었나? 대통령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도 된다. 보통 사이라면. 그러나 가까운 사이라면 섭섭할 수 있다.

한동훈은 대통령의 용산 초청도 거절했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동훈 비대위' 전원을 대통령실에 초청해 오찬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을 용산 대통령실에 초청했는데, 한동훈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기 어렵다고 정중히 말씀드렸다"며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사양의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나서 총선 이후의 비서실장과 총리 인선을 이야기했고, 이재명 대표와는 이번 주에 영수회담을 하기로 약속했다.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는 대통령이 한동훈에게는 만나자고 직접 전화도 하지 않은 것일까? 대통령의 초청을 한동훈이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했다지만, 사실은 섭섭한 마음의 표현 아닌가?

한동훈이 침묵을 깨고 SNS을 통해 배신과 용기를 언급하며 국민 운운한 것도 대통령에겐 섭섭할 수 있다. 대통령실 초청을 한동훈이 거절한 것도 대통령은 섭섭해할 수 있다. 대통령실 초청에 응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문제라면 도대체 얼마나 아프다는 말인가? 당장 죽는 병이 아니면 대통령의 초청에는 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누가 누구에게 섭섭함을 느끼는가? 섭섭한 마음을 버리고, 먼저 다가가서 손 내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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