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칼럼] (14)제2, 제3의 ‘건국전쟁’ 등장이 가능하려면
[조우석 칼럼] (14)제2, 제3의 ‘건국전쟁’ 등장이 가능하려면
  • 조우석 칼럼니스트
    조우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3.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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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나가 세상 바꾸는 기적 우린 봤다

-대한민국 대청소 차원의 바통 잇기 절실

-문화-언론-교육 등 소프트파워의 힘 알아야

대중음악 동네에 ‘원 히트 원더’란 말이 있다고 들었다. 평생 딱 한 곡을 반짝 히트한 뒤 대중에게 지워진 가수의 경우다. 실은 영어 one-hit wonder는 경멸의 뉘앙스가 묻어있다. 그에 비해 국내 네티즌들이 만든 용어인 ‘한곡갑’은 그래도 중립적이다. 띄어쓰기를 하자면 ‘한 곡 갑’일텐데, 어쨌거나 노래 하나로 갑 노릇을 하니 대단하다는 부러움도 섞여있다.

문제는 히트의 기준이다. 미국처럼 빌보드의 ‘핫100 차트’의 40위 안에 든 것을 흥행이라 볼 수 있고, 우리로 치면 예전 ‘가요 톱 텐’처럼 10위 안에 들어야 히트곡으로 쳐준다. 당장 떠오르는 가수가 조영남이나 김흥국 그리고 이용 정도일텐데, 엄격하게 말해 그들 모두는 원 히트 원더에 해당되지 않는다.

조영남의 경우 ‘화개장터’ 말고도 방송작가 김수현이 작사한 명곡 ‘지금’도 널리 불리고 있고, 김한길이 작사한 ‘사랑 없인 못 살아요’의 경우도 우리 가슴을 후빈다. 사실 1960년대 말에 데뷔해서 반세기 넘은 지금까지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조영남을 반짝 가수에 넣는 건 무리다. ‘호랑나비’의 김흥국의 경우도 그 곡 말고 ‘59년 왕십리’, ‘흔들흔들’ 등 히트곡이 있지 않던가?

당연히 ‘강남 스타일’의 가수 싸이 역시 원 히트 원더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는 ‘젠틀맨’과 ‘행오버’로 빌보드 ‘핫100’에 각각 5위와 26위까지 올랐던 기록을 갖고 있다. 문제는 ‘강남 스타일’이 지구촌을 강타한 메가 히트곡이라는 대목이다. 그게 너무도 유명하기 때문에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빛에 가릴 뿐이다.

실은 대중가요 장르만이 아니다. 원 히트 원더는 문학에도 적용되는 개념인데, 특정 작품으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후에 별 달리 눈에 띄는 활동이 없는 작가 또한 원 히트 원더에 해당한다. 소설 ‘앵무새 죽이기’를 쓴 미국의 작가 하퍼 리, 장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쓴 미국의 소설가 마거렛 미첼 등등이 그들이다.

정리해보자. 원 히트 원더는 특정 작품으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후에 별다른 눈에 띄는 활동이 없는 가수나 문인 등 예술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보다 롱런을 하고, 아니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땀을 더 흘려야 한다는 명제를 새삼 재확인한다. 오늘 원 히트 원더 얘기를 길게 한 것은 100만 관객을 모은 다큐 영화 ‘건국전쟁’ 때문이다.

영화 개봉 1개월하고 10일이 다 된 지금 ‘건국전쟁’ 성공 그 이후를 말할 때가 됐다. 어떻게 하면 제2의, 제3의 ‘건국전쟁’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두고 자유우파가 머리를 마주 대야 할 시점이란 뜻이다. 우린 인정한다. ‘건국 전쟁’ 100만 돌파는 가히 문화사적 기적이고, 세상 분위기마저 바꿔놓았지만, 문제는 바통을 어떻게 잇느냐 하는 점이다.

자칫 자유우파 문화상품 중 후속타가 등장하지 않을 경우 “2024년 초에 그런 반짝 히트상품이 하나 있었다더라” 하는 회고담으로 끝날 수가 있다. 그럴 경우 우린 다시 그 시도 때도 없는 좌파 문화상품의 홍수에 포위되고 말 것이다. 상식이지만 영화 한 편으로 세상이 바뀔까? 그럴 리는 없다. 적어도 30년 이상 지식 대청소의 후속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학교 교실은 물론이고 영화, 출판, 미술, 연극 등 장르에서 ‘건국 전쟁’ 급의 문화상품이 콸콸 쏟아져 나와야 한다. 신문 방송 대중매체 변화도 당연하다. 윤석열 정부의 문화 정책도 당연히 그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 걸 염두에 두자면 ‘건국 전쟁’ 흥행은 우리가 원하는 문화전쟁 첫 전투의 승리에 불과하다.

그런 걸 염두에 둔 채 새삼 점검해봐야 할 대목도 없지 않은데, 우선 ‘건국전쟁’개봉 전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월 1일 개봉 초기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객석에서 일반인과 함께 영화를 보며 환호하고 또 눈물을 흘렸다면 하는 아쉬움을 우린 지금도 품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한동훈은 영화를 보긴 했지만 왠지 의무감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우리에게 줬다. 윤 대통령의 경우도 공개 관람을 선택하지 않았다. 영화 개봉 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참모들과 이 영화를 본 것이 전부였다. 그게 지금도 내내 미스터리다. 자유우파 시민 부문에서 어렵게 만들어낸 ‘건국 전쟁’이란 밥상에 나란히 앉아 숟가락을 들기만 해도 됐는데, 그게 못내 아쉽다는 뜻이다. 또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그래도 문화융성이란 구호라도 있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그나마 없다.

어쨌거나 하나의 문화상품을 띄우는데, 민과 관의 협조와 역할 분담이 조금 미흡했던 사례가 ‘건국전쟁’이었다. 그리고 차제에 이승만기념관 건립 등 하드웨어 구축에만 관심있는 자유우파 원로들의 성향도 넓어질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하드파워보다 소프트파워가 힘을 쓰는 변화된 우리 시대 과연 어떤 문화상품을 공급할까, 그걸 위해 젊은 세대를 우리가 어떻게 지원해줄까 하는 쪽으로 관심이 넓어지길 기대한다.

그런 게 민과 관을 포함한 자유우파의 한계라는 걸 일단 인정하자. 다행스럽게도 우린 이제 겨우 문화 전쟁의 첫발을 내딛었을 따름이고, 가야할 길은 멀다. 앞으로 잘하면 된다는 얘기다. 분명 ‘건국 전쟁’ 100만 돌파가 가히 문화사적 기적이라면 제2의, 제3의 기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땀을 더 흘려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칼럼니스트 소개

조우석 

 

현) 평론가

전) KBS 이사

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

전)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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