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이 사람] 서울 교통의 전문가, 성중기 서울시 의원(2)
[화제의 이 사람] 서울 교통의 전문가, 성중기 서울시 의원(2)
  • 박재균 기자
    박재균 기자
  • 승인 2022.02.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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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대립에 대한 처방, 섬김, 소통 그리고 포용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대개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 중에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평가를 절하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물론 경부고속국도 건설 초기에는 막대한 예산 소요와 건설 기술에 대한 불투명성, 미래 이용 수요에 대한 불확정성을 내세워 반대하는 측도 있었다. 하지만 국가 발전에 있어서 물류와 교통의 중요성을 경험해 보지 못한 부류의 근시안적인 주장임이었음을 지금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흔히들 국토의 교통망은 인체의 혈관에 비유한다. 아무리 훌륭한 자원과 재화가 있어도 정확한 시간에 적정한 양만큼 공급하지 못하면 산업은 정체된다. 신선한 산소와 영양이 꽉 찬 혈액도 혈관을 타고 돌지 못하면 인체의 균형이 깨지거나 병에 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성중기 서울시 의원 [사진:성중기 의원실 제공]
성중기 서울시 의원 [사진:성중기 의원실 제공]

성중기 의원은 서울시의회의 교통전문가다. 초선 당시부터 교통위원회에 몸담았고 지금까지 8년째 위원 활동을 하고 있으니 서울시 교통 분야에서는 최고참이라 불릴만하다.

<1편에 이어>

정치도 예술처럼

박재균 기자(이하 기자) : 서울시 교통 관련해서는 이정도 듣고요. 재미있는 자료를 하나 받았습니다. 노래로 소통하신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정치도 예술처럼? 이것이 어떻게 나온 이야기인지요?

성중기 의원(이하 성 의원) : 개인적으로 성가대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노래를 오랫동안 많이 부르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성악을 전공한 것은 아니고요. 초선 의원일 때 당 모임 등에서 노래할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가끔 노래를 불렀었습니다. 그런데 소문이 좀 와전이 된 것 같습니다.

기자 : 사람들이 누가 노래를 잘하는 것 같으면 ‘완전 가수야, 가수’ 그런 식으로 얘기가 되기는 하죠.

성 의원 : 그런 얘기가 고 박원순 시장한테까지 들어갔는지 박 시장이 본 회의장에서 식전음악회를 한 번 하자는 제의를 해서 제가 최초로 의회에서 노래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노래를 잘 한다 못한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요, 정치도 노래처럼 사람들에게 늘 가까이 있으면서 때로는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감동도 주고 때로는 일명 ‘떼창’이라는 것처럼 크게 같이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어떤 행사장에 가면 축사를 몇 분씩 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많이 길어지고 그러면 사람들이 내용을 잘 듣지도 않고 지루해 하면서 싫어합니다. 그러면 차라리 그 시간에 누구나 아는 즐거운 노래를 불러드리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싫어하는 것보다는 실용적이고 좋아하는 것을 해드리는 것이 정치인의 해야 할 일이니까요. 실제로 공적인 행사장에 가서 제가 축사 대신 노래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겁니다.

서울시 의회 송년 음악회 [사진:성중기 의원실 제공]

기자 : 예술이나 문화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위원회를 잘못 가신 것이 아닌가요? 교통위원회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라든가...

성 의원 : 제가 문화, 관광, 어린이, 청소년, 어르신에 관심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만 위원회를 잘못 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는 그곳에 맞는 훌륭한 위원님들이 계시고 활동을 잘 하고 계시다고 믿습니다. 다만, 제 지역이 서울의 강남이다 보니 문화나 환경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이지요. 벌써 오래전에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통해서 서울의 강남이 브랜드화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많은 K문화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강남에 많이 있고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강남’을 세계적인 상품화하지는 못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한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강남이 발달했다, 부촌이다, 엔터테인먼트사가 많다, 스튜디오나 연습실이 많다고 하지만 강남에 아직 큰 콘서트홀이 하나 없습니다. 강남 주민들이 큰 공연을 보고 싶으면 멀리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세금은 제일 많이 내면서 문화적인 인프라 부분에서는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는 것입니다.

이제 서울이나 강남에 공장을 지어서 산업을 키울 수는 없습니다. 친환경, 저탄소,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가야합니다. BTS나 오징어게임 같은 K 콘텐츠에 지금 전 세계가 열광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문화 콘텐츠 중심으로 더 키워야지요. 지금까지 중앙정부나 서울시는 ‘강남은 잘 사는 동네 아니냐. 그러니 개인들이 알아서 잘 하지 않겠느냐’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프라의 구축은 개인이 해결할 수 없습니다. 방향을 정해서 큰 틀에서 움직이지 않는 이상, 세계로부터 주목받을 정도의 브랜드로 키우기 어렵습니다. 지금 한식이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유명해지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김치, 비빔밥, 불고기 하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수준이 됐는데, 한식 세계화한다고 정책적으로 꾸준히 밀어준 것이 10년 되면서 이정도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정책적으로 밀었기 때문에 한식 세계화가 이뤄졌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한국의 위상이 점차 올라가고 우리의 콘텐츠가 퍼져나가는 와중에, 정책적으로도 같이 동반해서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시너지가 났다는 뜻입니다.

한국-노르웨이 청소년 국제문화교류 음악회 [사진:성중기 의원실 제공]

기자 : 성 의원님의 의견에 공감이 갑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정책적으로도 연구하신 것을 보니까 혹시 올해에 있는 지방 선거에 ‘구청장’으로 나올 생각이 있다는 뜻인가요?

성 의원 : 얼마 전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하다가 최근에 결심을 했습니다. 물론 최종 결정은 당에서 추대를 해줘야 하는 것이겠지만, 제 지역에서 지역민을 위해 또 다른 위치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세간에 알려지기는 강남은 부자들만 산다, 이기적이다, 이러한 안 좋은 이미지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강남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재건축 연한이 한참 지난 위험한 주거지역에 사시는 분들도 많고, 교통 때문에 위험함을 호소하는 분도 많습니다. 화재가 나거나 응급 환자가 발생해도 골든타임 내에 조치를 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는데, 이분들의 목소리는 항상 묻히는 것이죠. 시의원을 하면서 이런 목소리들을 듣기 위해 현장에서 많이 뛰어 다녔습니다. 현장의 바람을 아니까 해결도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회가 되면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는 ‘섬김의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갈등, 대립에 대한 처방, 섬김, 소통 그리고 포용

기자 :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제 질문은 모두 마쳤고요, 답변도 잘 해주셨으니 끝으로 본인 PR이든 무슨 말씀이든,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해주십시오. 제 윗분이 자르지 않으면 실어드리겠습니다.

성 의원 : 막상 아무 말이나 하라고 하니까 더 당황스럽네요.(웃음) 제가 시의원으로 8년 정도 의정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이 3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섬김’, ‘소통’, ‘포용’입니다. 선출직이든 임용직이든 공무원은 모두 국민과 시민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런 기본적인 마인드가 없으면 공무원을 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요즘 소위 진상이나 갑질을 하는 민원인들도 드물게 있지만 그런 애로사항도 받아들여야 하는 업무의 일부입니다.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이해관계가 다른 주장을 얼마나 많겠습니까? 양측의 시각차이가 너무 심해서 ‘과연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싶은 일들이 많습니다. 그럴 때는 정말 별별 생각을 다하게 되고, 그냥 도저히 해결이 안 되겠다고 하고 피하고 싶은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멘탈을 유지하는 중심에 ‘섬김’이 있습니다. 만약에 제가 모시고 있는 가족 어른 두 분이 그렇게 대립을 보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내지, 나도 모르겠다하고 손을 놓겠습니까?

정말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방법이 나옵니다. 지역 내 초등학교에서 교실이 모자라서 모듈러 교실을 사용하겠다는 안이 나와서 학부모와 교육 당국이 아주 크게 갈등을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교육청과 학교는 그린스마트 학교가 되려면 교실 정원을 낮춰야하므로 교실의 증설이 필요한데, 교실을 하루아침에 뚝딱 건설할 수는 없으니 모듈러 교실을 도입하자고 했고, 학부모 측은 소음, 진동, 화재 취약성, 일반 교실 사용자와 모듈러 교실 사용자의 형평성 차이 등을 이유로 모듈러 교실 도입을 반대했습니다.

처음에는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컸고 학부모들이 학교 주변에서 실력행사까지 하는 등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민원을 듣고 중재자로 들어갔죠. 저도 처음에는 해결책이 안 보였는데 양측의 최소 충족 조건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겹치는 부분을 도출한 다음 양측을 한 발씩 양보하게 해서 결국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자세한 내부 과정까지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서울시 교육청과 학부모 사이를 몇 번이고 오가며 합의안을 정리하고, 학교 측에서도 일부를 양보해서 극적으로 타협을 했습니다. 제가 ‘교육위원회 소속도 아닌데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은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마음가짐이었으면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겠습니까?

그 다음은 ‘소통’입니다. 지금 대통령 선거를 보십시오. 이점은 정치인들의 책임이기도 한데, 전국이 대립과 갈등으로 아주 가득 차 있습니다. 어느 사회나 갈등이 없을 수는 없고, 모든 갈등을 해소할 수는 없습니다만, ‘소통’하지 않으면 대립과 갈등을 줄여나갈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시민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진상'인 시민도 있지만 시민 의식이 높으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현장에서 듣다 보면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책까지 가지고 있는 민원인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과는 그냥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이 가능합니다. 지금 만연한 계층 갈등, 지역 갈등, 남녀 갈등, 이념 갈등 등등 모두 소통을 많이 할수록 그 응축된 ‘화’의 에너지를 줄여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인 ‘포용’은 제가 뼈저리게 느끼는 점입니다. 저는 서울시에서 의정활동을 하면서 소수당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정말 간절하게 느꼈습니다. 다수의 폭압이냐, 아니면 다수결에 의한 민주주주냐는 정말 백지 한 장 차이입니다. 그런데 이 차이를 다수에 속한 사람은 느끼지 못합니다. 소수에 속한 사람만이 느끼는 것이죠.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유태인에 대한 폭압을 일반 독일인들이 느꼈습니까? 그 사람들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당한 유태인은 느꼈죠.

역지사지의 태도를 통해야 ‘포용’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소수에 속했기 때문에 ‘포용’도 할 수 있습니다. 혹시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것이 아니냐고요? 진심은 통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8년 동안 시민의 곁에서 뛰며 소수야당 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열심히 해낸 제 진심에 대해 시민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시민이 내리는 평가는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진정한 섬김, 소통, 포용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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