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스값 반년만에 '최저'…가격상한제 시행엔 벌써 우려
유럽 가스값 반년만에 '최저'…가격상한제 시행엔 벌써 우려
  • 김현주 기자
    김현주 기자
  • 승인 2022.12.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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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난을 겪는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온화한 날씨 등의 영향으로 약 반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ICE선물거래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유럽 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시장에서 1월 인도분 가스 선물 가격은 전일보다 약 7.37% 하락한 메가와트시(MWh)당 97.9유로로 마감했다.

100유로 아래로 떨어진 건 6월 중순 이후 처음이자, 최근 이어지고 있는 가격 하락세의 연장선이다.

최근 유럽의 겨울철 기온이 대체로 평년보다 높아 난방 수요가 예상보다 많지 않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이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장은 일단 한시름 놨다는 분위기지만, 이제 막 겨울 초입이라는 점에서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내년 2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가스 가격상한제를 두고는 벌써 안팎에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EU는 앞서 지난 19일 에너지장관 이사회에서 내년 2월 15일부터 가스 가격이 메가와트시(㎿h)당 180유로 이상이고, 글로벌 시장의 LNG보다 35유로 비싼 두 가지 요건이 3일 연속 지속되면 상한제를 발동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아프리카 최대 가스 수출국인 알제리의 모하메드 아르카브 에너지부 장관은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가스 가격에 상한선을 두겠다는 (EU의) 구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EU 전문매체인 유락티브가 현지 APS 통신을 인용해 전했다.

알제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유럽에 수출한 가스 규모는 유럽 전체 가스 소비량의 11% 정도를 차지했다. 전쟁 이후에는 EU가 러시아산 탈피에 안간힘을 쓰면서 중요성이 더 부각됐다.

EU가 회원국 간 표결을 거쳐 가스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유럽의 '가스 대체 공급처'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셈이다.

우려는 EU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EU 표결 당시 기권한 오스트리아의 레오노레 게베슬러 기후환경에너지부 장관은 가스 가격상한제 시행 시 자국의 에너지 공급 불안정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우리는 (러시아의) 가스관을 통해 공급되는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U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가을 기준 유럽행 가스 공급량을 전년 동기 대비 80%가량 줄였는데, 이는 나머지 20% 정도는 여전히 유럽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이미 EU의 가격상한제 시행 시 '적절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차후 공급량을 추가로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방식으로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

아울러 러시아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와 달리 가스 가격상한제는 에너지난을 겪는 EU 자체적인 필요에 의한 일종의 자구책 성격이 강하다.

이에 러시아산을 포함해 EU로 공급되는 모든 가스가 대상이어서 러시아 입장에서는 직접적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영국 소재 오로라에너지연구소 소속 제이콥 맨들 선임 연구원은 로이터에 "가격상한제로 인한 효과가 소비자들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라며 "어떤 경우에는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격상한제를 피하고자 거래업체들이 일종의 '우회 루트'를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EU는 1개월, 3개월 및 1년 선물상품에만 가격상한제를 발동하기로 했다. 당일·하루 전거래 및 장외거래 시장 등은 가격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거래업체들이 아예 영국 등 역외 거래소를 택할 여지도 있다.

가스 가격이 오르는 시점에 더 높은 가격에 팔려는 공급국 및 거래업체가 유럽 거래소를 통하는 것을 꺼린다면 가격은 오를 대로 오르고, 공급 불안정성은 더 심화할 수 있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겔의 시몬 타글리아피에르타 선임연구원은 유럽의 에너지 가격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유일한 길은 각국의 사용량을 줄이는 동시에 공급 부족 상황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는 "가격상한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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