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이틀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유연한 처리'를 지시했다. 대통령 대변인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부했고, 또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도 말했다.
전공의들이 국민의 바람을 저버렸다며 연일 강경 대응을 주문했던 기조를 완전히 바꾼 것인데, 대통령실은 이 같은 당부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야권에서는 이런 상황 반전을 ‘약속 대련’이라고 하는데,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던진 다음에 누군가 나타나서 타협을 이끌어내는 ‘정치 쇼’를 한다는 것이다.
과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의장단을 만난 것이 정치 쇼의 한 부분일까? 아닐 것이다. 우선 그는 꼼수 정치를 모른다. 적어도 여의도 문법엔 서툰 사람이다.
오죽하면 선대본부를 구성하면서 원톱으로 나섰겠는가?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총리, 그리고 김부겸 전 총리가 삼두마차로 달리는데,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단기필마에 의존하고 있다.
- 국민을 희생시킬 ‘정치 쇼’는 꿈도 못 꾼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치 쇼니 약속 대련이니 하는 것은, 정치꾼이거나 여의도 문법에 익숙한 기성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한동훈처럼 여의도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정치 초년생에겐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그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얼떨결에 당 대표격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는데, 지금은 호랑이 등에 탄 위기감을 느낄 것이다.
남들은 속도 모르고 용맹스럽게 호랑이 등에 않아 호령하는 장수로 여기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물 위에 태연하게 떠 있는 물오리가 수면 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발짓을 하고 있는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포효하며 날뛰는 호랑이 등을 타고 떨어져 죽을까 필사적으로 호랑이 등을 붙잡고 있는 심정을 정녕 몰라서 하는 말이다.
겨우 공천을 마치고 힘겹게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나니, 전국 판세가 심상치 않음을 한동훈은 직감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 할 판인데, 마침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이 떠나는 형국에 국민이 의료대란이 현실로 닥칠까 불안해하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가능성이 많지 않더라도 하는 데까지 한 번 해보자는 각오로 덤벼들었을 것이다.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정치 신인이 겨우 조정 역할이라도 맡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짠하지 않은가? 불쌍하기까지 한 한동훈을 능력자로 인정하고 ‘약속 대련‘을 통해 ’정치 쇼‘를 벌이는 고수로 취급하는 것은 그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속내를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한동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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