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arisong48 (나현주)
이거이 뭐 다요?
아, 꿩 인갑제.
그람 이거이 뭐 다요?
아, 노루 인갑제.
안경이 쓰고자픈 할머니는
잘 보임시롱 대충 말해 불고는,
소원하던 안경을 맟춰 쓰셨다.
............................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품 속
안경집엔,
그날의 꿩과 노루가
살아있다.
시평:
시를 쓸 때 사투리는 모험 일 때가 있다. 잘만 쓰면 찰지지만 잘못 쓰면 글이 추해질수도 있다. 그러나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글의 참맛을 살린다. <안경>이란 시는 전반부는 할머니가 참 귀엽고 후반부는 아련하다. 기여이 안경을 맞춘 대목에,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 시커먼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그러다 형들이 새신을 사 신으면, 나도 새신을 신고 싶어 막 뛰어다니고 멀쩡한 고무신을 땅바닥에 문지르던 추억이 떠오르는 시다. 보이면서도 안 보이는 양 대충 넘어가는 귀여운 할머니, 그 할머니 세대에 폼 나게 귀했을 안경이 얼마나 갖고 싶었을까. 전반부에 “꿩, 노루”가 살아있고, 후반부에 “꿩, 노루”살아있다. 추억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고이 간직한 유품 속 아련한 안경처럼.
위 작품은 파이낸스투데이와 메이벅스가 공동주최한 "제2회 블로그시 창작대회" 최우수상 수상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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